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5 17:37 (목)
"경제적으로 무능한 아빠, 우리도 노동자"
"경제적으로 무능한 아빠, 우리도 노동자"
  • 현도영 기자
  • 승인 2005.06.13 22:07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내버스 파업 대화여객 노조원들의 '항변'

“버스운행을 중단해 시민들에게 불편을 준 점 죄송한 마음뿐입니다“

지난 10일부터 전면 파업에 돌입한 대화여객 노동조합의 조합원들.

파업 돌입과 동시에 불편을 참다못한 시민들의 성난 목소리가 터져나올때마다 이들 노조원들의 '냉가슴'은 더욱 싸늘하기만 하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파업을 풀고 버스 운행에 나서고 싶지만, 이러지도 그러지도 못하는게 이들의 한결같은 마음.

'파업' 그 자체에만 크로즈업하면서 시민불편 운운하는 언론과 제주시 당국이 여간 섭섭하지 않다.

13일 본지 취재팀이 찾아간 대화여객 파업현장에서 만난 노조원들은 이구동성으로 "버스운행을 중단하게 돼 시민들에게 죄송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의 말을 들어보면 노조원들의 사정도 딱하기만 하다.

수개월째 월급을 받지 못하면서 신용불량자가 됐다는 기사에서부터, 돈이 없어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지도 못하고 있다며 울먹이는 노조원.

가족이 몸져 누워 있으나 병원비가 없어 병원에도 못가고 있다며 신세를 한탄하는 조합원.

이들은 "그동안 '시민의 발'인 대중교통을 운행한다는 '공익성' 때문에 이러한 경제적 문제는 참고 또 참으며 인내를 해 왔지만, 우리도 노동자이고, 우리도 최소한의 생존권은 보장받을 권리가 있기 때문에 이번 파업을 결의했다"고 항변했다.

한 노조원은 “월급을 못 받아 아내에게 생활비도 못주고 자식들에게 먹을 것 하나 제대로 못 사주는 아픔을 시민들도 잘 알 것”이라고 말했다.

현승관 조직부장은 “노조원들 한 사람당 천만원 정도의 밀린 월급을 받지 못하고 있어 더 이상 생활이 안돼 버스 운행을 중단했다”며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노조원들 중 50%가 카드정지 및 연체 등 빚더미에 앉아 있다”고 말했다.

특히 현 부장은 “버스 운전기사들이 부자가 아닌 이상 천만원의 월급이 밀리면 생활하기 힘든 것은 누구든지 알 것”이라며 “우리는 못 받은 월급을 받고 싶은 것이지 다른 요구 조건은 없다”고 피력했다.

파업한 노조원들의 식사를 챙기기 위한 버스기사의 아내 고정애씨는 “남편이 월급 을 받지 못해 애들을 어린이 집에도 못 보내고 파업장에서 같이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주부들이 남편이 한 달만 월급을 못 받아도 생활하는데 얼마나 힘든지 잘 알 것”이라며 빠른 시일내에 남편이 받지 못한 월급 문제가 해결되기를 기원했다.

김혁돈씨(55)는 “아버님이 몸져 누워있어도 제대로 도와드리지 못하는 동료기사, 자식들 어린이 집에 보내지 못하는 동료, 병원비가 없어 입원하지 못하는 동료 등 모두 피해자”라며 “우리는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대화여객의 한 노조원은 “우리가 하소연 하는 것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현실을 이야기하고 있다”며 "월급을 못 받는 악순환이 계속돼 왔기 때문에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말했다.

또 한 노조원은 “우리도 월급 문제를 빨리 해결해 시민들을 위해 다시 운전대를 잡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시내버스 파업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시민들의 분노는 제주시 당국과 해당업체인 대화여객으로 향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시내버스 무더기 운행중단 사태는 단순한 대중교통 문제의 차원을 뛰어넘어 제주지역 운수업 종사자들의 '심각한 노동문제'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으로, 대중교통 정책 개선과 더불어 운수업 노동자들의 권익문제도 다시한번 생각해봐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 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화이팅 2005-06-14 21:12:27
오늘 자가용 타고 가면서 화이팅! 하니까

투쟁! 소리치시는 아져씨들! 힘내세요

제주인 2005-06-14 00:11:51
저렇게 되도록 한 사람이 도대체 누구야!
파업때문에 욕했는데 이기사를 보니 노동자의 자식으로 우리 아버지 같고 엄마 같은 기사분들이 정말 안됬네요

근데 이 파업은 정말 사측 욕하는 분들이 넘 많은 것 같아요!

기사분들 불편해도 이제부터 욕하지 않을께요 죄송합니다. 힘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