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년생 홍반장
54년생 홍반장
  • 홍기확
  • 승인 2018.04.23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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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조각모음]<1>

코타키나발루.

처음에는 이게 뭔가 싶었다. 아내에게 물어보니 말레이시아의 휴양도시란다. 처음 아내가 코타키나발루를 말한 뒤 수 십 번을 들었지만 지금도 도시 이름을 정확히 떠올리지 못하고 있다.

54년생 홍반장.

54년생 홍반장과 함께 잠시 한국의 현대사로 떠나본다.

자산은 자본과 부채의 합이다. 자산가란 말은 없다. 자산은 자본과 부채의 합이니, 부채만 많아도 자산가로 불릴 수 있기 때문이다. 자본가가 좋은 거다. 자본에는 토지, 현금, 건물 등이 있다. ‘건물주’, ‘토지주’ 좋은 말 같지 않은가?

그런데 자본 중에서 뺐지만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노동력. 요즘의 말로 바꾸어 보면 ‘인적자본’이다. 우리나라는 자원이 없다. 당연히 자산도 빈약하다. 그런데 어떻게 한강의 기적을 만들었을까?

54년생 홍반장은 전후(戰後)세대이자, 베이비부머 세대이다. 가난과 경쟁, 이 두 가지를 극복해야 했던 시대다. 가진 자본은 뭐? 바로 몸뚱이였다. 나머지 자본은 1도 없었다.

≪국제시장≫이란 영화를 보면 극명히 드러난다. 가난했던 이들은 경제 개발을 위한 돈을 벌기 위해 독일에 광부로, 간호사로 떠났다. 다녀오니 배고픔이 해결됐다. 그런데 형제, 자식들이 학교를 가야 했다. 그래서 베트남전에 참전해서 노동력, 즉 목숨을 걸고 돈을 벌었다.

애들이 자라난다. 대한 간다고 한다. 사막의 나라, 중동으로 가서 모래를 먹으며 노동력을 제공했다. 자식들은 어느 정도 컸다. 나이도 50줄이 되었다. 그런데 갑자기 IMF란다. 회사에서 밖으로 내몰렸다. 치킨집 창업을 했다. 망했다.

지금은 돈도 없고, 노동력도 없는 ‘하류노인(下流老人)’이다.

2018년 현재. 손자뻘되는 1990~2000년대 생들은 베이비 부머의 세대의 고생을 모른다. 젊은이들은 이렇게 표현하며 매도한다.

‘틀딱충(틀니 딱딱거리는 벌레)’

우리 아버지는 54년생 홍반장이다. 베이비 부머(53~62년생)의 어른 격이다. 자식을 위해 살았고, 자식의 밝은 미래를 위해 한껏 노동력을 바쳤다. 각종 보험의 수익자는 모조리 아내와 자식들이었다. 자신은 죽으면 그만이었다.

물론 환갑이 훌쩍 지난 지금, 54년생 홍반장이 보험을 가입하는 스타일이 조금 바뀌긴 했다. 각종 광고에 현혹되어 마구잡이로 가입한다. 하지만 목적은 단 하나. 늙어서 자식에게 피해주기 싫은 것이다. 치아보험, 암보험, 요양보험, 심지어는 장례를 치르는 보험까지 들어 놓았다.

어찌 저찌 해서 세월이 지났나 보다. 아버지의 수많은 보험 중 하나가 만기가 되었다. 수백만의 보험금이 현금으로 입금되었다. 그리고 그 만기보험금을 아내, 딸, 며느리 셋 만의 해외여행 비용으로 쾌척하였다.

그리고 세 여인이 정한 여행지는 코타키나발루.

20대 초반. 사회생활을 남대문시장에서 오토바이로 생선배달하는 일을 시작한 54년 홍반장. 50년이 지난 지금도 남대문시장에는 아버지의 오토바이가 달리고 있다.

나는 어느 시장이든 시장골목에 오토바이가 짐을 싣고 거칠게 달리면, 흠칫 놀라 멀찍이 비켜준다. 배달은 속도가 생명이다. 나는 오토바이들에게 격렬한 배려를 해준다. 게다가 아버지와 동종업계 분들이다.

언제쯤 세상의 54년생 홍반장들이 자신을 위해 살까? 아니 영원히 그렇게 살지 못할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해온 습관이란 건 바뀌지 못하니까. 삶의 목표는 ‘생존과 가족’이었으니까.

코타키나발루.

처음에는 이게 뭔가 싶었다. 아내에게 물어보니 말레이시아의 휴양도시란다.

 




 

일상의 조각모음

홍기확 칼럼니스트

2004~2010 : (주)빙그레, 파주시, 고양시, 국방부 근무
2010~현재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근무
수필가(현대문예 등단, 2013년)
박물관 및 미술관 준학예사, 관광통역안내사(영어)
현 서귀포시 감귤박물관운영담당
현 서귀포시 공무원노동조합 사무국장
현 현대문예 제주작가회 사무국장
현 서귀포시청 공무원 밴드 『메아리』회장 (악기 : 드럼)
저서 : 『평범한 아빠의 특별한 감동』, 2015년, 지식과감성#
         『느리게 걷는 사람』, 2016년, 지식과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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