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0 10:04 (토)
“세계적 제주국제관악제를 이젠 전문 기획자가 맡아야”
“세계적 제주국제관악제를 이젠 전문 기획자가 맡아야”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8.08.16 14: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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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뮤지컬 ‘추억처럼 사랑하다’를 무대에 올린 프랑스인들

​​​​​​​“제주4·3은 평화의 중요성을 느끼게 해주고 그게 예술이 된다”
“제주국제관악제는 톱클래스 무대…좀 더 소통 기회 됐으면”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올해는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지 100주년을 맞는 해이다. ‘세계대전’이라는 이름이 붙었듯이 30여개국이 넘는 나라가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 사망자만도 군인과 민간인을 포함해 1800만명에 달한다. 대학살이라는 표현을 붙여도 손색이 없다. 그럼에도 세계전 혹은 국지전은 현재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유럽처럼 20세기 아픔을 안고 있다. 한국전쟁이 있었고, 제주도로 제한을 하면 4·3이 있다.

전쟁은 아픔을 겪은 이들에겐 고통이다. 다시 일어나지 않기만을 바란다. 그런 의미를 담은 뮤지컬을 제주에 들고 온 프랑스인들을 만나는 행운을 얻었다. 그들은 엊그제 제주에서 뮤지컬을 선보였다. 아시아 무대와는 첫 만남이어서 더 의미를 더했다. 프랑스인들이 들고 온 뮤지컬은 <추억처럼 사랑하다>이다. 그들이 제주국제관악제에 뮤지컬을 올렸고, 감동을 선사했다.

뮤지컬 '추억처럼 사랑하다'를 아시아에 처음으로 선보인 프랑스인들. 왼쪽부터 뮤지컬 연기지도를 맡은 페린 포베, 지휘자 필립 랑글레, 연출 브리노 라자라. 미디어제주
뮤지컬 '추억처럼 사랑하다'를 아시아에 처음으로 선보인 프랑스인들. 왼쪽부터 뮤지컬 연기지도를 맡은 페린 포베, 지휘자 필립 랑글레, 연출 브뤼노 라자라. ⓒ미디어제주

감동을 전해준 <추억처럼 사랑하다>는 가족 이야기를 담고 있다. 쿠드봉윈드오케스트라 지휘자인 필립 랑글레(68), 그의 아들인 피에르 랑글레(35)가 자신들의 이야기를 입혔다. 연출은 브뤼노 라자라(50), 연기지도는 페린 포베(36)가 맡았다. 특히 지휘자 필립의 아들은 뮤지컬의 시나리오를 쓰고, 자신이 남자 주연도 맡았다. 피에르는 제주에 머물며 열정을 쏟는 바람에 지쳐서 기자와의 만남은 성사되지 못한 점이 못내 아쉬웠다고 할까.

“할아버지 형제들 이야기입니다. 4명이 전투에 참가했는데 한 분만 살아 돌아오셨어요. 그런데 그렇게 아픈 전쟁은 21세기에도 계속되고 있어요. 시리아 내전도 그렇잖아요. 전쟁을 왜 하는지 모르겠어요. 이득을 얻는 사람만 있을 뿐이죠.”

랑글레씨는 전쟁의 문제점을 열거했다. 그는 전쟁으로 이득을 얻는 이는 극소수이며, 서민들이 희생의 대상이라고 했다. 자신의 할아버지 이야기를 무대에 올린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뮤지컬 '추억처럼 사랑하다'는 1차 대전 종전 100년을 기념하기 위해 기획됐다. 1차 대전에 참전했던 랑글레씨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미디어제주
뮤지컬 '추억처럼 사랑하다'는 1차 대전 종전 100년을 기념하기 위해 기획됐다. 1차 대전에 참전했던 랑글레씨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미디어제주

<추억처럼 사랑하다>는 가족 이야기를 중심으로 시나리오도 쓰고, 무대에 올릴 준비를 해왔다. 그러다 3년전 호주사람의 이야기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프랑스 전투에서 죽은 할아버지 시신을 찾으러 헤맨 호주사람의 이야기는 프랑스인들의 심금을 울렸다. 그 호주사람은 숲에서 250명의 유골을 찾아내기도 했다. 뮤지컬을 들고 온 랑글레씨는 프랑스 북부에 있는 파드칼레 주에서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있다. 1차 대전 당시 파드칼레 주의 한 지역인 아라스에서는 피나는 전투가 이어졌다. 1주일만에 30만명이 희생되는 끔찍한 현장이기도 했다. 호주사람들의 피해도 컸다. <추억처럼 사랑하다>엔 가족의 이야기와 함께 호주사람이 영감을 준 이야기도 담겼다.

1차 대전 100주년은 오는 11월 11일이다. 당시 적들이 파리에 모여 협약을 맺는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추억처럼 사랑하다>는 더 뜻깊게 다가온다. <추억처럼 사랑하다>는 지난해 11월 11일 초연된 이후 줄곧 무대에 올려지며 전쟁의 문제점을 이야기하고 있다.

연출을 맡은 라자라씨는 예술이 전쟁을 극복하고, 승화시킨다고 말한다. 그의 말을 잠시 옮겨보자.

예술의 중요성을 설명하는 연출자 라자라씨. 미디어제주
예술의 중요성을 설명하는 연출자 라자라씨. ⓒ미디어제주

“올해가 4·3 70주년이라고 하더군요. 8월 15일은 한국의 광복절이고요. 이런 것들은 평화의 중요성을 느끼게 해주죠. 그게 예술이 되기도 합니다. 예술로 전쟁을 한 적은 없기 때문입니다.”

짧은 체류이지만 그들은 많은 걸 안고 간다. 아시아에서 그들의 뮤지컬을 처음으로 선보였고, 제주의 풍광도 만끽했다. 그들은 제주도는 프랑스와 다른 매력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제주국제관악제에 대해서는 못내 아쉬움을 전했다. 자원봉사는 군더더기 없었으나 총괄 기획엔 아쉬움을 숨기지 않았다.

“제주국제관악제 음악 수준은 매우 높아요. 톱 클래스라고 할 수 있어요. 그들이 함께 모여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이 전혀 없었어요. 마지막날 리셉션이 처음이었으니까요.”(지휘자 랑그레)

“제주국제관악제는 세계적으로도 알려졌어요. 하지만 관악제 전체를 기획할 진행 전문가가 있어야 합니다. 와서 보니 콘서트를 무대에 올리는 것만 집중을 하더군요. 또한 우리는 지구 반대편에서 왔어요. 관객과 소통을 할 기회를 갖고 싶었는데 그러질 못했어요.”(연출가 라자라)

그래도 그들에겐 제주는 매우 인상 깊은 곳이다. 올해만 온 게 아니기에 그렇다. 제주국제관악제 단골이면서, 또 제주에 올 날을 손꼽는다. 물론 그들은 제주국제관악제의 더 나은 무대의 주인공이기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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