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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4‧3생존수형인 재심 ‘사실상 무죄’ 구형
검찰, 4‧3생존수형인 재심 ‘사실상 무죄’ 구형
  • 이정민 기자
  • 승인 2018.12.17 18: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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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지법 제2형사부 17일 ‘재심’ 결심 공판
재판부 ‘공소장 변경 허가 신청’ 불허 결정
피고인 공소사실 특정 못해 법률 절차 위반
공판 검사 “‘공소기각 판결’ 선고돼야” 요청

[미디어제주 이정민 기자] "피고인들 전원에 대해 공소기각 판결을 구합니다."

70년만에 정식 재판을 받은 4.3생존수형인들에게 검찰이 '공소기각'을 구형했다. 피고인(4.3생존 수형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을 특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4.3생존수형인 등이 17일 결심공판을 위해 법정에 들어서기 전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미디어제주
4.3생존수형인 등이 17일 결심공판을 위해 법정에 들어서기 전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미디어제주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제갈창 부장판사)는 17일 오후 201호 법정에서 4.3생존수형인 18명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재심 청구 사건에 대한 결심 공판을 열었다.

재판에는 피고인 신분인 18명의 4.3생존수형인 중 요양원에 있는 정기성(96) 할아버지 외 17명이 참석했다.

재판부는 결심 공판 시작과 함께 검찰이 지난 11일 제출한 '공소장 변경 허가 신청'에 대해 '불허' 결정을 밝혔다.

재판부는 "공소장 변경은 원래의 공소사실을 전제로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에서 하는 것인데, 원래의 공소사실도 복원이 안 된 상황에서 '변경'은 논리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사유를 설명했다.

또 "검찰은 원래의 공소사실을 최대한 복원해야 한다"며 "(이번) 공소장 변경 신청은 공소장을 복원한 것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부연했다.

이 부분에 있어서 검찰과 4.3생존수형인 변호인 측은 모두 동의했다.

4.3생존수형인 등이 17일 결심공판이 끝난 뒤 법정을 빠져나오고 있다. ⓒ 미디어제주
4.3생존수형인 등이 17일 결심공판이 끝난 뒤 법정을 빠져나오고 있다. ⓒ 미디어제주

검찰은 공판에 참석하지 못 한 정 할아버지를 대신한 아들(52)의 증인신문이 끝난 뒤 최종 의견을 진술했다.

공판 검사는 최종 의견에서 제주4.3에 대한 의미와 자신이 느껴온 바를 이야기하며 "이념적 논란을 떠나 해방 직후 혼란기에 예기치 않게 운명을 달리한 수많은 제주도민들과, 그들을 말없이 가슴에 묻고 평생을 살아 온 가족들의 아물지 않은 아픔이 있었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 자리를 빌어 여기 계신 모든 분들, 몸과 마음에 씻기 어려운 상처를 입고 평생을 눈물과 한숨으로 버텨낸 모든 분들의 아픔이 치유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피력했다.

이어 그동안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 특정을 위해 노력해 온 부분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공판 검사는 그러나 "재판부가 공소장 변경 신청을 불허한 이상 원래의 공소사실이 본 재심 재판의 대상"이라며 "하지만 원 공고사실을 알 수 없는 현 상황에서는 공소사실이 특정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에 따라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않았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2호의 '공소제기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해 무효인 때'에 해당해 피고인들에게 '공소기각 판결'이 선고돼야 한다"며 "따라서 피고인들 전원에 대해 공소기각 판결을 구한다"고 구형했다.

4.3생존수형인 등이 17일 결심 공판이 끝난 뒤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임재성 변호사가 설명하는 검찰 구형의 의미를 듣고 있다. ⓒ 미디어제주
4.3생존수형인 등이 17일 결심 공판이 끝난 뒤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임재성 변호사가 설명하는 검찰 구형의 의미를 듣고 있다. ⓒ 미디어제주

변호인 “1948‧1949년 군사재판 불법 인정한 셈”

재판부 내년 1월 17일 오후 201호 법정서 선고

변호인 측은 검찰 구형 후 "피고인들은 죄가 없다"며 "무죄 판결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결심 공판이 끝난 뒤 4.3생존수형인의 변호를 맡은 임재성(38) 변호사는 이번 구형에 대해 "사실상 무죄 구형과 같다"며 "검찰이 1948년과 1949년에 이뤄진 군사재판이 불법적인 재판으로 인정한 셈"이라고 평했다.

임 변호사는 "(공소기각 구형은)공소제기가 법령을 현저히 위반했을 때"라며 "시기와 장소, 범죄 행위를 지금 자료로는 특정할 수 없기 때문에 이뤄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재성 변호사가 17일 이번 재심 재판에서 검찰 구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미디어제주
임재성 변호사가 17일 이번 재심 재판에서 검찰 구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미디어제주

김평국(88) 할머니는 결심 공판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난 2년간 재판을 하러 오면서 부끄러웠는데 이제는 조금 더 용기를 가지게 됐다"며 "우리 손자들 할머니의 전과를 없애게돼 기쁘다. 최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김 할머니는 재판에서도 최후 진술 시간에 "도와 주셔서 감사하고 좋은 일이 생기도록 부탁드린다"며 "자손들에게 '우리 할머니의 전과'를 없애달라"고 하기도 했다.

4.3생존수형인들에 대한 재심 선고공판은 다음 달 17일 오후 201호 법정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한편 4.3생존수형인들은 1948년과 1949년 군사재판을 통해 내란죄(10명)와 국방경비법 위반(8명)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고 수형생활을 한 이들이다.

지난 해 4월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며 올해 2월부터 재심 재판이 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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