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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위 파악없이 내용 공유해도 비방 목적 아니라면 명예훼손 아니”
“진위 파악없이 내용 공유해도 비방 목적 아니라면 명예훼손 아니”
  • 이정민 기자
  • 승인 2018.07.11 1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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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지법 ‘남이 쓴 비방 글’ SNS 공유 남‧여 무죄 선고…검찰 항소

[미디어제주 이정민 기자] 남이 쓴 비방 글의 진위여부를 파악하지 않고 내용을 SNS(사회관계망서비스) 공유하더라도 가해자로 표현된 사람을 비방할 동기가 없다면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결이 나왔다.

제주지방법원. ⓒ 미디어제주
제주지방법원. ⓒ 미디어제주

제주지방법원 형사2단독 황미정 판사는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이모(28)씨와 송모(30‧여)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11일 밝혔다.

이씨와 송씨는 2016년 10월 26일 자신들의 SNS에 서모씨가 인터넷 상에 올린 글을 공유한 혐의로 기소됐다.

서씨는 자신과 교제했던 남성을 '작가이자 대학교수 H'로 지칭하며 "술을 마셔 취했고 정신을 차려보니 모텔이었다. 불쾌했다. 그는 나를 만나면서 폭언을 일삼았고 위협하고 협박하기도 했다" 등의 내용으로 글을 작성해 인터넷 상에 올렸으나 해당 남성은 그러한 행동을 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로 인해 이씨와 송씨는 피해자(서씨가 쓴 글의 남성)를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공연하게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가 적용됐다.

황미정 판사는 그러나 "'허위사실 적시 정보통신망을 통한 명예훼손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적시된 내용이 객관적으로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 뿐만 아니라 피고인이 적시된 사실을 허위로 인식하고 이를 적시했다는 점이 모두 증명돼야 하지만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또 "원글 자체만으로 글의 작성자를 알 수 없고 가해자로 묘사된 사람의 인적사항이 특정되지 않은 점을 고려할 때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들이 원글 작성자가 서모씨라는 것과 가해자로 묘사된 사람이 누구라는 것을 알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황 판사는 "증거에 비춰 피고인들이 행위 당시 '자신들이 관련된 미술계에서의 미투운동에 힘을 싣고자 했다'고 주장하는 목적 외에 가해자로 묘사된 사람을 비방할 동기를 가지고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한편 이씨와 송씨에게 각 벌금 30만원과 70만원을 구형한 검찰은 1심 판결에 불복, 항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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