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중심의 협동조합 탄생은 또다른 도시재생”
“여성 중심의 협동조합 탄생은 또다른 도시재생”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7.12.12 16: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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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이야기] <10> 한짓골생활협동조합 탄생

단순 봉사활동 벗어나 조직적 문화활동으로 변신
초대 이사장에 삼도2동 새마을부녀회장 신유희씨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길에는 숱한 이야기가 넘친다. 그 이야기가 바로 삶이다. 그 삶을 제대로 들여다보려면 도시 안으로 향해야 한다. 도시는 겉으로 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치명적 약점이 있기 때문이다. 원도심을 이야기하는 것도 다 그런 이유에서다.

우리가 원도심이라고 부르는 도심은 최근 탄력, 아니 활력을 받고 있다. 그 활력은 주민주도로 이뤄지고 있다는 게 핵심이어야 한다. 외부로부터의 영향도 중요하지만 내부에서의 움직임이 없다면 도시재생은 가치를 잃게 돼 있다. 외부의 힘만으로 도시재생을 하게 되면 영속성도 없고, 출발점을 벗어나자마자 동력을 상실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제주시 삼도2동은 주목해야 할 지점이 많은 동네이다. 삼도2동 주민들은 올해초 제주도정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제주성 서문 복원을 없앤 주역들이다. 도정은 주민들의 외침에 백기투항을 하고 말았다. 행정이 이런 경우는 무척 드물다.

한짓골생활협동조합 창립총회가 12일 제주시 삼도2동주민센터에서 진행됐다. 미디어제주
한짓골생활협동조합 창립총회가 12일 제주시 삼도2동주민센터에서 진행됐다. ⓒ미디어제주
한짓골생활협동조합 창립총회를 마친 후 회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한짓골생활협동조합 창립총회를 마친 후 회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또 하나의 사례가 만들어졌다. 주민들이 주도가 된 협동조합의 탄생이다. 삼도2동에 근거를 둔 이들이 ‘한짓골생활협동조합’(이하 한짓골조합)을 곧 출범시킨다. 12일 한짓골조합을 만들기 위한 창립총회가 진행됐다. 기자로서 발걸음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짓골조합은 삼도2동 새마을부녀회가 중심이다. 부녀회원은 13명이다. 이들이 아주 낯선 협동조합이라는 길을 선택하게 된 건 우연이었다. 부녀회원들이 제주도시재생지원센터의 주민협의체에 가입을 하면서 가보지 못한 길을 선택하게 됐다.

주민들끼리 뭘 할까. 그런 고민을 하다가 ‘천연염색’에 꽂혔다. 부녀회원 가운데 천연염색을 직업으로 하는 이가 있었다. 그걸로 사업기획을 하자며 머리를 맞댔다.

올해 7월 주민협의체를 꾸린 부녀회원들은 협동조합을 만들어 뭔가를 해보기로 했다. 모임은 잦았다. 이날 창립총회 자리에서 이사장으로 선출된 신유희 삼도2동 새마을부녀회장의 얘기를 들어본다.

“매주 한번은 만났어요. 선진지 견학도 다녀왔죠. 부녀회라는 이름으로 모일 때보다 협동조합을 하자며 모임을 가질 때가 더 열심히 참석하더군요.”

새마을부녀회는 그야말로 봉사단체이다. 노인정 국수봉사, 내집앞 쓸기, 클린하우스 정비 등이 그들이 하는 일이었다. 그런데 그런 그들이 협동조합이라는 낯선 일에 과감하게 도전장을 내민 게다. 좀 더 조직적이면서 지역내 문화를 바꾸겠다는 의지가 묻어 있다.

과연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도 했지만, 고민을 해온지 5개월만에 창립총회를 가졌다. 내년 1월엔 한짓골조합이라는 이름이 진짜로 탄생한다.

한짓골생활협동조합 초대 이사장에 선임된 신유희 삼도2동 새마을부녀회장. 미디어제주
한짓골생활협동조합 초대 이사장에 선임된 신유희 삼도2동 새마을부녀회장. ⓒ미디어제주

“삼도1동에서 태어났지만 결혼하고 나서는 삼도2동에서 줄곧 살고 있죠. 혼자서 꾸는 꿈은 그냥 꿈이지만, 함께 하는 꿈은 새로운 세상을 알린다는 말이 있잖아요. 솔직히 협동조합은 잘 모르지만 배우면서 해보려고요.”

이제 출발이다. 삼도2동에 사는 이들이 협동조합을 꾸린 자체가 사건이긴 하다. 그런데 부녀회원들이 협동조합을 만든 이유는 대체 뭘까.

“솔직하게 말하면 주민들은 지역에서 열리는 축제에 관심이 없어요. 외부사람들이 오히려 더 많죠. 주민들의 더 많은 참여를 끌어내려면 변화가 필요한데, 그걸 우리가 해보려는 거죠. 우리가 공방을 꾸리면 주민들이 찾아올테고, 그들을 향해 한번 해보라고 말할 수 있잖아요.”

변화는 시작됐다. 그것도 주민이 주도하는 변화가 조금씩 보인다. 도시재생이 가고자 하는 방향이기도 하다. 그런데 제주시 원도심은 너무 많이 바뀌고 있다. 한짓골조합 초대 이사장인 신유희 회장은 어떤 생각일까.

“예전엔 어두웠죠. 요즘은 문화의거리도 생기고, 축제도 열고 하면서 밝아졌어요. 그런데 현대화되는 모습보다는 있는 걸 살리면서 발전이 됐으면 좋겠어요.”

마구잡이식 개발이 아닌, 주민들이 편리하게 살 수 있는 방안 마련을 얘기하고 있다. 신유희 이사장만의 생각일까. 한짓골조합을 만드는 걸 보면 그렇지 않다. 주민이 주도하고, 주민이 좀 더 편안하게 살 수 있는 그게 바로 도시재생이다. 여기엔 행정이 응답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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