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 보이는 자연에 눈을 활짝 떠보자
주변에 보이는 자연에 눈을 활짝 떠보자
  • 김명숙
  • 승인 2018.04.09 12: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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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처방전] <7> 산책자를 위한 자연수업

지난 해 봄, 이사를 하니 집 앞에 벚꽃이 활짝 피어 우리를 반겼다. 벚나무 한 그루가 두 팔 가득 꽃다발을 안고 연신 창문 밖에서 어른거리는 환한 날들, 봄의 정취는 근사했다. 봄비가 몇 번 내리니 곧 환하게 스러져버렸지만 꽃나무의 환대는 참 반가웠다. 초여름, 벚나무라 믿어 의심치 않던 나무의 열매를 보고 깜짝 놀랐다. 벚이 아니라 살구였다. 알전구 크기의 살구빛 살구가 그득 매달려 있어서 얼마나 놀랐는지, “너는 왜 벚이 아니라, 살구란 말이냐, 미안, 못 알아봐서…” 나무 앞을 지나면서 혼잣말로 투덜거리기도 했는데, 올해도 어김없이 살구꽃이 피었다. 역시나 벚꽃과 살구꽃의 차이를 모르겠다. 정원을 가꾸는 친구는 꽃마다 모양이 다 다르다고 했고, SNS에 씨앗 일기를 쓰는 지인은 벚꽃이 꽃자루가 좀 길고 나무 둥치기 약간 번들거리는 옆줄무늬가 있다고 알려주었다. 그렇게 보니 그런 것 같기도 ….

자연탐구 지능이 높은 사람은 산에 가더라도 나뭇잎의 모양이나, 크기, 지형 등에 관심이 많고, 이들을 종류대로 잘 분류하기도 한다는데 나에겐 자연지능이 없는 것 같다. 나 같은 ‘자연맹’도 신나게 읽을 수 있는 과학책을 만났다. ‘우리 주변에 널린 자연의 신호와 단서들을 알아보는 법’이라는 부제를 단 <산책자를 위한 자연수업>(트리스탄 굴리 지음, 김지원 옮김, 이케이북, 2017)이다. 지은이는 자연 내비게이션(탐험가)이라는 직업을 가진 영국인으로 5개 대륙을 원정했고 집 앞의 자연에서부터 지구 끝 오지를 찾아다니며 자연의 단서들을 해석해 왔다. 저자는 20년에 걸친 야외탐험과 6년 간의 연구로 하늘, 땅, 공기, 물, 동물, 식물의 신호를 알아내는 기술 850가지를 알려준다. 날씨 예측, 자취 추적법 뿐만 아니라 도심 산책, 해변 산책, 야간 산책, 산악 등반, 오지 탐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상황에 맞춤한 자연의 신호 읽는 법을 담았다.

불을 피운 흔적도 없는데 어디선가 텁텁한 연기 냄새가 난다면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그것은 따듯한 공기가 지표면 위에서 차가운 공기층을 가두는 기온 역전 현상을 추측할 수 있다. 공장이나 가정의 난방기기에서 나온 연기가 지표면 근처에서 꼼짝 못하게 가두면서 따스한 공기층 아래로 퍼져 공기 중에 텁텁한 연기 냄새를 퍼뜨린 것이다. 이런 기온 역전 현상이 일어나면 소리도 더 멀리까지 전파되어 크게 들린다. 그래서 평소에 들을 수 없는 비행기 소리나 도로의 소음, 열차 소리까지 들린다. 이는 소리와 빛이, 라디오 주파수가 차가운 공기층의 꼭대기와 지표면 사이에서 계속 되튀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그러니 평소와 다르게 아침공기가 텁텁하게 느껴지고 주변 소리가 또렷하게 들린다면 그날 공기의 질이 의심스러우니 마스크를 준비하고 야외활동을 줄이는 것으로 응용해 볼 수 있다.

이 책은 자연을 바라보는 색다른 시선을 제공한다. 특히 자발적인 고립을 선택한 다약 족의 이야기는 정말 흥미로웠다. 보통 탐험이나 관광이라는 행위 속에는 개발이나 계몽의 시선이 깔려 있게 마련이다. 우리가 그동안 ‘자연 보호’ 운운하며 자연을 인간 편의로 환경을 훼손해 온 것도 이러한 전통과 무관하지 않다. 자연의 단서에 의지해 살아온 다약 족에게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그들만의 자연 해석법을 있고, 그것을 존중하고 배우려는 저자의 태도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우리가 관찰력을 높이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보는 방식이 훨씬 더 근사해진다는 걸 알게 해준 매력적인 내용들이라 꽤 두꺼운 분량임에도 술술 읽힌다. 곤충들도 우리에게 많은 정보를 제공한다. 잠자리는 모여있는 물 근처에서만 발견되고 파리는 물과 생명체가 있는 보편적인 단서를 제공한다. 한밤중 열기구를 타고 프랑스 마을을 지나가면서도 토지의 특성을 파악할 수 있다. 개구리 울름 소리를 들었다면 토탄습지와 늪이 있다는 것을, 개들은 마을이 있다는 증거이고, 완벽한 침묵은 언덕이나 깊은 숲 위를 지나고 있다는 신호이다. 매일 같은 시간에 떠오르는 별의 위치 변화를 통해 계절의 변화를 짚어내는 법이나 달을 이용해 남쪽을 알아내는 법 등은 도심에서도 바로 실험해 볼만한 팁들이다.

‘나는 자연인이다’를 외치며 전기도 수도도 없는 무공해 자연으로 돌아가지 않더라도 일상의 틈새에서 자연을 만날 수 있는 길은 많다. 점심시간에 식사를 마치고 잠깐 거리를 걷다보면 아스팔트 사이로 삐죽 고개를 내민 작은 풀을 발견하거나 활짝 핀 꽃밭 주변을 날아다니는 나비, 벌을 발견할 때처럼, 이 책은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당연하게 여겨지는 자연을 다시금 되돌아보게 한다.

 

김명숙 칼럼

김명숙 칼럼니스트

충북 단양 출신
한양대 국문과 졸업
성미산공동체 '저해모(저녁해먹는모임)' 회원
성미산공동체 성미산택껸도장 이사
나무발전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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