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의회 “조례 개정하겠다면서 오라단지만 자본검증위 구성 모순” 반박
[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 오라관광단지 개발사업에 대한 자본검증위원회가 제주도의회 추천 인사 없이 11명 위원으로 꾸려지게 됐다.
제주특별자치도는 22일 오라관광단지 자본검증위원회 구성과 관련, 당연직 공무원 2명을 포함해 경제‧회계·금융·법률·투자 등 전문가단체 추천 6명, 상공인단체와 시민단체, 오라동 지역 주민들이 추천한 3명 등 모두 11명으로 자본검증위원회를 구성해 다음주중으로 출범시킬 예정이라고 밝혔다.
애초 계획은 제주도의회 추천 위원 2명도 자본검증위에 참여시키기로 했지만 도의회가 위원 추천을 거부, 도의회의 자본검증위 참여는 결국 무산됐다.
도의회는 지난 21일자로 고충홍 의장 명의로 된 공문을 제주도로 보내 자본검증위원회 위원을 추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정작 자본검증위원회 구성을 요구했던 도의회가 위원 추천을 거부하는 상황이어서 도의회가 오락가락하는 자기모순에 빠진 것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하게 됐다.
이에 대해 도의회 문화관광스포츠위원회는 도 집행부가 자초한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제주도가 지난 9월 도의회에 제출했던 ‘개발사업 시행 승인 등에 관한 조례 개정안’을 수정해 통과시켰다면 비법정기구인 자본검증위가 아니라 조례에 근거를 두고 개발사업심의위가 자본 검증을 맡도록 할 수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제354회 임시회 문화관광스포츠위 회의록을 보면 이선화 의원(바른정당)이 2007년 1월 조례가 만들어진 이후 여섯 차례나 조례가 개정되는 동안 한 번도 개발사업심의위원회가 구성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이 대목에서 이 의원은 “도정 정책이 법적인 시스템에 의해 자본이든 투자든 검증하는 게 아니라 별도의 원 포인트로 오라관광단지에 대한 자본검증을 하겠다는 거냐”고 따져 묻기도 했다.
김명만 의원(더불어민주당)도 관련 조례 내용 중 ‘그 밖에 도지사가 위원회 심의가 필요하다고 인정하여 부의하는 사항’이라는 포괄적인 조항이 있다는 점을 들어 “하려고만 하면 이 조례를 갖고도 충분히 자본검증도 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돼 있다”고 지적했다.
문화관광스포츠위 전문위원실 관계자는 <미디어제주>와 전화 통화에서 이 부분에 대해 “제주도가 자본검증위위원회를 구성해 오라관광단지 자본을 검증하겠다고 하면서 비슷한 시기에 들어온 다른 개발사업에 대해서는 개발사업 시행 승인 조례를 개정해 자본검증을 하겠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 관계자는 “개발사업심의위 역할에 대한 내용 중 일부만 수정하면 자본검증 기능을 수행하도록 할 수도 있다”면서 “자본검증위원회라는 임시기구에서 하게 되면 이후 사업자간 형평성 문제 등 혼란이 빚어질 수 있고, 관련 조례 심사를 보류하면서 수정하도록 해놓고 자본검증위에 참여하는 게 자기모순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검증위 위원 추천을 거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자본검증위 도의회 불참 논란의 이면에는 도민 여론에 못이겨 뒤늦게 자본검증위원회 구성에 착수한 제주도정과 제도적 근거를 갖춰 개발사업에 대한 체계적인 자본검증 시스템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는 도의회 입장이 충돌하고 있는 셈이다.
더구나 제도적인 근거도 없이 구성되는 자본검증위의 결론이 아무런 구속력을 갖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은 여전히 유효한 상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