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걸개그림. 건물의 벽이나 틀에 걸 수 있도록 설치한 이동식 벽화를 뜻한다.
대불교 사원의 괘화(掛畵)에서 유래한 걸개그림은 사원 벽을 꽉 채워 설치하기 위해 대형으로 제작되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그림의 크기에 국한되지 않고, 벽에 걸 수 있는 그림이라면 걸개그림이라 부른다.
그래서인지 걸개그림의 유래는 대형 이동식 벽화였지만, 단어가 주는 어감만큼은 참 소박하다. 왠지 일상에서 마주하는 편안한 장소에 걸려야 좋을 것 같다.
이안욱 작가의 도자 걸개그림도 그렇다.
이안욱은 이제 갓 서른의 젊은 작가다. 한국도예고와 여주대를 나왔다. 다운증후군이란 선천적 장애를 가졌지만, 이는 그의 작품에서 별 문제가 아니다.
이 작가는 공포영화 속 주인공을 즐겨 그려왔다. 단, 지난해 제주로 이주한 후부터 일상을 담은 그림도 적잖이 그려내고 있다.
바람에 흔들리는 녹음과 윤슬이 눈부신 푸른 바다와 가까워져셔일까. 그의 작품에는 동적인 리듬감이 있다. 작품 속 인물들의 표정과 색채도 왠지 더 다채로워졌다.
그가 흙으로 빚은 12개의 작은 인물상 중에는 '세월호'라는 제목의 작품이 있다.
그가 작품을 만드는 의미가 단순한 호기심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라, 약자에 대한 깊은 연민이었음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이는 걸개그림 작품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미술 비평가의 전문적인 해석이 없어도, 작품 그 자체에서 느껴지는 슬픔과 위로를 알 수 있다.
그의 작품은 오는 16일부터 22일까지 제주KBS 전시실에서 열리는 <이안욱 도자 걸개그림전>에서 만날 수 있다. 이번이 세 번째 개인전이다.
순수함에서 나오는 강렬한 그만의 작품세계를 이번 기회를 통해 꼭 한번 만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