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 독식’ 아닌 제주 지방정치 한 단계 성숙시키는 계기 만들어야
[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 민선 7기 원희룡 제주도정이 제주시장과 서귀포시장 임기 만료에 따른 양 행정시장 공모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지난 6일 양 행정시장 직위에 대해 개방형 직위로 공개모집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원희룡 지사가 지난 4일 제11대 제주도의회 원 구성이 이뤄지자마자 김태석 의장 등을 만난 자리에서 행정시장 등 정무직 인사에 대한 의견을 제시해줄 것을 요청하면서 가능하다면 추천까지 해줄 것을 제안한 후 곧바로 공모 절차에 들어간 것이다.
원 지사는 의회에 이같은 제안을 한 후 도청 출입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지난 6.13 지방선거 결과 더불어민주당이 절대다수 의석을 차지하게 된 도의회와 무소속 도지사를 선출한 도민 뜻에 비춰 의회와 제주도정의 협력, 그리고 정당을 뛰어넘는 초당적인 협력을 통해 도민 뜻을 반영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그 취지를 설명했다.
도의회와 각 정당, 도민 사회에서 추천 또는 의견을 제시해달라면서 도민 통합과 도민과의 소통, 공직 혁신을 이뤄낼 수 있는 인사였으면 한다고 3가지 기준을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냉정하게 들여다보면 원 지사의 이같은 제안은 협치를 위해 먼저 손을 내밀었다는 ‘제스처’에 그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원 지사로서는 4년 전 민선 6기 초반 도의회와 첨예한 갈등을 빚었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뜻을 먼저 드러내 보인 셈이지만, 협치의 파트너라고 할 수 있는 도의회 또는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으로서는 행정시장 등 인사를 ‘추천’해달라는 원 지사의 요청을 선뜻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무직 인사에 대한 ‘추천’을 받는다는 것이 한 사람의 자리를 챙겨주는 것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그 인물을 통해 구현하고자 하는 정책을 수용하겠다는 것인지 여부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도의회나 민주당으로서도 어떤 인사를 추천할 경우 그 인사를 추천한 정치적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원 지사로서는 밑도 끝도 없이 행정시장 추천을 제안할 것이 아니라 민주당을 비롯한 도내 정당과의 연정을 제안하는 것이 자신의 진정성을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민주당과의 연정 실험이 성공한다면 51.72%의 득표율로 재선에 성공한 원 지사가 상대 후보를 지지한 40.01% 제주도민의 표심을 끌어안으면서 진정한 도민 통합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연정은 승자 독식의 정치가 아니라 제주의 지방정치를 한 단계 성숙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바로 이런 점에서 원 지사가 단순히 인물 추천을 해달라고 제안할 것이 아니라 과감하게 연정을 제안하는 카드를 꺼낸다면 무소속 도지사로서 민선 7기 제주도정의 정책을 추진해 나가는 데도 동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만약 원 지사와 민주당의 연정이 성사된다고 하더라도 서로 자리만 나눠갖는 ‘떡반 나누기’ 식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