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술을 하겠다고 말해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좋아”
“무술을 하겠다고 말해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좋아”
  • 문영찬
  • 승인 2018.04.02 14: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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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찬의 무술 이야기] <23> 약속

요즘 지방선거로 TV, SNS 등 각종 매체가 뜨겁다. 정치인들은 각종 약속을 내걸고 자기에게 표를 주라면서 목소리를 높이고, 다른 후보 흔들기에 바쁘다. 기존 약속들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며 흔들고 자신을 뽑아주면 꼭 약속을 지키겠다고 말을 한다. 아무리 정치인들이 말로 먹고 살지만 예나 지금이나 정치인들 보면 약속은 지키라고 있는 게 아닌 깨라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에 씁쓸하기만 하다.

아이키도(合氣道)가 한국에 온지는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아이키도라는 무술을 처음 본 건 20여년 전 영화에서였다. 영화에 등장한 아이키도는 내가 알고 있는 동명의 무술과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확연히 다른 무술이었다.

당시 인터넷이라는 매체가 그리 활발하지 않을 때다. 영화에 등장한 그 무술의 정확한 이름을 알아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렵사리 아이키도(合氣道)라는 정확한 이름을 알아내고 다시 배움을 청할 곳을 찾는 것에 또 몇 년을 보냈다.

처음 서울 선생을 찾아 방문했을 때 지방에서 올라온 이를 환대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걸 텃세로 알았다. 텃세를 깰 수 있는 방법은 노력과 실력밖에 방법이 없을 거라 생각했다. 부단히 노력했고 따라잡기 위해 열심히 운동했다. 훗날 그 차가운 환대는 텃세가 아님을 알았다.

제주에 아이키도 도장을 처음 열고 같이 수련할 회원을 모집했다. 구름처럼 많은 사람이 모이진 않았지만 그래도 꽤 많은 사람들의 열정과 젊음이 모여 수련을 시작했다. 오는 사람들에게 내가 받았던 차가운 환대(?)를 주지 않기 위해 관심을 베풀었다. 아이키도의 매력에 빠진 사람들은 너무 즐거운 운동이라며 극찬을 했다. 너무 늦게 아이키도를 안 것이 아쉽다며 평생 같이하자며 술자리에서, 식당에서 약속을 했다.

처음 서울로 배움을 청하러 갔을 때 서울 본부 도장에는 나처럼 배우러 온 사람들이 꽤 있었다. 절반은 서울 사람들이었고, 나머지는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이었다. 그들도 나처럼 서울 텃세를 실감하며 반드시 배우고 말리라는 열의에 가득차 있었다. 평생 아이키도를 배우고 또 배우겠다며 동료와 선후배, 그리고 선생께 약속을 했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았고 하나 둘 포기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그때 같이 시작했던 사람은 이제 한명 남았다.

제주오승도장에는 고단자가 꽤 많은 편이다. 아이키도는 승단이 까다롭고 어렵기로 소문나 있고 실제로도 어렵다.

보통 초단을 받는데 3년 정도가 걸리고 3단까지 받는데도 빠르면 8년에서 보통 12년 정도가 걸린다. 우리도장에 3단 이상이 4명이며, 승단 예상까지 합치면 8명 정도의 고단자가 나온다.

15년전 제주에 아이키도 도장이 생겨 많은 사람들이 평생을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그 결과는 이제까지 찾아온 사람의 숫자에 비해 그리 성대하지만은 않다.

처음 배울 때 그 텃세라고 생각했던 마음이 이해 되는 순간이었다. 곧 떠날 사람이기에 마음을 주지 않았던 것이었다.

상처였다. 그간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받았을까? 그들도 그때는 여렸기에 더이상 상처 받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나 또한 그랬다. 도장에 온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날 때 알게 모르게 상처를 받고 있었던 것이다.

약속했던 사람들이 떠나면 겉으로는 그러려니 하지만 맘 한구석에 나 자신의 부족함에 대한 원망과 아쉬움으로 맘이 아프다. 도장을 찾아오는 사람들을 친절하게 대하지만 떠나는 사람에게 다음에 또 오라는 점원의 친절함은 잘 생기지 않는다. 그런 마음이 겉으로 드러나 다른 사람에겐 텃세로 보여지는 것이리라.

많은 사람이 찾아오고 약속하고 떠나간다.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말라는 말이 있지만 그래도 약속을 해주는 사람들이 좋다. 나 또한 선생께 평생 수련하겠다고 약속을 했다. 그 약속을 15년째 지키고 있다. 도장을 찾아오며 초단, 2단, 3단, 이렇게 승단하는 사람들은 그 시간만큼 약속을 지키고 있다.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회원들이 있어 오늘도 도장 가는 길이 즐겁기만 하다.

 

문영찬의 무술 이야기

문영찬 칼럼니스트

(사)대한합기도회 제주도지부장
제주오승도장 도장장
아이키도 국제 4단
고류 검술 교사 면허 소지 (천진정전 향취신도류_텐신쇼덴 가토리신토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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