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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전 베트남 꽝남성 퐁니·퐁넛 마을에서 무슨 일이?”
“50년 전 베트남 꽝남성 퐁니·퐁넛 마을에서 무슨 일이?”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8.10.05 13: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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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전 한국군 민간인 학살 19년간 추적한 고경태 기록전 제주서
8일부터 21일간 아트스페이스·씨 … 강우일 주교 ‘똑똑 콘서트’도

[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 반세기 전 베트남 전쟁 당시 베트남의 한 마을에서 있었던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 50주기를 기억하고 성찰하기 위한 전시회가 제주에서 열린다.

오는 8일부터 28일까지 21일간 아트스페이스·씨에서 열리는 ‘한마을 이야기 – 퐁니·퐁넛’ 기록전 얘기다. 이번 기록전에서는 1968년 2월 12일 베트남 중부 꽝남성의 퐁니·퐁넛 마을에서 일어난 베트남전 참전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사건을 추적해온 한겨레 고경태 기자가 19년 동안 추적해온 기록을 만날 수 있다.

한베평화재단(이사장 강우일)과 천주교 제주교구 복음화실 공동주최, 아트스페이스·씨와 성프란치스코평화센터가 후원하는 이번 기록전은 꽝남성 학살 50주기를 기억하고 성찰하기 위해 서울을 시작으로 베트남 파병의 출항지였던 부산과 노근리 학살의 아픔을 가진 청주를 거쳐 제주에서 네 번째 마련된 자리다.

행사를 기획한 서해성 작가는 ‘현무암은 왜 구멍 숭숭 우는가’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그날 제주는 거대한 퐁니·퐁넛이었다”며 “현무암은 그걸 기억하고 있는 제주 사람의 넋이자 초상”이라고 베트남 민간인 학살과 제주의 현무암이 결코 무관치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2000년 6월 기밀이 해제되면서 세상에 알려진 퐁니·퐁넛 학살 관련 미군 조사보고서를 사진과 함께 최초로 보도한 고경태 기자도 “누군가에겐 영원히 말도 안되는 이야기, 누군가에겐 영원히 계속되는 트라우마, 1968년 퐁니·퐁넛은 1948년 제주에 기대어 있다”고 썼다.

행사를 마련한 한베평화재단 관계자는 “‘평화의 섬’ 제주가 4.3이라는 비극의 역사를 안고도 끝모를 군사주의로 인해 오히려 ‘평화를 잃은 섬’이 돼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는 10일부터 14일까지 제주해군기지에서 열리는 국제관함식이 제주4.3 70주년에 열리면서 70년만에 다시 미 해군의 항공모함이 제주에 들어오고 베트남을 비롯한 14개국의 군함이 집결하는 행사라는 점을 직접 겨냥한 비판의 메시지다.

베트남 퐁니·퐁넛 마을에 잇닿아 있는 제주4.3의 잃어버린 마을들, 그리고 강정과 성산으로 이어지는 ‘고통의 연대’를 위해 이번 기록전이 제주를 찾은 이유라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전시 개막일인 8일 오후 5시 오픈 초대 시간에는 기록자인 고경태 기자와 행사를 기획한 서해성 작가, 한베평화재단 구수정 상임이사가 함께 하는 전시 해설가 토크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전시 기간 중 부대행사로 9일 오후 3시에는 천주교 제주교구 중앙주교좌 대성당에서 강우일 주교와 평화를 노래하는 가수 홍순관이 함께 하는 ‘똑똑 콘서트’도 열릴 예정이다.

다음은 이번 기록전을 기획한 서해성 작가의 글이다.

현무암은 왜 구멍 숭숭 우는가
한날한시에 그 여인네들 눈물 떨어져 구멍 파인 까닭이지.

현무암은 왜 곰보 빡보로 앓는가.
배고픈 아버지들 쓰러진 중산간 밤낮 모르고 총 맞은 흔적이지.

현무암은 왜 비 개인 유채밭 사이에서 검은 눈물 흘리는가.
제주 사람들 가슴 가슴에 몰래 묻힌 까닭이지.

현무암은 왜 올레길 발길 밑에서 구르는가
송송 뚫린 귀로 따라둘어가 식구들 도란도란 듣고 싶은 발싸심이지.

현무암은 왜 여적지 우는가.
탐라 할망 구멍 숭숭 바람 부는 까닭이지.

********

제주 어디나 구멍 뚫린 현무암이 널려 있다.
어떤 이는 바람구멍이라고도 하고, 어떤 이는 용암이 굳을 때 공기가 들어가서 생긴 거라고도 한다. 검은 현무암에 귀 대고 가만히 들어보라.
그날 제주는 거대한 퐁니 퐁넛이었다.
현무암은 그걸 기억하고 있는 제주 사람의 넋이자 초상이다.
제주는 조금 일찍 온 퐁니 퐁넛이었다.

여기 비엣남의 한 마을을 19년 동안 추적해온 고경태의 기록전으로 소개한다.
어느 날 현무암이 된 동네.
총탄자국, 눈물자국으로 구멍 숭숭 뚫린 마을, 퐁니와 퐁넛.
제주와 비엣남에서 같은 지휘관이 쓸어버린 사람들.
현무암은 왜 구멍 숭숭 우는가.
눈 뜨고 가만히 들여다보라.
듬성듬성 물 고인 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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