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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렁하던 놀이시설이 이젠 아이들로 꽉 차요”
“썰렁하던 놀이시설이 이젠 아이들로 꽉 차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8.10.24 05: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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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새로운 놀이시설을 갖춘 서울 장월초등학교
지난해 진행한 서울시교육청 놀이터 공모에 당선
작은 학교에 어울리는 작은 놀이시설 사례 보여줘

놀이터가 달라지고 있다. 우리 사회는 콘크리트 숲에만 갇혀 있는 아이들에게 숨통을 죄여왔다. 삶의 질은 높아진 반면 아이들에겐 학습권이 굴레처럼 다가왔고, 이는 곧 놀이의 축소라는 다른 측면으로 작용했다. <미디어제주>는 이에 따라 서울과 경기 지역 사례를 통해 달라져야 할 놀이터를 생각해볼 시간을 2차례에 걸쳐 가져본다. [편집자 주]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서울의 놀이터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차츰 달라지고 있다. 특히 올해는 더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놀이터라면 전남 순천시가 단연 앞서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순천시는 ‘기적의 놀이터’ 10개를 확충하겠다는 강한 의지로 승부하고 있다. 하나, 둘 만들어지면서 순천시는 곧 놀이터라는 등식이 성립되고 있다.

이젠 순천에도 경쟁상대가 생기고 있다. 순천을 빠르게 추격하는 지역을 꼽으라면 바로 서울이다. 서울은 빌딩숲에 둘러싸여 있는 게 사실이지만 놀이터로만 관점을 축소한다면 경쟁력이 있는 도시임은 분명하다. 순천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지니고 있다. 순천이 학교밖 놀이터에 중점을 두고 있다면, 서울은 학교안 놀이터를 겨냥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 학교 놀이터 공모사업을 시작한다. 학교로 봐서는 놀이터 공모가 큰 관심거리는 아니었다. 그런데 장월초등학교는 왠지 그 공모사업이 눈에 들어왔다. 이유는 있었다. 학교는 작은데다, 운동장마저 작았다. 운동장이 작다 보니, 학생들을 위한 놀이터에도 관심을 기울이지 못한 그런 학교였다. 장월초 최미묘 교장의 얘기를 들어보자.

“학교도 작고, 놀이터는 더 작아요. 볼때마다 안타까웠고, 놀이터에 대한 컨설팅을 받고 싶었던 참이었죠. 그렇게 고민하던 중이었는데 마침 놀이터 공모신청이 진행됐던 겁니다.”

마사토 운동장 한쪽에 마련된 놀이시설.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가 높다. 미디어제주
마사토 운동장 한쪽에 마련된 놀이시설.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가 높다. ⓒ미디어제주
암벽등반이 가능한 놀이시설. 높이 않아 위험하지 않다. 미디어제주
암벽등반이 가능한 놀이시설. 높이 않아 위험하지 않다. ⓒ미디어제주

놀이터 공모사업은 여느 학교도 마찬가지겠지만 ‘처음’이었다. 다행히도 지난해는 경쟁상대가 적었다. 그런데 올해 놀이터 공모사업은 좀 더 많은 학교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바꾸길 잘했어요. 놀이터를 바꾸면서 교사와 협의를 하고, 학부모와도 협의를 하고, 아이들의 의견도 적극 들었어요. 선생님들 입장에서야 번거로운 일이었죠. 업무가 많은 선생님들에게 그런 것까지 신경쓰게 만들었지만 그래도 협조를 잘 해줬어요.”

장월초는 놀이터 디자이너인 편해문씨로부터 컨설팅을 받았다. 학생들은 토요일에 모여 놀이터를 만들어보고, 그려보는 활동을 가졌다.

놀이터는 학생들을 위한 것이었지만 학부모들의 인식전환도 무엇보다 중요했다. 그래서 학부모위원회를 조직해 움직이기도 했다.

곧 만들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던 놀이터는 의외로 시간이 걸렸다. 그물망 시설을 제작하는 곳이 우리나라엔 없었다. 결국은 수입을 해와야 했고, 놀이터 개장을 늦게 만들었다. 하지만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놀이시설은 그물이다.

“아이들이 무척 좋아하죠. 전에는 썰렁하던 놀이시설이 이젠 아이들로 차 있어요. 처음 개장을 했을 때는 아이들이 줄을 서서 놀이시설을 즐겼으니까요.”

장월초등학교는 지난 2006년 문을 열었다. 오래된 학교는 아니다. 마사토가 깔려 있는 이 학교는 운동장 외곽으로 놀이시설이 있다. 기존 철봉 옆에 새로운 시설이 만들어졌다. 아주 튼튼한 끈으로 만들어진 놀이시설은 흥미진진하다. 건널 때마다 출렁인다. 이 놀이시설이 인기 만점이다.

교사 뒤편에 있는 공간. 원래 있던 곳에 그물망을 씌웠다. 출렁이는 느낌이 좋다. 미디어제주
교사 뒤편에 있는 공간. 원래 있던 곳에 그물망을 씌웠다. 출렁이는 느낌이 좋다. ⓒ미디어제주

학교 교사 뒤편으로는 놀이시설이 두 개 더 있다. 하나는 암벽등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높이 않아 아이들이 다칠 위험은 없다. 또 다른 하나는 넓게 깔린 그물망이다. 이 그물망에서 아이들은 책도 읽고, 쉬기도 한다. 신발을 벗고 올라서면 출렁이는 그 느낌에 사로잡힌다.

새로운 놀이시설이 만들어졌다. 최미묘 교장은 놀이시설이 가져다 준 변화를 다음처럼 얘기한다.

“참여의식을 불러일으켰고, 놀이시설에 대한 인식개선도 이뤄졌어요. 더더욱 중요한 건 놀이에 대한 중요성을 심어준 것이죠.”

장월초의 놀이시설은 대규모의 시설은 아니다. 아주 작다. 그러나 작은 공간에 맞는 놀이시설은 아이들에게 알게 모르게 많은 변화를 일으킨다. 공간은 작더라도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다면 장월초와 같은 놀이터는 얼마든지 가질 수 있지 않을까.

또 하나. 장월초등학교는 전교생을 대상으로 놀이터 이름 공모에 나섰다. 어떤 놀이터가 장월초에 맞는 이름이 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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