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5 16:21 (목)
“무대 위 조명 아래. 너와 나의 날개, 돋다”
“무대 위 조명 아래. 너와 나의 날개, 돋다”
  • 김은애 기자
  • 승인 2018.06.19 17:2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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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회 전국청소년연극제 제주대표 출전팀
영주고 공연제작동아리 ‘날개, 돋다’를 만나다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연극을 사랑하는 청소년이라면 손꼽아 기다리는 전국적인 축제 ‘제22회 전국청소년연극제’가 어느덧 약 한 달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7월 26일부터 8월 5일까지 전주에서 열리는 전국청소년연극제에서는 지역별 예선을 통해 우승한 청소년팀들이 모여 경합하게 된다.

지난 3일부터 7일까지 진행된 제주예선에서는 영주고등학교 공연제작동아리가 우승을 차지했다.

<노란달(作 데이비드 그레이그)>이란 작품으로 영예의 1위를 수상해 전국대회에 진출하게 된 영주고 공연제작동아리 ‘날개, 돋다’를 만나보자.

영주고 '날개 돋다' 단원들과 서문원 선생.

2016년 공식 출범한 ‘날개, 돋다’는 작년까지 뮤지컬 공연을 중심으로 활동해왔다. 그러다 올해 처음 전국대회를 목표로 도전한 것이 바로 연극, <노란달>이다.

<노란달>은 공연 시간이 1시간 30분이 훌쩍 넘는 장막극이다. ‘날개, 돋다’는 공연을 위해 극의 일부를 덜어냈지만, 그래도 공연 시간은 약 65분가량이다.

이러한 장막극은 프로 배우들도 쉽지 않을 터. 탄생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생 동아리가 어떻게 제주예선 무대에서 1위를 차지할 수 있었을까?

“점심시간에 30분, 방과 후 2~3시간… 틈날 때마다 연습했어요. 초창기에는 1주일에 한 번 정도 모였는데, 예선 날짜가 다가왔을 땐 거의 매일 연습했던 것 같아요.”

‘날개, 돋다’의 회장이자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2학년 김준원 학생이 말했다. 중학교 때부터 영화배우가 꿈이었던 그는 동아리를 통해 접한 연극의 매력에 푹 빠졌다.

‘날개, 돋다’의 단원은 모두 20명이다. 그중 10명을 <노란달>에 참여할 배우 및 스텝으로 선별했다. 선별 방법은 공평하게, 오디션을 통해서 했다.

이후 ‘날개, 돋다’ 단원들은 ‘연습만이 살길’이라 믿으며 몰두했다. 오죽하면 연휴 날까지 학교에 모여 연습했을 정도다. 후문에 의하면 지도교사 서문원 선생의 “연습에 불참하면 배우에서 잘릴(?) 수도 있다”라는 진담 같은 농담도 열정에 기름을 붓는 데 한몫을 했단다.

'날개, 돋다'의 <노란달> 극중 한 장면.

‘날개, 돋다’의 연습실은 프로 극단 연습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모든 시설이 구비되어 있다. 실제 공연장만큼은 아니더라도 나름 조명도 설치되어 있고, 커다란 전신 거울과 음향 시설도 있다.

하지만 럭셔리(?)한 연습실 내부만 보고선 “학교에서 대단한 지원을 받는가 보다”라고 오해하면 안 된다.

“이번 달엔 신발장 하나, 다음 달엔 음향 기기, 다음 해에는 조명시설… 이런 식으로 예산을 조금씩 모아서 연습실을 꾸렸어요. 처음엔 정말 아무것도 없었죠. 연습실다운 곳으로 거듭나게 된 건 얼마 전이에요.”

‘날개, 돋다’의 지도교사이자 연극제 제주예선에서 ‘지도교사상’을 수상한 서문원 선생이 지난날을 회상하며 말했다.

“그래도 이렇게 꾸미고 보니 정말 뿌듯합니다. 연극반이 개설된 역사 깊은 학교들에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정도의 연습실이라고 자부해요.”

'날개, 돋다'의 <노란달> 극중 한 장면.

‘날개, 돋다’라는 동아리 이름답게 단원들에게는 ‘꿈’이란 날개가 돋기 시작했다. 지난 제주예선 무대에서의 경험을 통해 배우의 꿈을 키우게 된 아이들도 있다.

2학년 고훈민 학생의 꿈은 남자 간호사였다. 하지만 무대에 올라가 수많은 사람 앞에서 배우로 활약해보며 ‘배우’라는 직업이 가진 매력을 처음 알게 됐다.
“아직 확실하게 진로를 정한 것은 아니지만, 꾸준히 공연을 올리고, 무대에 서 보며 꿈을 정하려고 해요. 지금은 배우로서 열심히 무대 경험을 쌓으며 좀 더 고민해보고 싶어요.”

3학년 정다혜 학생은 경기도에서 살다가 작년 제주도로 전학을 왔다.
“원래 경기도에서 예술고등학교에 다니다가 제주도로 이사를 왔어요. 처음엔 적응하기가 너무 힘들었는데요, 단원들과 함께 즐겁게 연기했던 것이 극복에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제 꿈은 영화배우예요.”

2학년 이각 학생은 ‘날개, 돋다’ 동아리에 들어오기 전, 힙합동아리 소속이었다. 하지만 좀처럼 무대에 설 기회가 없어 ‘날개, 돋다’의 문을 두드렸다고.
“저는 랩 하고 노래하는 걸 좋아해요. 축제 때 무대에 섰던 경험이 있는데, 사람들의 환호성을 들으니 정말 행복하더라고요. 다가올 연극제에서 배우로 출연하며 랩도 선보일 예정이에요. 제 꿈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대중가수예요.”

2학년 고지은 학생은 가야금 전공자다. 하지만 무대에서 가야금을 연주했을 때, 관객들의 시큰둥한 반응이 섭섭해 연극 무대를 찾았다.
“가야금은 아무래도 정적인 성향이 큰 악기잖아요. 그래서 지루해하는 관객들이 많아요. 공연을 무사히 마치더라도 관객들의 반응이 늘 아쉬웠었는데 연극 무대를 통해 처음으로 큰 박수갈채를 받아봤어요. 제 꿈은 연극배우예요.”

'날개, 돋다'의 <노란달> 극중 한 장면.

무대 위에서 보이지 않더라도, 자신의 자리에서 꼭 필요한 일을 맡아주는 든든한 단원들도 있다.

3학년 장준영 학생은 이번 공연에서 연출을, 1학년 변아람 학생이 조연출, 1학년 강지수 학생이 음향, 1학년 박현서 학생이 조명을 맡았다.

작년까지 ‘날개, 돋다’에서의 뮤지컬 공연을 통해 배우로 활발히 활동하던 장준영 학생은 대입 준비로 이전처럼 동아리 활동에 모든 힘을 쏟을 수는 없지만, 든든한 선배이자 구원투수 역할을 수행하고자 공연에 합류했다. 그의 꿈은 뮤지컬 배우다.

조연출을 맡은 변아람 학생은 배우에 지원했다가 아쉽게 떨어진 신입 단원이다. 그는 “내년에는 꼭 배우로 무대 위에 서겠다”면서 벌써부터 각오를 다지는 중이다.

1학년 강지수 학생과 박현서 학생은 무대 뒤에서 보이지 않지만 꼭 필요한 무대장치인 음향과 조명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노란달>은 무대소품이 의자 세 개가 전부라서 배우의 연기력은 물론, 무대효과인 음향과 조명이 극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다. 이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에, 두 학생은 최선을 다해 무대에 집중하고 있다.

 

이제 ‘날개, 돋다’의 단원들은 전주에서 열릴 제22회 전국청소년연극제에 참여해 그동안 쌓아온 합을 맞추게 된다.

너와 내가 서로의 호흡을 느끼며 소통했을 때, 비로소 최고의 무대가 만들어지는 ‘연극’의 매력에 푹 빠진 영주고 아이들. 아이들이 만들어갈 꿈의 무대는 어떻게 펼쳐질까? 함께라서 더 아름다운 무지갯빛 무대가 펼쳐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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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맹 2018-06-19 22:08:45
열정 가득한 학생들 모습이 멋지네요!
전국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이 있길 응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