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14:49 (금)
행정의 ‘갑질’에 건축설계 사무소는 “영원한 을(乙)”
행정의 ‘갑질’에 건축설계 사무소는 “영원한 을(乙)”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8.01.24 07:0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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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이 추진하는 용역의 ‘과업지시서’는 ‘갑질지시서’
성과품 납품하고 나서 설계변경 하더라도 ‘을’의 책임
​​​​​​​“사업계획 변경으로 용역비 반납 지시 있으면 따라야”
행정의 과업지시서. 갑질의 전형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미디어제주
행정의 과업지시서. 갑질의 전형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미디어제주

‘과업지시서’라는 게 있다. 행정이 용역을 진행할 때 ‘과업지시서’를 제시한다. 여기엔 용역의 이름과 해당 용역의 목적, 과업의 범위는 어떻게 되는지를 담고 있다. 과업지시서는 용역의 전반적인 밑그림에 해당된다. 과업지시서를 보면 어떤 용역인지 금세 알 수 있다. 그만큼 과업지시서는 중요하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 특히 설계 용역인 경우 과업지시서는 ‘갑질지시서’나 다름없다. 행정이 진행하는 사업을 맡게 되는 이들은 억울함을 참고 진행하도록 과업지시서에 담겨 있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용역만 놓고 보자. ‘제주항 항만근로자 복지회관 보수보강사업 실시설계 용역’인 경우 설계변경이 필요한 경우 즉시 설계용역자는 이를 반영해야 하도록 하고 있다. 그것까지는 인정할 수 있다. 문제는 설계용역 변경에 따라 일손이 투입되는데 이에 따른 대가를 전혀 요구할 수 없도록 명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용역이 바뀌거나 해당 용역이 중지되어도 설계용역자는 아무 말도 못하게 돼 있다. 앞서 복지회관 용역의 과업지시서엔 과업을 중지시키거나 변경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그 방침에 따르도록 돼 있다. 설계를 다 마쳤는데, 제주도에서 사업을 하지 않겠다고 하면 그대로 따라야 한다는 걸 과업지시서가 보여주고 있다.

용역을 하나 더 들여다보자. ‘동부농업기술센터 농기계 임대사업소 분점 시설 공사 실시설계 용역’이다. 여기엔 용역을 시행하다가 과다설계가 되면 차액을 반납하도록 정하고 있다. 그래야 한다.

설계를 과하게 하면 돈을 되돌려 받는 건 이해가 되는데, 용역을 진행하는 행정에서 추가로 변경할 때는 돈을 더 줄 필요가 없다고 과업지시서는 못박고 있다.

동부농업기술센터 과업지시서는 이렇게 쓰고 있다. “성과품에 대한 보완 및 추가 수록 등이 필요한 사항에 대하여는 수급인 부담으로 즉시 보완해야 한다”고 돼 있다. 이게 갑질이 아니고 뭘까.

또한 이들 과업지시서는 행정의 사업계획 변경으로 용역비 반납지시가 있으면 동의하도록 하고 있다.

제주도내 모 건축사사무소 관계자는 “입찰 용역이 대부분 그렇다. 마치 제5공화국에 와 있는 느낌이다”고 하소연했다.

그렇다면 행정이 이런 갑질을 하는 데는 그런 ‘갑질지시서’가 있기나 한 걸까. 제주도 총무과의 계약담당은 “그런 준칙은 없다. 발주부서에서 알아서 한다”고 답했다. 그런데 왜 행정이 제시하는 과업지시서는 ‘갑질지시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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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이 안되는 이유 2018-01-24 11:28:10
발전이 저해되는 일은 대부분 행정인가 보네요.
갑질하기 위해 공무원 하는건가 ㅠㅠ
몇십대 일의 경쟁률로 합격한 탓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