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19 17:38 (금)
“제주를 담은 그림책 원화를 상설 전시하고 싶어요”
“제주를 담은 그림책 원화를 상설 전시하고 싶어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8.03.19 17: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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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그림책연구회, 한라도서관에서 원화전 개최
2003년부터 활동하며 제주만의 이야기를 그려내
​​​​​​​일본 기조그림책마을과 같은 공간 만드는 게 꿈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그림은 마음의 표출방식이다. 하지만 마음을 그림으로 드러내는 건 쉽지 않다. 그림을 그리는 게 어렵다고 생각해서이다. 정말 어려울까. 이들을 만난다면 그림은 어려운 게 아니라, 어떤 마음을 드러낼까 고민하는 게 더 어렵다고 느낄게다. 바로 제주그림책연구회 사람들이다.

제주그림책연구회는 지난 2003년 마냥 그림책이 좋아서 만들어졌다. 30대와 40대였던 이들은 어느덧 50대와 60대가 됐다. 그렇다고 15년간 같은 사람만 있는 건 아니다. 젊은 피도 수혈했다. 30대부터 60대까지 나이의 스펙트럼도 넓고, 직업도 다양하다. 남성도 있고, 여성도 있다.

제주그림책연구회가 지금까지 펴낸 책은 스무 권이 넘는다. 중요한 건 그들이 낸 책의 내용이다. 그 책은 오롯이 제주를 담고 있다. 책 한권을 내놓으려고 1년을 공들인다. 워크숍을 하고, 답사도 꾸준히 다닌다. 결과물인 그림책은 계속 쌓이고 있다.

한라도서관 갤러리에서 제주그림책연구회 회원들이 그림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이현미 제주그림책연구회 초대 회장, 강영미 부회장, 김정선 회장. 미디어제주
ⓒ한라도서관 갤러리에서 제주그림책연구회 회원들이 그림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이현미 제주그림책연구회 초대 회장, 강영미 부회장, 김정선 회장. 미디어제주

최근 또다시 결과물이 나왔고, 이 책의 원화전을 진행중이다. 지난해 내놓은 <도채비자장가>와 <이딘, 곶자왈>이라는 그림책의 원화전이다. 한라도서관 갤러리를 가면 만날 수 있다. 어서 가야 한다.

<도채비자장가>는 ‘웡이자랑’으로 시작되는 제주사람들의 자장가에 이야기를 더했다. 도채비(도깨비)를 잠재우는 무서운 위력을 지닌 검은개가 주인공이다. 현재 제주그림책연구회 회장인 김정선씨가 글을 쓰고 그렸다.

“2012년부터 제가 자장가에 대한 글을 쓰고 있더라고요. 그림책을 통해 제주 자장가를 들려주고 싶었어요. 도채비를 넣은 건 재미를 가미하려고 했고, 제주 자장가가 무섭다고 느끼는 도채비도 재울 수 있다는 걸 말하고 있어요.”

무섭다는 도채비를 재운다니. 그럼 도채비는 그림책에서 무섭게 나타날까. 아니다. <도채비자장가>에 등장하는 도채비는 식물이다. 한라산에서 자주 보이는 드릅이 도채비로 환생했다. 일본의 ‘오니’와 같은 무서운 도채비도 아니고, 사람을 닮았다는 도채비도 아니다. 그래서 <도채비자장가>의 도채비는 순박하기만 하다.

또다른 그림책인 <이딘, 곶자왈>은 제주그림책연구회 부회장인 강영미씨의 작품이다. 이 작품은 그림책의 다양성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으로 표현한 그림책이다.

“사진 500장을 모았어요. 사진을 긁어서 바람을 표현하곤 했어요. 교래자연휴양림에 자주 가는데 거기에 생명이 살고 있다는 생각에 눈물이 났어요. 어떻게 그들이 살고 있을까라는 생각을 담았어요.”

생명이 살 수 없을 것 같은 땅에서 살고 있는 생명체. 그곳이 바로 곶자왈이다. <이딘, 곶자왈>은 보존 얘기보다는 살아가고 있는 것에 대한 고마움을 담았다. 돌은 나무를 의지하고, 나무는 돌을 의지하며 살아가는 게 바로 곶자왈이다.

두 작품을 낸 작가들은 그림 전공이 아니다. 그럼 전공자만 그림책을 내는 게 아니라는 걸 바로 그들이 보여준다. 그림책은 그림보다는 마음을 어떻게 표출해낼지에 대한 고민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제주그림책연구회는 제주 이야기를 줄기차게 해오고 있다. 원도심에 대한 도시재생 이야기가 나오기 훨씬 전에 제주시 무근성을 담았고, 조천석 이야기를 꺼냈다. 그 사이에 그림책에 있던 건물은 하나 둘 사라졌다.

제주그림책연구회는 제주사람들이 어떤 집에 살았고, 어떤 음식을 즐겼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담아냈다.

올해는 해녀를 탐구하고, 그걸 그림책으로 만들어낼 계획이다. 제주해녀를 등장시킨 그림책이 있긴 하지만, 제주그림책연구회가 만든 그림책은 뭔가 다르게 나올 듯하다.

한라도서관에서 열리는 원화전이 끝나면 <도채비자장가>와 <이딘, 곶자왈>에 담긴 그림은 어디로 갈까. 원화는 계속 쌓이고 있다. 제주를 깊이 있게 알리는 작업을 하는 이들에겐 지금까지 회원들이 그림책에 담아낸 원화를 마음껏 보여줄 수 있는 장소가 마련되는 게 꿈이다. 제주그림책연구회 초대 회장을 지낸 이현미씨의 마음은 더더욱 그렇다.

“일본 미야자키현에 기조그림책마을이 있어요. 시골이던 그곳에 그림책마을이 조성되고,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이 자원봉사자로 나서서 운영하고 있어요. 전세계에서 그 마을을 보러 오곤 하죠. 우리도 그렇게 했으면 좋겠어요. 상설전시관이라도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제주그림책연구회의 꿈은 이뤄질까. 책도 쌓이고 있고, 원화도 쌓이고 있다. 회원들의 솜씨도 쌓이고 있다. 더 중요한 건 제주그림책연구회 회원들은 누구보다도 그림책을 잘 안다는 사실이다. 때문에 그들의 꿈은 멀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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