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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돈 시인, 세 번째 시조집 ‘느릿느릿 뚜벅뚜벅’ 펴내
강상돈 시인, 세 번째 시조집 ‘느릿느릿 뚜벅뚜벅’ 펴내
  • 유태복 시민기자
  • 승인 2018.10.15 09: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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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시인 시어를 뽑아내는 언어터치 놀라워
강상돈 시조 시인
강상돈 시조 시인

강상돈 시인이 깊어가는 가을에 세 번째 시조집 ‘느릿느릿 뚜벅뚜벅’을 세상에 펴내 화제가 되고 있다.
 
이번 시조집에는 ‘시민의 말’을 시작으로 제1부 ‘옷고름 풀며’에 수록된 시편들은 시인의 눈에 포착된 사물이나 현상들을 서정성 짙은 단시조로 그려내는가 하면, 소소한 삶에서 발견한 일상의 사건들을 시로 승화시키고 있다.
 
제2부 ‘느릿느릿’ 시편에서는 ‘담쟁이’와 ‘달팽이’ 등의 연작을 통해 빠르지 않게 느릿느릿 가는 인내의 삶과 서두르지 않고 한 삶의 정점을 향해 나아가는 지고지순한 한 시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제3부 ‘밀주 같은 이야기’에 수록된 시편들은 말 그대로 은밀하게 익어가는 그러나 함부로 떠벌일 수 없는 시적 화자의 삶과 제주의 아픈 속살들이 농익은 밀주 같은 이야기 속에 솔직담백하게 펼쳐진다. 그 누구에게도 내보이기 싫어했던 시인의 자존심을 은밀하게 열어 보이고 있다.
 
제4부 ‘도시의 가을’ 시편에서는 제주민들이 척박한 땅을 일궈가는 삶의 의지와 험난한 바다를 배경으로 살아가는 삶의 편린들을 가을 이미지로 풀어내고 있다.
 
제5부 ‘능청 떠는 눈발’에서는 시적 화자의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아픔, 제주의 역사적인 장소들 그리고 현실 참여 문제를 시조의 영역으로 끌어들였다. 강 시인 스스로 짐을 진 채 자신이 살아오고 가는 시간에 대한 성찰을 심화하고, 제주 공간에 대한 지적인 탐색을 통해 어떻게 시조로 메워가야 하는가를 깊게 고민하는 등 총 67편의 주옥같은 시조 작품들로 구성됐다.

강 시인의 이번 시조집은 오늘의 문제에 대한 묘사만을 그려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생존권을 강하게 움켜쥐고 살아가야만 하는 한 남자의 슬픈 미소가 시편들 곳곳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때로는 서정성 짙은 사내의 강한 힘을 느끼기도 하고 진한 울분을 토해내기도 했다.

또한 사계의 이미지를 모티브를 차용해 차분하면서도 담대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가 하면 ‘담쟁이’ 연작을 통해 절망을 극복하는 담쟁이의 생명력과 의지, 견고한 현실의 벽, 함께 손을 잡고 가는 공동체 의식을 형상화했다.
 
‘양파 2’, ‘벽보’와 같은 시조 작품은 화자의 시각으로 최근의 역사 흐름을 민중적 관점에서 조망하고 있으며 일련의 작품을 통해 왜 시조의 스펙트럼을 넓혀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오종문 시인은 “강상돈 시인의 시조를 읽을 때마다 느끼는 건 꾸밈없이 솔직한 표현과 때로는 참으로 섬세하고 아름답다.”며 “삶의 풍경을 통해 새로운 눈으로 시조를 그려내는 시인의 감각과 시어를 뽑아내는 언어 터치가 놀랍다.”고 밝혔다.
 
강 시인은 애월읍 봉성리 출신으로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문학과 졸, 1995년 제4회 제주시조지상백일장 당선, 1996년 제6회 제주신인문학상(시조부문)수상,  1998년 <현대시조> 여름호로 등단, 제주문인협회, 애월문학회, 혜향문학회 회원, 제주시조시인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 시조집 ‘별꽃 살짝 물들여 놓고’, ‘쇠똥구리는 아무데나 쇠똥을 굴리지 않는다’ 등이 있다.

강상돈 시인의 세 번째 시조집 ‘느릿느릿 뚜벅뚜벅’ , 도서출판열림문화 118쪽, 1만원.
문화체육관광부, 제주특별자치도, 제주문화예술재단의 기금을 지원받고 발간됨

도시의 가을
 

가을이 다 가기전 너희 흔적 찾으리라
첫발 뗀 아이처럼 일터 찾아 처음 나선
동홍동 출근길에서 마음 설레던 날

저마다 익숙함으로 꿈 하나 엮어가고
빛바랜 그림자가 내 곁에 와 머물러
잊었던 그리움들을 일으켜 세운다

그리우면 오시라, 단박에 오시라
감빛 불러 세운 저녁 저만치 물러두고
운동화 끌며 온 자리 밑창만 닳았다

돌아보면 누구인들 아픈 상처 없겠는가
계약동거가 끝난 도시의 한복판에서
단 한번 휘두른 칼날 핏발마저 곧게 선다


- 강상돈의 시조 ‘도시의 가을’ 전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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