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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비즈니스 장례식
기고 비즈니스 장례식
  • 미디어제주
  • 승인 2018.01.04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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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임광철 감사위원회 법제심사팀장
임광철 감사위원회 법제심사팀장
임광철 감사위원회 법제심사팀장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홍길동(제주도청 000과 근무)씨 부(모)친상.

하루도 빠짐없이 신문에 나오는 부고다.

장례식! 가장 엄숙하고 경건한 자리이다.

상주 입장에서 보면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것은 생전에 같이 했던 시간과 추억을 기억하는 자리이다. 가까운 사람과 아픔을 함께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하지만 요즘 장례식에 가면, 경건함보다 비즈니스의 장이 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조문객이 영정 앞에서 참배하는 경우는 대강 30~40%정도 되는 것 같다. 나머지는 준비된 탁자에 가서 음식을 먹고 상주가 오면 부조금을 전해준다. 친분이 있는 상주가 여러 명이면 겹부조(여러 명에게 부조하는 것)를 한다.

제주에서 하는 관행이라는 이유로, 오늘도 관행이 계속되고 있다. 관행이 장례문화를 왜곡시키고 있다. 겹부조를 받는 대상 중에 공무원도 큰 주류를 이루고 있다.

제주라는 지역 특성상 사업자 등은 공무원의 경조사를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경우도 많다. 이렇게 보면 공무원이 잘못된 장례식 문화를 만들고 있다.

지난 2017년 12월 국민권익위원회가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하여, 경조비 상한액을 5만 원으로 낮추었다. 법으로 경조금을 규정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그만큼 우리의 경조금 문제가 심각하다는 의미다.

물론 상급자가 자기 직원에게 부조하는 경우나, 친족의 부조금은 5만 원을 넘어도 상관없다. 이런 경우는 고마움에 따라 부조금을 내면 된다.세금고지서처럼 직원이 팀장이나, 과장, 국장에게 부조를 하는 것 도민이, 인간적인 관계가 아닌 업무적인 관계에서 공무원에게 부조를 하는 것 이것은 이제 바로 잡아야 한다.

또한 언론 등에 부고를 하고, 알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하지만, 부고란 상주이름 뒤에, 왜 도청 공무원임을, 아니면 시청 공무원임을 써야 하는가? 도민 입장에서 보면 부고 지면에 있는 공무원 직위와 근무처가 세금고지서처럼 보이지 않을까? 되새겨 봐야 한다.

공무원이 아닌 다른 직업인 경우야 직위를 넣든, 안 넣든 무슨 상관이 있으랴마는 공무원인 경우는 도민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생각해야 한다. 비즈니스 하듯 장례식을 치르는 것은 아닌지 성찰이 필요하다.

공무원의 권리와 인권, 아주 중요한 문제이다.

이 권리와 인권을 주장하기 위하여는 잘못된 관행, 도민에게 부담을 주는 관행은 공무원 스스로 털어내야 한다. 경건한 장례식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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