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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 70주년, 유적지 보존‧관리 손놓은 제주도정
제주4.3 70주년, 유적지 보존‧관리 손놓은 제주도정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8.04.18 10: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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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유적지 기획] ① 관련 조례 제정‧공포 후 8년만에 위원회 구성
정부 차원의 관심‧지원 부족 … 추가조사, 문화재 지정 등 노력 시급

제주4.3 70주년을 맞아 70년이라는 시간의 무게에 짓눌려 조금씩 잊혀지고 사라져가는 4.3에 대한 기억과 흔적들을 되살리고 복원하는 작업이 필요한 이유는 자명하다. ‘평화와 인권’이라는 인류 공통의 가치를 끊임없이 배우고 학습할 수 있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도내 4.3 유적지가 어떻게 보존, 관리되고 있는지 실태를 심층적으로 들여다보기로 한다. [편집자 주]

지난 3월말 국가문화재로 등록 예고된 수악주둔소의 외성과 내성이 구축돼 있는 모습.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지난 3월말 국가문화재로 등록 예고된 수악주둔소의 외성과 내성이 구축돼 있는 모습. /사진=제주특별자치도

[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 4.3 70주년 추념식을 며칠 앞둔 지난 3월 29일, 4.3 당시 주요 유적지 중 한 곳인 수악주둔소가 국가문화재로 등록 예고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4.3 유적지 중 국가문화재로 등록되는 사례가 이번이 처음이라는 게 더욱 뜻깊게 다가온다.

여기서 한 가지 궁금증이 생긴다. 왜 처음일까. 물론 4.3에 대한 진상 규명 작업이 뒤늦게 시작됐기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제주도가 진행해온 4.3 주요 유적지 정비 상황을 보면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까지 전혀 진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학살터 중 한 곳인 북촌 너븐숭이에는 4.3기념관이 건립됐고 다른 유적지에도 위령탑 또는 위령비, 기념 조형물과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올 1월 제주도는 4.3 70주년을 맞아 사업비 5억원을 들여 1월부터 본격 정비에 나선다는 계획을 밝혔다. 4.3 유적지를 찾는 탐방객들이 급증할 것으로 보고 4.3 유적지를 통해 ‘평화와 인권’이라는 4.3 정신을 알리는 학습장으로서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에서다.

사업 내용을 보면 주요 유적지 18곳 중 정비가 필요한 유적지를 선별해 관람로와 진입로 정비, 안내표지판 설치, 향토수 및 야생화를 심는다는 내용이다.

특히 옛 주정공장 터와 선흘리 낙선동 4.3 성터에는 조경수를 심고 꽃동산 등을 조성함으로써 4.3의 어두운 이미지를 탈피, 아픈 상처를 치유하는 밝은 에너지로 승화시켜 나간다는 계획이 포함됐다.

사업비 1억원을 들여 아직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100여곳의 유적지를 집중 조사하고 기존 조사된 598곳의 유적지에 대해서도 보존상태 등에 대한 실태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이와 함께 제주도는 지난해 3월 ‘제주4.3유적지 관리 및 정비계획’을 수립, 주요 유적지 18곳을 중점관리하고 있고 4.3 유적지 보존위원회를 구성한 바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같은 설명대로라면 제주도가 유적지 보존과 정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그렇지만도 않다.

의원입법으로 현우범 의원이 대표발의한 ‘제주특별자치도 4.3유적지 보존 및 관리에 관한 조례’가 제정 공포된 시점이 지난 2009년 5월 11일이었다.

이 조례 제7조에 보면 ‘4.3 유적지의 보존‧관리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기 위해 도지사 소속으로 제주특별자치도 4.3유적지보존위원회를 둔다’고 돼 있다. 관련 조례가 제정 공포된 후 8년만에 처음으로 위원회가 구성됐다는 얘기다.

더 거슬러올라가면 제주도가 (사)제주4.3연구소에 의뢰한 ‘제주 4.3유적 종합정비 및 유해 발굴 기본계획’ 용역의 결과 보고서가 발간된 시점이 2005년 11월이었다.

제주도가 4.3 70주년을 맞아 유적지 정비에 발벗고 나선 것은 고무적이지만, 그동안 4.3 유적지를 사실상 방치해온 것은 아닌가 하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물론 여기에는 4.3특별법 제정과 정부진상조사보고서가 채택된 후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국가 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미흡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다음 회부터는 구체적인 유적지 정비‧보존 실태를 중심으로 접근해보고자 한다.

4.3 당시 대표적인 학살터 중 한 곳인 성산 터진목. /사진=제주특별자치도
4.3 당시 대표적인 학살터 중 한 곳인 성산 터진목. /사진=제주특별자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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