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18 21:23 (목)
“중학교 1학년도 아름다운 청춘이랍니다”
“중학교 1학년도 아름다운 청춘이랍니다”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8.05.17 10:5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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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리 '청춘예찬' 일기] <1> 이름 짓기

제주동중, 미디어제주와 마을알기 프로그램 가동
1학년 학생 남녀 각각 5명씩 10명으로 짜여져
​​​​​​​삼양·화북 지역 돌면서 다양한 활동 진행하기로

처........ㄹ썩, 처..........ㄹ썩, 척, 쏴............아.
내게는, 아모 것도, 두려움 없어,
육상에서, 아모런, 힘과 권력을 부리던 자라도,
내 앞에 와서는 꼼짝 못하고,
아모리 큰 물건도 내게는 행세하지 못하네.
내게는 내게는 나의 앞에는
처.........ㄹ썩, 처.........ㄹ썩, 척, 튜르릉, 꽉.

- 최남선 ‘해에게서 소년에게’ 6연

최남선은 말했다. ‘해에게서 소년에게’라는 작품을 통해 말했다. 작품에 등장하는 ‘나’는 웅장한 기개를 지닌 사람도 되고, 민족이 될 수도 된다. 그래도 제목에 소년이 붙었으니, 더 넓은 세상을 가지려는 소년이면 더 좋겠다. 그 소년은 힘과 권력 앞에서도 무릎 꿇지 않는다. 그만큼 기개가 넘치는 젊은 청춘이다.

<미디어제주>가 그런 젊은 청춘, 그것도 10대 청춘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지난해는 제주시 봉개동 아이들이랑 했다면, 올해는 학교로 향했다. 마을 알기 프로그램을 진지하고 뜻깊게 수행할 수 있는 학교는 어디일까. 고민 끝에 제주동중을 찜했다.

제주동중을 고른 이유는 있다. 주변 마을이 역사성을 가득 담은 곳이기 때문이다. 제주동중은 제주시 삼양과 화북 일대 학생들이 주로 다닌다. 걸어서 학교를 오가는 학생들도 꽤 된다.

제주시 삼양은 고대 신석기 유적과 청동기 및 철기 유적이 발굴된 곳이다. 탐라라는 정치체제가 갖춰질 때, 삼양동을 중심으로 커다란 세력이 유지되고 있었다.

화북도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가지고 있다. 삼별초의 항전이 있던 곳이며, 조선시대엔 화북포구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오갔다. 유배를 오는 이들은 반드시 거쳐가는 곳이 화북이었다. 조선시대 제주도의 최고 지도자인 제주목사가 제주도를 한바퀴 돌면서 군사점검을 할 때 가장 먼저 들르는 곳이 화북이었다. 제주의 아픔인 4.3의 상처도 이곳에 있다.

그러고 보니 삼양과 화북은 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의 역사를 오롯이 간직한 곳이다. 제주도에 이런 곳을 찾기는 쉽지 않다.

제주동중 아이들과 진행할 프로그램은 마을 곳곳을 살피면서 어르신을 만나고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 이야기를 모아 글을 써보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학생들은 그들이 밟으며 지나간 곳을 지도로 만들어보기도 한다. 그렇게 쌓인 글과 자료는 책이 되어 탄생한다. 내년엔 멋진 책으로 독자들을 만날 수 있다.

미디어제주와 마을알기 프로그램을 진행할 제주동중 1학년 학생들. 모두 10명이다. 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와 마을알기 프로그램을 진행할 제주동중 1학년 학생들. 모두 10명이다. ⓒ미디어제주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하자 참여 학생들이 넘쳤다. 고민 끝에 면접을 거치고 10명의 학생을 선별했다. 공교롭게도 남녀 각각 5명이다. 동아리 일원이 된 학생은 1학년 2반 강예원, 1학년 3반 배서윤·송지우·문서연·고지운, 1학년 5반 고혁진·고지완, 1학년 6반 김수혁, 1학년 7반 고용빈·고지운 학생이다.

10명이 모였다. 그런데 왜 1학년만 있느냐고 할 사람들이 있을 것 같다. 이유를 대야겠다. 2학년이나 3학년보다는 그래도 자유로운 게 1학년이다. 1학년 2학기 때는 자유학기제 적용을 받기에 동아리 프로그램을 운영하기에도 제격이다.

5월 16일 <미디어제주> 담당 기자와 10명의 아이들이 첫 만남을 가졌다. 10명의 학생들도 같은 반이 아니면 얼굴을 모를텐데, 이날 인사를 나누기는 마찬가지였다.

<미디어제주>는 만남에 앞서 동아리이름을 각자 가져오도록 제시를 했다. 1년간 펼쳐질 동아리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이름을 가져야 한다. 사람은 뱃속에 있을 때부터 이름을 갖지 않던가. 아이들은 영문이름도 내놓았고, 나무 이름도 내놓았다. 그 중에 최종적으로 압축된 이름은 ‘향나무가지’와 ‘청춘예찬’.

‘향나무가지’는 제주동중의 교목인 향나무의 상징성을 강조했다. 동아리 아이들이 향나무의 가지처럼 뻗어갔으면 좋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아울러 향나무는 자연이기에, 자연친화적인 프로그램이 됐으면 하는 소망도 담았다.

제주동중 아이들의 동아리 이름이 '청춘예찬'으로 지어졌다. 미디어제주
제주동중 아이들의 동아리 이름이 '청춘예찬'으로 지어졌다. ⓒ미디어제주

‘청춘예찬’은 중학교 1학년에 다소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중1도 청춘이다”는 도발에서 시작됐다. 우리나라 중학생은 힘든 일이 많다. 가방도 무겁고, 하는 일은 왜 그리도 많은지. 그러나 청춘은 즐거운 것 아니던가. “우리 한번 청춘을 즐겨보자”는 강렬한 메시지를 담으려 했다. 마치 ‘해에게서 소년에게’에 담긴 나처럼.

이젠 ‘청춘예찬’이다. 누가 감히 뭐라고 하더라도 동아리 ‘청춘예찬’은 즐기며 나갈 계획이다. 부럽지 아니한가. 이제부터 ‘청춘예찬’의 멋진 활동을 보시라. 정말 멋지면 예찬도 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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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수진 2018-05-17 16:56:40
정말 멋지네요
앞으로 청춘예찬의 좋은활동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