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과 예절을 가르치는 장소가 돼버린 체육관
인성과 예절을 가르치는 장소가 돼버린 체육관
  • 문영찬
  • 승인 2018.01.04 09: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영찬의 무술 이야기] <10> 스펙

며칠 전 후배가 운영하는 체육관에 들렀다. 간만에 만나는 후배라 안부도 물을 겸 차도 한잔 마실 겸 인사 차 들린 곳이었다. 그 후배가 하는 체육관은 바쁘다. 아이들 인사 받고 가는 아이 보내느라 사범은 정신이 없다. 운영이 안돼 썰렁한 곳보다는 훨씬 보기 좋은 모습이다.

어느 체육관을 가더라도 느끼는 점은 항상 비슷하다. 언제부터 인가 아이들의 인성을 담당하고 예절 교육을 담당하는 곳이 도장이 되어 버렸다. 아이들의 인성과 예절은 가정과 학교를 통해 배우던 시대는 지나버린 것인지 아니면 잘못된 구조로 사회가 움직이는 것인지.

대부분의 도장들은 효를 중요시 하는 체육관, 인성교육을 첫째로 하는 체육관 등을 슬로건으로 내건다. 무도 수련을 하면 인성이나 예절은 자연스럽게 배우게 되어있음에도 또다시 인성 교육 또는 예절 교육을 하는 것을 보면 사범들도 이것저것 많은 교육을 받아야 되는 듯하다.

후배 체육관의 최근 2년동안 수료하고 수여받은 각종 증명서들. 문영찬
후배 체육관의 최근 2년동안 수료하고 수여받은 각종 증명서들. ⓒ문영찬

칼의 나라라 불리는 일본은 자신들의 특징을 살린 검술 또는 무술 류파가 상당히 많다. 지금은 많이 없어졌다고 하나 아직도 수백에 이르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내가 지금 배우고 있는 검술도 ‘천진정전 향취신도류’ 라는 류파이다.

최초의 검술 류파로도 알려져 있으며 일본 치바현의 무형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는 정통한 명문 류파이다.

이런 류파에 입문을 하면 검술 하나만 배우는 줄 알았다. 그러나 검술 뿐 아니라 봉술, 원월도, 소태도, 양도 등 다양한 무기술을 배우며 익히고, 선배에 대한 그리고 선생에 대한 예의 또한 깍듯하게 배웠다.

학교가 존재하지 않았던 옛날 일본에는 특정 류파에서 문무를 동시에 지도하고 있었다. 어찌보면 지금의 학교에서 가르치던 것들을 도장에서 가르치고 있었다. 지금의 학교에서는 무술을 가르치지 않는다. 그래서 체육관 또는 도장이라는 곳이 생겨나지 않았나 싶다.

학교에서 교육을 받고 그 교육을 토대로 도장에선 무술을 배워야 하지만 교권이 땅에 떨어진 지금,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성적을 우선 시 하는 풍조가 생겨났다. 선생들 또한 학생이, 학부모가 무섭다며 교과서 외의 교육은 더이상 지도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

이제는 바른 인성 교육 및 예절 교육은 도장 또는 체육관의 몫으로 넘어간 것 같다. 무술 뿐만이 아닌 바른 인성과 예절을 가르치는 사범 또한 어린아이의 눈높이 보단 학부모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것 같아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도장의 집세를 내주고 사범의 생활비를 내주는 것이 학부모라 어쩔 수 없겠지만 자신이 하고 있는 무도의 전문성 그리고 그 무도에서 나타나는 품위, 무위 보다는 학부모가 원하는 스펙을 받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모습이 너무 안타깝다. 어쩌면 배부른 소리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현실을 직시해 보지 않았으니.

제주오승도장은 아이키도 및 가토리신토류를 지도하는 전문 도장이다. 그러다 보니 어린아이의 수업 커리큘럼은 아직 준비해 놓질 못하였다. 2018년부터 유소년부를 시작할 생각이지만 아직까지 준비된 것은 없다.

오승도장은 정통한 합기도 및 전통무술을 훈련하고 지도하는 도장이다 보니 타인에게 버릇없이 행동하거나 무례한 언사가 있을 시 가차없이 도장에 나오지 말 것을 얘기한다.

타인을 생각하지 못하고 배려하지 못하는 사람은 얼마 다니지 못하고 곧 포기하게 된다. 회원이 다 성인들로 이루어져 있어 지도 사범은 성인들의 눈높이에 맞춰야 하고 성인들 또한 전문성이 결여된 사범을 원하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 이유로 지도사범은 끊임없이 훈련을 해야 하며 자신의 실력을 높이기 위해 선생을 찾아뵙고 지속적인 배움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어린아이를 대상으로 한 무술 수업도 사회체육 관점에서 대단히 중요한 것이라 생각된다. 타인과의 교류를 통해 사회성을 기를 수 있으며 안전한 도장에서 뛰어 놀고 스트레스를 풀며 땀흘리고 면역성을 기른다는 측면에서 후배가 운영하는 체육관들은 아주 훌륭한 일을 하고 있음이 틀림이 없다.

그러나 마음 한 구석 안타까운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나보다. 그 아이들의 부모가 원하는 사범이 되기 위해 운동 또는 무도의 실력보다 눈에 보이고 벽에 걸어둘 수 있는 증명서가 더 중요한 것이 된다는 게.

 

문영찬의 무술 이야기

문영찬 칼럼니스트

(사)대한합기도회 제주도지부장
제주오승도장 도장장
아이키도 국제 4단
고류 검술 교사 면허 소지 (천진정전 향취신도류_텐신쇼덴 가토리신토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