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19 17:38 (금)
제주 제2공항, 삼나무 숲길 훼손보다 더 큰 재앙입니다
제주 제2공항, 삼나무 숲길 훼손보다 더 큰 재앙입니다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8.08.09 15: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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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窓] 사라지는 비자림로 삼나무 숲길에 분노하시는 분들께

[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 며칠째 제주 관련 소식이 연일 인터넷과 SNS 여론을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제주특별자치도가 비자림로 확·포장 공사를 추진하면서 아름드리 삼나무 수백그루를 한꺼번에 베어낸 참혹한 모습이 TV 뉴스와 신문 지면을 도배하다시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급기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제주도의 아름다운 비자림이 파괴되지 않게 막아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까지 등장했습니다. 8일부터 시작된 이 국민청원에는 9일 오후 3시20분 현재 8600명이 넘는 인원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천년의 숲’ 비자림과 이번 확·포장 공사로 훼손되고 있는 비자림로가 다른 곳이라는 것은 굳이 자세히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제주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갖고 계시거나 한 번 인터넷에 검색해보시기만 해도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이번 사안을 보면서 저는 개인적으로 사람들이 당장 눈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해서만 유독 뜨겁게 분노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방도 1112호선인 이 도로는 지난 2002년 건설교통부가 추진한 제1회 아름다운 도로에서 대상으로 선정돼 대통령상을 수상했던 곳입니다. 그만큼 제주도민들 뿐만 아니라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 사이에서도 손꼽히는 드라이브 코스로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문제는 이번 사업이 비자림로 확포장 사업만으로 끝나지 않을 거라는 데 있습니다.

제주도가 지난 8일 내놓은 해명 자료를 보면 ‘향후 제2공항 건설이 가시화되면 국가지원 지방도(번영로) 노선 중 대천~표선 구간을 대천~송당~금백조로로 경과지를 변경해 송당~수산 구간을 4차로로 확·포장하는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서귀포시 성산읍 수산리와 표선면 성읍리를 이어주면서 제주 동부지역 오름 군락을 관통하고 있는 금백조로. /사진=다음 스카이뷰 화면 갈무리
서귀포시 성산읍 수산리와 표선면 성읍리를 이어주면서 제주 동부지역 오름 군락을 관통하고 있는 금백조로. /사진=다음 스카이뷰 화면 갈무리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이 변경되는 경과 구간에 포함된 금백조로입니다.

제주 동부 지역의 오름 군락을 관통하는 이 도로 확·포장 공사가 진행되면 이번 비자림로 훼손보다도 더 심각한 자연 훼손이 불가피할 것은 불보듯 뻔한 일입니다.

이번 사안은 비자림로 2.9㎞ 구간 훼손만으로 끝나는 일이 아닙니다. 제주도가 해명자료를 통해 밝혔듯이 제2공항이 가시화되면 아예 번영로의 일부 경과 구간이 변경되면서 제주 동부지역의 오름 군락을 관통하는 금백조로 확·포장 사업이 예정돼 있기 때문입니다.

제주의 대표적인 아름다운 숲길이 사라지는 게 안타까우신가요? 그렇다면 당장 지금부터 제주 섬에 2개의 공항이 과연 필요한 것인지, 제주공항 확충 타당성 검토 용역 등 그동안 진행돼온 제2공항 추진 과정에 문제는 없었는지 등 문제를 관심을 갖고 지켜봐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애초 제2공항 건설 사업이 아니었다면 이번 비자림로 확포장에 따른 삼나무 숲길 훼손도 없었을 것이고, 앞으로 예정돼 있는 금백조로 확포장에 따른 제주 동부지역의 아름다운 오름 군락을 관통하는 도로 변의 나무들이 잘려져나가는 일도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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