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개발하느냐보다, 어떻게 보존하느냐가 중요”
“어떻게 개발하느냐보다, 어떻게 보존하느냐가 중요”
  • 이준혁
  • 승인 2018.01.24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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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량의 건축 이야기] <4> 제주 건축의 풍경

필자의 관점에서 현재 제주도의 건축물은 형태면에서 크게 두 부류로 분류할 수 있을 것 같다.

최소한의 경비로 경제적 수익만을 목표로 지어진 건축물이 첫 번째 부류이다. 이 경우 건축주는 어떻게 해서든 저렴한 가격에 건물을 빨리 준공하여 분양 또는 임대함으로써 생기는 수익의 극대화를 목적으로 한다. 건축가는 건축물의 인허가에만 신경을 쓰며, 건축물의 완성도나 주변 환경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둘째는 내가 최고라는 것을 뽐내는 건축물이다. 건축주는 독특한 외관을 가진 자신의 소유물에 자부심을 느낄 것이고, 건축가는 주변에 없었던 것을 ‘창조’하는 것에 사명감을 느낄 것이다. 주변 환경을 고려하기 보다는, ‘주위 건물과 다른 새로움’에 더 가치를 둔다. 간혹 지역의 재료(현무암 등)를 이용하여 지방색을 내려고 하지만, 대부분은 “내 것은 주변의 건축물과 달라야해!” 라는 기본의식이 바탕에 깔려있다.

이런 두 부류의 건축물로 인해 제주는 바뀌고 있다.

원도심은 서울의 변두리와 같아지며, 중산간 곳곳에는 수도권 주위에서 볼 수 있었던 타운하우스로 채워지고 있다, 해안가에는 서울 강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던한 카페들이 한라산과 바다를 가로막고 있다.

“제주. 이제 별로 다를 것이 없어지고 있는 것이다!”

제주를 찾는 사람들은 제주다움을 보러 오는 것이 목적일 것이다. 아름다운 바다와 한라산, 주변의 키작은 마을과 지천에 깔려 있는 돌담….

독특한 자연경관과 지리적 제약으로 인해 생긴 제주만의 고유한 문화, 한때 개발에서 소외된 덕분에 간직할 수 있었던 육지와 다른 그 무언가를 느끼러 사람들은 제주를 찾는다. 여행은 바로 익숙한 곳에서 벗어나 새로움을 찾아가는 것이다.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 중의 하나인 캄포광장(Piazza del Campo)을 가지고 있는 이탈이아의 관광도시 시에나(Siena)는 지역적인 특색의 보존으로도 유명하다.

이탈리아 시에나의 캄포광장. 사진 출처는 lovefromtuscany.com
이탈리아 시에나의 캄포광장. 사진 출처는 lovefromtuscany.com

시에나의 경우 지방정부의 강력한 건축 규제가 도시를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12세기 시에나 도시자치정부는 강력한 일련의 법령을 제정하여 공공시설은 물론 주택의 창문 형태와 규모까지도 규제하여 도시를 통일감 있게 만들었다. 이를 지금까지 지켜온 덕분에 시에나의 캄포광장은 주변경관과 잘 어울리는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남을 수 있었다.

자유로움과 개성을 중요시하는 유럽은 이러한 강력한 규제를 통해 그 지역의 특성을 지켜나가고 있다.

때문에 어떻게 개발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보존 하는냐가 화두가 되어야 할 시점이다.

중세 절대왕권을 통한 규제와 현대사회에서의 정부 규제를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제주특별자치도의 건축 도시계획법이 육지의 것과 같을 수는 없을 것이다. 지역의 특성을 고려한 더 전문화된 지방조례-예를 들면, 해안가 건축물 층수제한에 따른 용적률 완화, 기존 취락지구 내의 일정규모이상 건축물의 매스(Mass) 분절-를 통해 제주다움을 지켜 나가야 할 것이다.

최근 서울-강릉 KTX가 개통이 됐다고 한다. 제주는 더 긴장해야 한다.

제주만의 특별한 게 없어지는 날. 더 넓은 해안과 산을 가진 육지 사람들은 더 이상 제주를 찾지 않을 것이다.

어쨌든 오늘도 제주다움을 찾으려 노력하는 많은 건축가들에게 고마움을 드린다.

 

느량의 건축 이야기

이준혁  칼럼니스트

펜션 '느량' 대표
㈜동명기술공단 알제리 지사장
주 알제리 한국건설협의회 간사
프랑스 정부공인 건축사 Architecte D.P.L.G.
Ecole d'architecture Paris-Lavillette 2,3기 과정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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