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욱일기 단 일본 함정 불참에도 국제관함식이 불편한 이유
욱일기 단 일본 함정 불참에도 국제관함식이 불편한 이유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8.10.06 19:1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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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窓] 1988년, 그리고 2018년… 30년째 이어지는 고민들

[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 내가 대학 새내기였을 때, 과방에 있던 날적이에 선배와 동기들이 끄적거려놓은 글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 중 날짜를 쓰면서 서기 1989년, 단기 4322년 하는 식의 연호 대신 해방 45년, 분단조국 45년, 통일염원 45년 등 이런 식으로 연도 앞에 의미를 부여하는 각자의 연호를 쓰는 게 신기하게 느껴졌던 기억이 난다.

오랜만에 펼쳐든 시집 <출사표>에 ‘우리들 연호를 다시 쓰자’(김찬호, 숭실대)라는 제목이 시가 눈에 들어온다. 올림픽이 열린 1988년을 ‘우리들이 군화발에 소름끼칠 때부터 군사독재 28년이라 쓰거나 총칼 앞에 피바다로 맞섰던 광주민중항쟁 9년이라 쓰자. 그도 아니면 우리들 배 곯는 핑계가 됐던 뼛골 깊이 원수진 올림픽 빚잔치 1년이라 쓰자’면서 연호를 다시 쓰자고 제안하는 내용의 시다.

시를 쓴 이는 마지막 두 연에서 ‘우리들의 연호는 바로 그렇게/피끓는 분노로 쓰면 된다/그 아픔과 서러움/하루 하루/한 해 두 해 처절히 곱씹으며/매일같이 싸움의 장으로/나서게 하면 된다.//그리하여 아 그날/우리들 주인되어 만나는 날/기쁨으로 함께 어우러지는 날/그날/자유의 그날이 오면/부둥켜안고/민중해방 1년/통일조국 원년이라 살아남은 부끄러움으로 벅차게 쓰자.’라고 썼다.

<출사표>. 1988년 서울지역대학생문학연합(서문연)이 펴낸 시집이다. 1학년 새내기 때 학교 근처 사회과학 서점에서 구입했던 책이다. 시집 가격이 단돈 2500원이다. 시집의 맨 뒷장에는 시집을 펴낸 서문연을 간략히 소개한 글이 실려 있다.

‘88년 하반기에 확고한 연대의 필요성을 인식한 각 대학 문학동아리 대표자가 만나 정보교류 차원의 단순한 협의체를 구성하였다. 89년 1월 제1회 청년문학교실을 개최하면서 현 단계 문예운동에 복무할 광범위한 문학대중조직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서울지역대학생문학연합을 건설하게 되었다. 선전국과 창작국 및 4개 지구 위원회로 구성되어 있으며 활발할 문예사업을 벌여나가고 있다.’

시집을 찬찬히 읽다 보니 당시 고민들이 3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와 서정주의 차이

김정헌 (성균관대)

나는
한송이 국화꽃 좀 피울려고
이른 봄부터 소쩍새가
그렇게 쉰소리로 쩍쩍거렸나 보다
고 생각해 본 적도 없고
싹아지 없기로 세계에 이름난
어느 독재자의 대통령 취임식 놀음 때
간드러지는 낱말들 정성스레 엮어
축시랍시고 갖다바친 적도 없다
더 더욱
제국주의자 놈들의 침략을
감동적인 시적 형상화로
미화해 낸 적도 없으니
이봐, 말당(末堂) 선생
언젠가 자네가
대 일본제국의 패망이 그리도 빨리 올 줄은
미처 몰랐다고 털어놓았던 것처럼
훗날 내가
전세계 자유의 수호신이요
영원한 우리의 우방인 아메리카가
그리 허망하게 쫓겨날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양심고백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걸세
대신에 이런 말을 하겠지
이제 민족반역자들을
처단할 때가 되었노라고
알겠나?
자네와 나의 차이를

2018 국제관함식이 10일부터 제주해군기지에서 열린다. 사진은 2013 국제관함식 때 해상 사열 모습. /사진 제공=해군
2018 국제관함식이 10일부터 제주해군기지에서 열린다. 사진은 2013 국제관함식 때 해상 사열 모습. /사진 제공=해군

며칠 후면 제주해군기지에서 국제관함식이 열린다. 4.3 당시 처음 미 군함이 제주에 들어왔고, 당시 미 군정의 책임을 묻기 위한 진상 규명 요구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올해가 하필이면 4.3 발발 70주년이 되는 해다.

일본 해상자위대가 욱일기를 달지 말아달라는 우리 정부의 요청에 결국 불참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욱일기를 단 일본 해상자위대가 불참한다고 해서 국제관함식을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이 달라질 수 없다는 점이다.

미국의 군사 패권주의가 각국의 군비 증강을 부추기고, 전쟁 위험이 사라지지 않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고 본다.

문재인 대통령이 관함식에 참석한 각국 함정의 사열을 받기만 하고 끝나는 행사가 아니라 강정마을 공동체를 비롯한 제주도민, 더 나아가 삶의 터전을 빼앗긴 주민들을 내몰고 이에 항의하는 주민들과 평화 활동가들을 범죄자로 만들어 국민 분열로 몰아가면서 해군기지 공사를 강행한 데 대해 정부를 대표해 도민들 앞에 진심으로 사과해야 하는 이유다.

2018 생명평화대행진 참가자들이 제주해군기지 공사장 정문 앞을 지나고 있는 모습. ⓒ 미디어제주
2018 생명평화대행진 참가자들이 제주해군기지 공사장 정문 앞을 지나고 있는 모습. ⓒ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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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길천 2018-10-07 13:03:53
제주도를 군사 기지화 할려는 미국의 음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