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5 17:37 (목)
“4.3의 비극, 반공우익 세력이 4.3의 역사마저 탄압”
“4.3의 비극, 반공우익 세력이 4.3의 역사마저 탄압”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8.06.28 16: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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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셔록 미국 ‘더 네이션’ 기자의 시선으로 본 제주4.3
“4.3과 5.18, 미국 역할은 달랐지만 결과는 비슷했다”
미국의 탐사보도 전문 기자인 팀 셔록 ‘더 네이션’ 기자가 28일 제주포럼 마지막날 4.3 관련 세션에서  ‘미국 기자가 본 4.3과 5.18’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 미디어제주
미국의 탐사보도 전문 기자인 팀 셔록 ‘더 네이션’ 기자가 28일 제주포럼 마지막날 4.3 관련 세션에서 ‘미국 기자가 본 4.3과 5.18’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 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 “미국의 역할은 제주4.3과 광주5.18에서 분명히 달랐지만 그 결과는 비슷했습니다. 두 경우 모두 미국을 등에 업은 한국 정부에 대항한 민중항쟁 진압에 미국이 직접적으로 개입했던 것입니다. 이것은 1945년 이후 계속된 미국의 한반도 개입 전통의 일환이므로 이러한 관점으로 두 사건을 검토해봐야 할 것입니다”

제13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 마지막날, 제주4.3연구소 주관으로 진행된 ‘외신이 본 제주4.3’ 세션에서 미국의 탐사보도 전문 기자인 팀 셔록 <더 네이션> 기자가 주제발표 중 꺼낸 얘기다.

팀 셔록 기자는 ‘미국 기자가 본 4.3과 5.18’ 주제발표에서 4.3과 5.18의 유사점에 대해 “한국전쟁 시기 게릴라 활동을 제외한다면 4.3과 5.18은 미국이 지지하는 정권에 지역적으로 맞선 무장 민중 봉기로 한국 역사상 유례가 없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그는 “4.3과 5.18은 미국과 결탁한 군사정권에 맞선 봉기이므로 두 사건 모두 냉전 속 ‘자유 투쟁’이라는 세계사의 일환으로 보는 것이 마땅하다”면서 “미국인 대다수의 믿음처럼 냉전에서는 누구도 승리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주는 기념비적 사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동맹 정부에 맞서 자유투쟁을 벌인 한국, 엘살바도로, 칠레, 인도네시아 같은 나라들이 냉전에서 승리한 쪽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패배한 쪽도 아니었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에 그는 “제주와 광주의 항쟁은 미국과 소련, 그리고 그들 각자의 동맹국이 서로 다른 시각으로 전개한 냉전의 시대사를 돌아보게 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특히 그는 “제주4.3이 가진 비극 중 하나는 장기 집권에 성공한 반공우익 세력이 4.3의 역사마저 탄압했다는 사실”이라면서 제주4.3의 역사를 밝히고 조사할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만 무려 40년의 시간과 민주 혁명이 필요했다는 데 주목했다.

일반 시민들이 보복에 대한 두려움 없이 제주4.3을 공개적으로 논하게 된 것 역시 4.3특별법이 제정된 후의 일이라는 점을 들기도 했다.

또 그는 “4.3과 5.18은 미국과 한국 당국이 두 항쟁을 묘사하면서 ‘폭동’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는 점도 비슷하다”며 이 ‘폭동’이라는 용어가 제주4.3과 광주5.18 관련 미국 문건에 전반적으로 등장하면서 민중항쟁을 몰지각한 재산 손괴 행위이자 공권력에 대한 이유 없는 공력으로 규정하기 위해 사용된다고 지적했다.

이 대목에서 그는 ‘폭동’이라는 용어는 민중 봉기에 대한 정부의 탄압을 정당화하기 위해서도 사용된다면서 “미국에서도 여러 차례 이런 현상이 있었다는 점을 꼭 덧붙이고 싶다”고 말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제주도민들과 광주시민들이 역사 탄압에 더해 4.3과 5.18의 진상 공개에 반대하는 우익과 전직 신군부 세력의 공격을 감내해야만 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4.3과 5.18의 가장 중요한 유사점은 두 항쟁의 진압 과정에서 미국이 수행한 역할”이라면서 “1945년 이후 한미 관계를 보다 깊이 이해하는 데 있어 이러한 유사점을 파악하는 일은 대단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양국 국민은 이러한 관계를 지속적으로 연구, 정의와 화해라는 기치 아래 제주4.3과 광주항쟁 당시 미국의 역할을 완전히 공개해야 한다”며 자신도 역사적 진실을 파헤치는 이러한 활동을 지지하며, 광주항쟁의 진실을 밝히려는 자신의 노력이 한미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는 소망을 전했다.

한편 팀 셔록 기자는 지난해 5.18기록관에 3530쪽 분량의 59개 기밀문서를 기증하는 등 5.18의 진실을 밝혀내는 데 큰 도움을 준 인물로 알려져 있다. 5.18 당시 미국 정부와 신군부 사이에 오간 비밀통신 기록 ‘체로키’ 파일을 폭로하는 지난해 기자회견에서 그는 “당시 미국 정부가 전두환 신군부 내부 시민군 동향 등을 상세히 파악하고 있었음에도 광주항쟁이 한국과 자국 안보 이익에 위협을 초래한다고 결론지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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