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는 제주답고, 화북은 화북다워야 한다”
“제주는 제주답고, 화북은 화북다워야 한다”
  • 김은애 기자
  • 승인 2018.07.30 17: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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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제주 NEW 삼무형 주거환경관리사업’ 변경안 주민 설명회 개최
화북 주민들, '반대' 여론에 한목소리…"그대로 두면 마을은 보존된다"
지난 28일, 제주시는 ‘제주 NEW 삼무형 주거환경관리사업’에 대한 화북 주민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주민설명회를 개최했다.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2017년 3월과 5월, 제주시는 화북1동 4086-1번지 일원에 ‘제주 NEW 삼무형 주거환경관리사업(화북금산지구)’을 진행하겠다고 밝히며 두 차례의 주민설명회를 개최했다.

제주시가 밝힌 ‘제주 NEW 삼무형 주거환경관리사업’은 화북마을의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도민의 삶의 질을 향상하겠다는 것이 그 목적이다. 사업 기간은 2016년부터 2019년까지며, 20억 내외의 도시주거환경정비기금을 사용할 예정이다.

하지만 같은 해 7월과 9월, 지역 주민들은 ‘이 사업은 현재 화북 주민의 주거 상황과 지형의 고려 없이 획일적인 십자형 바둑판 도로를 개설하는 것에 불과하다”면서 “화북의 옛 골목길을 지켜달라”는 내용으로 민원을 접수했다.

민원인의 수는 7월 106명에서 9월 612명으로 늘어났고, 사업을 진행하려던 제주시는 잠시 사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2018년 7월 28일, 제주시는 주민들의 의견을 듣기 위한 사업설명회를 화북마을회관에서 다시 열었다.

이번 설명회를 통해 제주시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사업이 진행될 도로 개설 구간에 변화가 생겼다.

제주시가 발표한 ‘제주 NEW 삼무형 주거환경관리사업’ 내용. 우측이 이번 설명회를 통해 제시한 변경안이다.

제주시 도시재생과 김태승 과장은 변경된 위치도를 공개하며, “빨간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새로 도로가 정비될 위치다. 여기에 지역 주민들의 생각이 어떤지 알기 위해 공청회를 열었다”라고 밝혔다.

용역을 맡은 A업체 관계자는 “이번 사업의 목적은 좁은 마을 안길을 정비, 가로등 및 보안시설∙소화시설 확충, 낡은 우∙오수 및 배수시설 정비 등이다. 소방도로 확보로 안전한 보행환경을 조성하고, 각종 안전사고를 예방하며, 쾌적한 거주환경을 조성하려 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제주시가 밝힌 '제주 NEW 삼무형 주거환경관리사업'의 목적.

하지만 설명회는 잠시 중단되어야 했다. 용역 업체의 본격적인 설명에 앞서, “이 계획(사업)이 수립된 지 몇 년이 되었는지 아느냐”라는 호통이 들렸기 때문이다. 언성을 높인 당사자는 화북 마을의 주민으로, “우리(주민들)는 이 사업을 100% 동의한 적이 없다”면서 사업 추진에 반대 목소리를 냈다.

이에 김태승 과장은 “사업 시행이 지정된 것은 40년이 됐다. 하지만 지역 주민이 반대한다면 진행이 힘들다. 작년에 다수 민원신청을 받았기 때문에, 지역 주민들의 의견이 궁금해 사업설명회를 개최했다”면서 “일단 사업 내용을 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김 과장은 “바뀐 위치도에 따르면, 세 집 정도만 동의하면 본 도로 개설이 가능하다”면서 사업 추진 의지를 밝혔다.

제주시가 추진하려는 이번 사업에는 ‘좁은 마을 안길 정비’라는 항목이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마을 안길을 넓게 트는 공사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안길에 걸쳐진 집들을 헐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화북 마을 주민들은 각자 여러 가지 이유로 사업에 반대 뜻을 표명했다.

주민 A씨는 “나는 90세 이상 되신 어머니와 아버지를 모시고 산다. 지금 형태의 주거 환경과 똑같은 환경을 조성해준다면 찬성이다. 하지만 그것이 안 된다면, 50년 동안은 (지금의 집에) 살아야 겠다. 환경 조성이 안 되면, 절대 반대하겠다”라고 밝혔다.

제주시 도시재생과 김태승 과장이 화북 주민들을 상대로, ‘제주 NEW 삼무형 주거환경관리사업’의 변경안을 설명하고 있다. 

주민 B씨는 “사업 추진에 반대한다. 이유는 첫째, 현재 식당을 20년 넘게 운영하고 있어 ‘생존권’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둘째, 사업 내용을 보면 ‘소방도로 확보 및 안전한 보행환경 조성’을 위해 좁은 마을 안길을 정비하겠다고 했는데, 현재 도로에 구급차가 충분히 들어올 수 있는 상태다. 도로로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아니다. 보안 시설 또한 잘 되어 있기 때문에 새로 도로를 내어 설치할 필요가 없다. 오수∙배수시설 역시 집마다 잘 되어있다”라고 말했다.

주민 B씨는 “2017년 7월 12일, 화북동민 70여 명과 제주도민 30여 명은 ‘사업을 중단해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제주도지사, 도의원, 의장, 시청 등에 보냈다. 하지만 답변이 지금까지 없다”면서 “이른 시일 내 해결을 해줘야 한다. 누군가에겐 생존권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전의 사업설명회 때, 정비구역에 해당하는 10가구 중 동의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라며 “사업을 한다 혹은 안 한다는 답변을 빨리 해달라”고 강조했다.

주민 B씨는 “사업 관련, 시에서 나온 예산이 나온 것으로 아는데, 보상 계획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김태승 과장은 “현재 사업 관련 용역을 시행 중이다. 사업 시행 구역이 확정되면, 직접 주민들을 찾아뵙고 보상하겠다. 현재는 지역 주민 간 이견이 있어 사업 수행이 어려운 상태다”라고 답했다.

이날 자리에 참석한 도시재생위원회 김석윤 위원장은 “화북마을은 100여 년 간 버려진 마을로 흘러왔다”면서 “현재 제주시가 시행하려는 이 사업은 도시계획선을 근거로 도로를 정비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화북의 도시계획선은 그어진 지 40년이 넘었다. 이 오래된 도시계획선을 기준으로 사업을 시행하게 되면, 개인 간 갈등의 소지가 많다. 그런데 제주시는 왜 옛날 법을 가지고 사업을 시행하려는 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김석윤 위원장은 “사업 소식을 듣고 고경실 제주시장을 찾아가 ‘왜 40년 전 계획으로 마을을 갈라놓으려 하느냐’고 물었다. 고 시장은 ‘이미 시작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답했다”면서 “화북마을도 새 정부의 도시재생정책에 근거해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도시재생차원에서 마을을 그대로 둔 채 정부 재산으로 도서관 마을을 조성하는 곳, 박물관 마을을 만드는 곳 등 여러 사례가 있다”면서 “우리(화북동)도 수입을 창출할 수 있는 협동사업도 하고, 새 정부의 새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제주시에) 건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제주시가 추진 중인 주거환경개선사업을 하지 말고, 도시재생활성화 방향으로 재검토해달라는 당부를 하기도 했다. 또한, “40년 전 도시계획을 가지고 길을 내는 곳이 어디에 있느냐”며 “이런 도시계획 하는 곳은 없다. 제주시에서 이런 부분을 솔직하게 말하지 않는 부분도 있는 것 같다”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김태승 과장은 “최근 도시개발 형태가 다양화되고 있다. 도로만 개설하는 방법이 있고, 도시재생기법도 있다. 행정이 일방적으로 결정했던 과거와는 달리, 도시재생을 위해서는 주민의 의견이 가장 중요하다”라면서 주민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주민 C씨는 “현재 도시계획을 백지화시키면 화북 마을은 그 모습을 그대로 지킬 수 있다”면서 “기본 인프라를 만들어 놓고 도로를 확충해야 개발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삼양동의 경우가 그렇다. 옛날 마을의 길을 개발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라며 사업에 반대표를 던졌다.

 ‘제주 NEW 삼무형 주거환경관리사업’ 주민설명회에 참석한 화북동민 및 도민들.

사업 구역의 인근 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민 D씨는 “아파트를 지을 당시, 도시계획에 의해 건물을 지을 수 없다고 해서 현재 위치에 건설했다. 주차 공간은 주민 동의로 만들었다. 하지만 사업이 진행되면 주차장이 없어진다. 사업을 밀어붙인다면, 개발된 도로는 주차장화될 수밖에 없다”면서 주차 문제를 거론했다.

그는 “현재 20~30대의 주차 공간이 도로개발로 인해 없어지면 어디에 차를 세우겠냐”라며 “도로 확충을 위해 주차공간을 없애야 한다면, 주차장을 대체할 방법을 제시해달라. 주민이 편안하게 살 수 있는 사업을 추진하면 좋겠다”라고 소망했다.

“제주도는 제주도답고, 화북은 화북다워야 한다. 그대로 두면 마을은 보존된다”라며 옛 골목길을 그대로 두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주민 E씨는 “나는 사업이 시행되면, 보상받을 수 있는 위치에 사는 주민이다. 사업을 찬성할 입장에 있지만, 반대하는 이유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화북 마을은 역사가 있는 마을이다. 화북포구는 단지 자그마한 포구가 아니라, 조선시대 목사가 들어왔던 포구다. 제주시가 화북진성을 복원해줘야 목관아와 연결될 수 있다”라며 옛것을 지켜달라는 목소리를 냈다.

이날 주민설명회에는 사업을 찬성하는 목소리보다, 반대하는 목소리가 월등히 높았다.

제주시 도시재생과 관계자는 “현재 사업을 반대하는 주민이 많아서 사업 시행 여부는 확정된 바가 없다. 사업 시행은 잠정 보류된 상태다”라며 “제주시는 마을과 꾸준한 대화를 통해 다시 사업 진행 여부를 결정할 예정”임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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