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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도 해류를 따라 교류하지 않았을까요”
“건축도 해류를 따라 교류하지 않았을까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8.10.11 17: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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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대한민국 건축문화제, 오는 21일까지 도립미술관 등지서
​​​​​​​‘쿠로시오 해류-동아시아 해양건축 실크로드’ 기획전 등 볼거리
2018 대한민국 건축문화제가 제주도립미술관 등지에서 오는 21일까지 열린다. 미디어제주
2018 대한민국 건축문화제가 제주도립미술관 등지에서 오는 21일까지 열린다. 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제주는 섬이다. 섬에 사는 사람들은 어디론가 이동을 하고, 다시 섬으로 흘러들어간다. 제주를 ‘탐라’라고 부를 때도 분명 사람들은 그렇게 생활을 해왔다. 문제는 사료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는 탐라국이 분명 주변의 여러 나라와 교역을 했을 것이라 추정한다. 문헌 사료는 많지 않지만 실제 교류를 했던 흔적들은 유물로도 발굴이 되곤 한다.

1702년 제주목사로 와 있던 이형상이 제작한 <탐라순력도>. 그 첫 장을 넘기면 ‘한라장촉’이라는 제주도 지도가 등장한다. ‘한라장촉’은 제주도를 뚫어지게 쳐다본다는 의미에서 붙인 제목이다. 말 그대로 뚫어지게 쳐다보면 제주도가 아닌 다른 나라의 이름을 찾게 된다. 남서쪽에 해당하는 ‘갑(甲)’시 방향엔 중국의 소주와 항주를 표시했다. 정남 방향엔 지금의 오키나와를 말하는 유구(琉球)를 표시했다. 일본은 남동쪽인 ‘진(辰)’시 방향에, 아주 멀리 있는 안남국(지금의 베트남)과 섬라국(지금의 태국)도 이 지도에 등장한다.

‘한라장촉’에 등장하는 외국 이름은 제주도를 중심으로 그 나라가 어느 위치에 있는지를 설명해주는 건 물론, 제주도에서 충분히 이동이 가능하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그렇다면 어떻게 교류를 했을까. 표류의 역사를 보면 쿠로시오 해류의 연관성을 읽을 수 있다. 쿠로시오 해류를 따라서 이동도 가능했다. 건축으로도 풀어볼 수 있을까. 한국건축가협회가 주최하고, 제주건축가회가 주관하고 있는 2018 대한민국 건축문화제는 그런 교류의 흔적을 찾아보려 한다.

이번 건축문화제에 눈에 띄는 건 주제기획전 ‘쿠로시오 해류 : 동아시아 해양건축 실크로드’이다. 남쪽으로부터 대만을 거쳐 일본의 오키나와, 제주, 일본의 큐슈로 이어지는 루트이다. 이들은 모두 섬이면서 쿠로시오 해류의 영향을 받는 지역이다.

현대에 와서는 해류의 영향에 덜 관심을 보이지만 과거엔 해류의 흐름을 따라 교역이 이뤄질 수밖에 없었다. 그걸 건축으로 풀어보자는 게 바로 주제기획전이다.

이번 기획전을 위해 제주건축가회는 대만, 오키나와, 큐슈를 직접 찾았다. 지역 건축가를 만나고 지역 고유의 건축, 현재 이뤄지고 있는 근현대건축의 모습도 담았다. 해당 지역의 건축가들이 지역 특성에 맞는 건축을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지를 이번 기획전에서 마음껏 확인할 수 있다. 대만과 일본 건축가들을 직접 인터뷰한 장면들이 있기에 그들의 목소리를 통해 지역을 해석하는 그들의 이야기를 흡수하는데 제격이다.

그렇다면 왜 쿠로시오 해류를 기획전으로 만들었을까.

양건(맨 왼쪽) 대한민국 건축문화제 공동위원장이 '쿠로시오' 해류를 주제기획전에 등장시킨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양건(맨 왼쪽) 대한민국 건축문화제 공동위원장이 '쿠로시오' 해류를 주제기획전에 등장시킨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쿠로시오 해류-동아시아 해양건축 실크로도' 주제 기획전. 미디어제주
'쿠로시오 해류-동아시아 해양건축 실크로도' 주제 기획전. 미디어제주

2018 대한민국 건축문화제 양건 공동위원장은 “섬은 열림과 닫힘의 기능이 있다. 각각의 섬이 지닌 특수성이 무엇인지, 외부세력의 보편적인 문명이 어떻게 지역에 뿌리를 내리는지 보려 했다”며 “쿠로시오 해류를 통해 진짜 교류가 이뤄졌는지에 대한 학술적인 근거를 내놓으라는 사람도 있으나 너무 학술적으로 바라보지 말고 지역간의 교류라는 상징적인 메시지로 봐달라”고 이번 기획전의 의미를 설명했다.

특히 올해 건축문화제는 제주에서 처음으로 열린다. 서울에서 한번 치르면, 지역에서 건축문화제를 한번 치르는 식이다. 제주도가 건축계의 조명을 받은 이유도 있을 법하다.

나경환 제주건축가회 회장은 “제주도는 인구 유입으로 제주다움을 상실해가고 있다. 지역성과 정체성도 잊고 있다. 건축문화제는 이런 것들을 시민들에게 공론화시키는 자리가 될 것 같다. 국내외 건축가들을 모시고 토론을 하며 이런 문제점에 대한 해결방안도 찾아보려 한다”고 강조했다.

강철희 한국건축가협회 회장은 “제주건축이 좋을 때 경제적인 면에서는 상승효과를 봤겠지만 제주도움은 훼손되는 우려도 봤다. 제주다움을 건축으로 해결하는 논의가 이뤄졌고, 제주도내 건축가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전국에 알릴 필요도 있었다. 그래서 제주도에서 건축문화제를 하게 됐다. 경제논리로 개발되고 묵인되는 제주도라는 땅을 이번 기회에 다시 느껴보길 바란다”고 많은 이들이 와서 둘러볼 것을 주문했다.

2018 대한민국 건축문화제는 지난 10일 전시장을 오픈했으며, 오는 21일까지 열린다. 제주도립미술관과 예술공간 이아에서 만날 수 있다. 주제기획전과 함께 공간문화대상 아카이브전 등의 전시는 건축문화제 내내 도립미술관에서 마주할 수 있다.

다음은 2018 대한민국 건축문화제 주요 일정

▲11일 △전문가 건축투어(오후 2시, 제주도내 일원) △젊은건축가위원회 세미나(오후 4시, 도립미술관)

▲12일 △건축기술 실무세미나(오전 10시 30분, 도립미술관) △도시재생 세미나(오후 1시, 도립미술관) △문화공연(오후 2시, 도립미술관) △개막식(오후 3시, 도립미술관)

▲13일 △국제컨퍼런스(오전 10시~오후 6시, 도립미술관)

▲18일 △시민건축투어(오전 10시, 제주도내 일원) △건축영화제(오후 2시, 도립미술관)

▲19일 △시민건축투어(오전 10시, 제주도내 일원) △건축영화제(오후 2시, 도립미술관)

▲20일 △시민건축투어(오전 10시, 제주도내 일원) △건축토크쇼(오후 2시, 도립미술관) △폐막식(오후 5시, 도립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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