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이 넘쳐나는 섬은 진짜 제주가 아니다
관광객이 넘쳐나는 섬은 진짜 제주가 아니다
  • 김명숙
  • 승인 2018.05.30 10: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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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처방전] <10> 제주는 그런 곳이 아니야

요즘 ‘제주앓이’는 ‘몰입’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열기가 뜨겁다. 안 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 밖에 간 사람은 없다고 말하는 제주, 지난해에 1300만 명이 제주를 방문했다고 한다. 인구 60만 명의 작은 섬에 소국(小國) 규모의 사람들이 다녀간 셈이다. 이런 관심을 반영하기라도 하듯 제주 관련 도서들도 인기다.

<제주는 그런 곳이 아니야>는 제주 여행서이지만 결이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저자가 제주 원주민이자 제주 지역 뉴스를 28년 째 다루고 있는 기자의 눈으로 제주 열풍의 근원에 대해 다루고 있다. 저자는 토박이들에게는 너무 익숙해서 말하지 못했던 대상에 대해 과감하게 이야기를 건넨다.

제주 인기의 방아쇠 역할을 한 것이 아무래도 ‘올레길’일 것이다. 힐링의 명소가 되어 많은 사람들이 올레길을 걷고 있지만, 제주인들이 사용하는 올레의 의미는 좀 다르다. 올레는 골목길을 뜻하는 제주 고유어다. 골목길을 만들면서 길에 널려있는 검은돌로 구불구불한 돌담을 쌓았는데 ‘올레길’은 섬의 특성상 강한 바람의 힘을 분산하기 위한 건축적 장치였고 마당의 먼지 날림과 널어놓은 곡식의 흐트러짐을 막는 효과도 있었다. 애초에 곧지 못한 구불구불한 올레길은 역설적이게도 사유의 공간을 만들었다.

제주만의 독특한 무덤 양식인 산담은 그들의 생사관을 반영한다. 오름 주변 또는 밭 한가운데에 돌로 담을 두른 무덤이 바로 산담이다. 무덤을 만드는 제주인들은 무덤을 단순한 봉분으로 여기지 않았다. 무덤을 만들면서 ‘산을 쓴다’고 표현할 정도로 큰 사건이었다. 산담을 흔히 네모난 장방형이나 사다리꼴 형태의 담을 둘렀는데, 여기에 죽은 자를 위한 출입문을 만들었다. 출입문 위에는 판석을 서까래처럼 얹혀 마치 죽은 자가 자신의 집인 무덤을 드나들도록 배려했다. 그 출입문은 삶과 죽음은 서로 떨어질 수 없다는 제주인의 내세관을 증명하는 듯하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쓴 유홍준 교수는 “20세기 최고의 설치미술가인 크리스토도 제주의 산담 앞에서는 오금을 펴지 못할 것이다” 며 산담을 언급했다. 네 꼭짓점이 끝점으로 올라갈수록 솟아올라온 산담의 조형미는 기와집 처마 끝이 부드럽게 치켜 올라간 모습을 닮았다.

저자는 흑룡만리라 불리는 밭담, 소멸위기의 언어인 제주어, 제주여성 시조가 당도한 온평리, 옹기, 초가, 제주의 아픈 역사인 4.3 사건의 당사자였던 아버지 이야기 등 속깊은 이야기를 풀어내며 제주 문화의 근원이 되는 장면들은 안내한다.

세계 유일의 유네스코 자연과학분야 3관왕(생물권보전지역,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에 등재된 제주는 무엇보다 자연이 좋은 곳이다. 자연은 자연일 때 자연스러운 법이지만 관광객이 몰려들기 시작하면서 제주는 너무나 많은 변화를 요구 받고 있다.

저자는 시종일관 생태적 관점에서 제주를 걱정하고 제주에서의 삶을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제주의 숨은 비경을 소개하면서도 문화와 역사에 관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녹여냈기에 여행서이면서 지역 인문서로 다가온다.

온라인 서점에 제주라는 키워드를 치면 1028종의 도서가 검색된다. 몇 개월 머물면서 지낸 경험을 바탕으로 제주의 맛집과 관광지를 소개하는 책도 많고, 국내 이민이라 하여 제주 이주 안내서도 많다. 제주에서 한 달 살기, 유학, 일 년 살기 같은 외지인의 로망을 담은 책은 많았지만 토박이의 시선으로 제주를 알리려고 하는 책은 그리 많지 않다.

토박이인 저자가 “제주는 그런 곳이 아니야!”라고 일갈하며 첫 운을 떼었으니 좀 더 많은 지역민들의 다양한 이야기들이 발화되길 기대해 본다.

 

김명숙 칼럼

김명숙 칼럼니스트

충북 단양 출신
한양대 국문과 졸업
성미산공동체 '저해모(저녁해먹는모임)' 회원
성미산공동체 성미산택껸도장 이사
나무발전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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