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18 19:18 (목)
이토록 아름다운
이토록 아름다운
  • 홍기확
  • 승인 2018.02.07 09: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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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아빠의 특별한 감동]<153>

#1. 고독이라는 숙명

결혼, 육아, 인간관계로 채울 수는 있지만 결코 섞이지는 않는다.

물과 기름은 만나지만 영원한 공극(空隙)이 있다.

소유한다고 해서 내 것이 되지도 않는다.

자연에서 살면 소유하는 것 같지만 내 것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결혼하고 사람들 사이에 섞여 있어도 본능처럼 외로움과 쓸쓸함을 느낀다.

 

#2. 습관이라는 병폐

우리는 이를 닦는 것보다 더 ‘나은’ 무언가를 찾지 않는다.

습관은 좋지만, 습관은 이처럼 병폐다.

더 나은 현재에 머물기 위해 습관을 만든다.

하지만 익숙해진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잊는다는 것이다.

 

#3. 잃는다는 것과 잊는다는 것

눈 내리는 날.

아이들은 춥지도 않은지 눈사람을 만들고 눈싸움을 한다.

어른들은 발을 동동대며 ‘무슨 눈이람?’이라며 온갖 불평을 해댄다.

어른들도 아이였는데. 아이처럼 눈을 좋아했는데.

기쿠타 마리코의 동화, 『눈 내리는 날』의 한 구절

‘어렸던 내 마음에 남겨둔 것은 지금도 틀림없이 내 안에 있다.

잊고 있던 것들이 많이 있었을 뿐이야.

어른이 된다는 건 더 이상 어린아이로는 있을 수 없다는 것.

하지만, 아아 나는

무엇 하나 잃어버리지 않았구나.’

 

#4. 같은 거리의 고독, 습관, 발견

눈 내리는 날. 아내와 같은 거리를 걷는다.

눈발에 잔뜩 웅크린 나는 성가시다.

눈꽃에 들뜬 아내는 무척 소란하다.

아내는 눈이 예쁘게 내린다며 호들갑이다.

식당에서도 창밖을 보며 함박눈이라며 난리다.

그 난리법석에 깜짝 놀란 나는 환기(換氣)가 되었다.

‘내가 어른이 되어 잊고 있는 것을, 아내는 아직 갖고 있구나.’

 

#5. 경험에 대한 올바른 자세

경험은 그 자체로 중요하지 않다.

가벼운 연애를 수십 번 하고 이별을 그만큼 해도 ‘사랑’은 실력이 늘지 않는다.

경험에 대한 태도가 중요하다.

한 번의 연애라도 뜨겁게 하고 진심으로 상대를 위했다면, 그 연애가 실패였어도 다음번에는 더 잘 할 것이라는 긍정적 태도가 갖게 될 것이다. 반면, 그 연애에 상처를 입어 다음 연애에 부정적 태도를 갖게 되는 경우도 있다.

결국 경험의 유무는 중요치 않다.

경험을 통해 형성되는 태도가 중요하다. 긍정적 태도라면 더 좋다.

이렇듯 우리는 경험에 대한 태도를 쌓아 성격과 인격을 형성하며, 가치관과 인생관을 만들어 나간다.

 

#6. 이토록 아름다운

저녁. 보름달. 산책을 하다 갑작스레 아내가 외친다.

“달 엄청 크고 예쁘다! 저것 좀 봐!”

옆에 있던 아이는 엄마보다 늦게 본 게 억울한지 반응이 더 크다.

나도 역시 흠칫 놀라며 달을 시큰둥하게 바라보았다.

‘달은 매일 뜨는데 달을 쳐다본 게 얼마만이지?’

같은 거리를 걸어도, 같은 장소에 있어도, 같은 사물을 보아도,

누구는 외롭지만 누구는 즐겁고,

누구는 습관이지만 누구는 신선함이고,

누구는 찾지 못하지만 누구는 찾는다.

이토록 아름다운 일상의 느닷없음.

익숙함과의 결별을 통한 경험의 재발견.

 


 

평범한 아빠의 특별한 감동

홍기확 칼럼니스트

2004~2005 : (주)빙그레 근무
2006~2007 : 경기도 파주시 근무
2008~2009 : 경기도 고양시 근무
2010 : 국방부 근무
2010년 8월 : 제주도 정착
2010~현재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근무
수필가(현대문예 등단, 2013년)
서귀포시청 공무원 밴드 『메아리』회장 (악기 : 드럼)
저서 : 『평범한 아빠의 특별한 감동』, 201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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