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래전 이야기이다.
예전 운동하던 분들과 술자리가 생겨 맥주 한잔 하러 간 적이 있다.
이런 저런 얘기들을 하면서 맥주한잔하고 있는 가운데 자연스레 도장의 운영과 관련된 얘기로 흘렀다.
그분들은 지금도 도장을 운영하고 계시며 그 도장들은 그런대로 회원이 꽤 많지만 요즘 임대료가 너무 올라 먹고 사는 게 힘들다며 푸념 아닌 푸념을 늘어놓았다.
도장의 회원을 늘리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과 방안에 대한 얘기를 나누고 있던 도중 나는 이해할 수 없는 얘기를 듣게 되었다.
그것은 예전부터 하고 있었고 앞으로도 계속 해야 되는 학부모 즉 회원의 엄마에 대한 대우였다.
한 아이의 엄마에게 잘못 보이면 도장의 운영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에 그 엄마들을 다룰 수 있는 스킬이 필요하다였다.
나 또한 도장의 운영을 위해 회원의 부모들에게 친절할 필요는 있다는 것에 동의는 한다.
그러나 엄마를 다룰 수 있는 방법들을 연구한다는 것을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 방법들을 어린 사범들에게 교육시키며 어린 사범들에게 방법을 알지 못하면 도장 운영이 많이 힘들어지고 도장이 힘들면 좋아하는 그 무도를 수련할 수 없다는 것이 현재 도장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머릿속에 이미 박혀 있었다.
나는 이해하면서도 인정 할 수 없었다.
나는 사범들에게 필요한건 실력과 자질이며 그런 방법들은 그 다음이지 않느냐라고 반박했더니 아직 배가 덜 고팠다고 오히려 나를 나무라듯 얘기했다.
체육관에 보내는 엄마들은 사범의 실력 등에는 별 관심도 없고 범죄자만 아니면 괜찮기 때문에 그것은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라는 게 그들의 생각이었다.
도장의 운영으로 먹고 살기 힘들면 직업을 도장업에서 다른것으로 바꿔야 되는게 맞는 것이다.
내가 그 무도를 좋아하고 사랑한다면 먹고 사는 문제는 다른 것으로 해결하고 그 좋아하는 무도 수련은 계속되야 되며 본질을 흐리지 않기 위한 노력을 계속 해야만 한다.
만약 그런 방식의 방법이 옳은 방법 이라면 많은 대학의 무도학과에서 마켓팅 및 어린 학생들의 엄마들을 다룰 수 있는 방법을 왜 가르치지 않는지를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어린 관장 및 사범들이 회원을 더 모으려는 방법을 자신의 실력 향상을 위한 수련과 자질 향상 노력이 아닌 마켓팅에 혈안이 되어있는 이유를 선배들은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현재 많은 도장이 무도와 멀어지게 되고 각종 마켓팅등에 혈안이 된 가장 큰 이유는 도장을 직업으로 택했기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많은 식당이나 제품을 만들고 판매하는 곳에서도 제품의 질이 아닌 그저 눈 가리고 아웅 하듯 소비자를 현혹하며 기만하는 곳이 많은 것을 보면 이 문제가 체육관등 무도 도장에만 속해 있는 것은 아닌듯 하다.
나도 한때는 도장으로 먹고 살기를 바랬었다. 아니 지금도 그렇게 되었으면 하고 바라고 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선 내가 왜 도장을 하고 매일 같이 도복을 입고 회원들과 땀을 흘리고 있는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처음 도장을 차린 도장장이나 사범들은 아마 그 무도가 너무 좋아서 도장을 열고 운동을 계속 했을것이다. 나 또한 그랬으니까....
그러나 먹고 사는것 때문에 너무 좋아하는 무도를 망가뜨리고 있는것 또한 사실이다.
먹고 사는것! 굉장히 중요한 문제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상적인 도장의 운영으로 먹고 살기 힘들다면 먹고 살기 힘든 도장을 직업으로 택하지 말고 다른 일을 찾아봐야하는 것이 정상적인 방법이다.
좋아하는 무도를 택해서 먹고 살기 힘들다면 직업을 바꿔서 좋아하는 무도가 망가지지 않게 해야하는것! 그것이 그 무도를 진정 좋아하고 아끼는 방법일 것이다.
내가 운영하는 도장도 그리 잘 되는 편은 아니다. 아니 운영이라고 말하기도 부끄러울 정도로 영세한 도장임에 틀림이 없다.
도장의 운영이 어렵거나 회원이 많이 모이지 않는 이유는 내 실력과 자질이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도장은 그 무도의 깊이로 회원들이 찾아오고 그 깊이를 알기 위해 오랜 세월 수련 하는것 입니다.
얕은 수로 잠깐 모이게 할 수는 있으나 그 깊이가 드러나는 순간 신기루처럼 사라지는 것이 마켓팅이다.
내가 수련하는 도장은 수련일수가 1000일이 넘는 성인 회원이 많은 편이다.
주 5회를 수련한다고 해도 5년이 걸리며 보통 성인들은 주 3회 이상 나오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1000일 이상 수련일수를 채우려면 8년 이상 걸리며 현재 도장에는 10년 이상 다니고 있는 성인들도 많다.
무도를 수련하는 사범은 자신이 선택한 무도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학생은 그 최고의 무도가를 찾아가 기꺼이 지도료를 내며 오랜 세월 함께 수련하는 것이다.
도장이 발전하고 잘 되려면 사범은 자신의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선생을 찾아가고 배움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자신은 배우려하지 않으면서 남보고 찾아와서 배우라한다면 과연 누가 찾아올 것인가?
자신이 지켜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그리고 후배에게 넘겨줘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를 잃어버린다면 무도는 그저 돈벌이에 지나지 않는 얄팍한 상술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무도를 통해 얻어지는 모든 것들이 돈벌이에 지나지 않는다면 그저 돈을 위해 배우는 광대의 몸놀림과 다를 바 없지 않은가?
요즘 교권이 땅에 떨어졌느니 학생들은 가르치는 선생님들의 명예가 땅에 떨어졌느니 하는 말들이 인터넷이나 신문 지상에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과연 이런 문제들이 학생들에게만 있기 때문인지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정말 나는 지도하는 사람으로서 자질이 있는지 그리고 자질이 부족하다면 그 자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자기성찰부터 필요하지 않을까?
학생을 지도하는 모든 선생님들이나 도장을 운영하는 모든 관장님들이나 모든 사범님들이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니 별다른 오해는 없었으면 한다.
최소 내 주변 도장장님들이나 사범님들은 위에서 얘기한 것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무도를 망가뜨리는 사람들이 아니길 바랄뿐이다.
문영찬의 무술 이야기
문영찬 칼럼니스트
(사)대한합기도회 제주도지부장
제주오승도장 도장장
아이키도 국제 4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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