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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 혹시 문화권력자가 있는 건 아닌가요”
“제주도에 혹시 문화권력자가 있는 건 아닌가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7.12.01 01: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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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제주-제주미술포럼, 라운드 테이블 자리 마련
30일 ‘제주비엔날레 평가와 미래를 위한 제언’ 좌담
제주도내·도외 미술계 인사 참가해 열띤 토론 이어져
“역량부족” 평가도 있지만 “의미 있었다” 긍정 평가도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문화를 향유할 수 있을까. 문화는 가까이 있는 것 같지만 그걸 누리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래서일까. 오는 12월 3일 막을 내릴 제주비엔날레에 대한 평가가 엇갈린다. 사실 올해 처음 열린 제주비엔날레는 출발부터 호된 지적을 받아온 터였다.

때문에 평가를 내리는 일이 더 중요할 수밖에 없다. 제주 문화계 단일 행사로는 가장 많은 예산이 투입된 행사인데다, ‘국제적’이라는 행사를 내걸었기에 영속성을 지니기 위해서도 평가는 필수이다.

<미디어제주>가 제주미술포럼과 함께 라운드테이블 자리를 마련했다. 11월 30일 오후 6시 30분부터 3시간 가량 진행된 이날 라운드테이블은 ‘제주비엔날레 평가와 미래를 위한 제언’이라는 주제를 달았다.

11월 30일 미디어제주와 제주미술포럼이 공동으로 마련한 라운드 테이블 '제주비에날레 평가와 미래를 위한 제언'. 이날 좌장을 맡은 양은희 스페이스D 디렉터가 발언을 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11월 30일 미디어제주와 제주미술포럼이 공동으로 마련한 라운드 테이블 '제주비에날레 평가와 미래를 위한 제언'. 이날 좌장을 맡은 양은희 스페이스D 디렉터가 발언을 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라운드테이블은 제주도내는 물론 도외 미술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양은희 스페이스D 디렉터가 사회 및 좌장을, 김성호 미술평론가, 김장언 미술평론가 겸 독립 큐레이터, 이나연 씨위드 편집장, 황석권 월간미술 수석기자가 발표를 했다. 토론자로는 안혜경 아트스페이스C 관장, 홍진숙 홍판화공방 대표, 강민석 한국미술협회 제주도지회장이 자리했다.

# 누구를 위한 행사였나

난맥상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졸속추진 얘기도 나왔다. 사무국의 역량 부족이라는 문제도 제기됐다. 그 이면에는 김준기 제주도립미술관의 의지가 너무 과도하게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얘기들이 있다. 사실 제주비엔날레를 총지휘해야 할 김지연 총감독은 김준기 관장에 가려 역량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발표자로 나선 이나연 씨위드 편집장. 미디어제주
발표자로 나선 이나연 씨위드 편집장. ⓒ미디어제주

이나연 씨위드 편집장은 자신이 제주비엔날레라는 이름을 처음 들은 자리가 이해할 수 없는 자리였음을 표현했다.

“지난해 12월 6일 제주도립미술관에서 오픈한 ‘AR TOWNS’ 행사의 커미션 디렉터를 맡았어요. 그런데 도립미술관장이 진행자 마이크를 빌려 멘트를 시작하는데 비엔날레 얘기를 꺼낸 겁니다. 귀빈 중에 예산을 편성해 줄 분이 있었던 까닭에 그 분을 향해 예산을 달라는 말을 하는 거예요. 제주비엔날레가 설마, 정말로 우격다짐으로 열리는가 생각을 했죠.”

이나연 편집장의 예상대로 우격다짐격으로 행사는 진행됐다. 그는 짧은 기간 억지로 구색을 맞추기 위해 ‘깜냥부족’의 진행자가 책임을 맡았다는 평가도 내렸다.

김성호 미술평론가도 성과 위주의 문제점을 꺼냈다.

“미술관 운영을 할 관장을 뽑았더니 운영은 제쳐두고 거대한 사업에 손을 댔어요. 김준기 관장이 재임 중에 성과를 내기 위해 충분한 논의없이 밀어붙인 흔적이 역력합니다.”

김준기 관장은 사회예술을 표방한다. 어떤 면에서 진보적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사회예술이라는 건 사회참여의 기능도 한다. 그렇다면 민주적이어야 할 것 아닌가. 그에 대한 문제도 나왔다. 그를 잘 안다는 김장언 미술평론가가 입을 열었다.

“김준기 관장을 잘 압니다. 사회참여적이며 비판적 이야기를 합니다. 그런데 왜 본인은 민주적 절차를 따르지 않을까요. 삶과 예술이라는 행위는 같이 가져가야 합니다. 더디더라도 과정이 있어야 하고, 내부에서 잉태되고 고통으로 나오는 거죠. 그게 삶을 더 풍부하게 만드는 게 아닌가요. 그게 없어요.”

# 그래도 김준기 관장이 있다

김준기 관장에 대한 혹독한 평가도 있었지만 제주비엔날레를 해낸 건 그의 역할이 컸다는 점도 이날 라운드 테이블에서 이야기됐다. 성과를 내려는 김준기 관장을 비판한 김성호 미술평론가가 거들었다.

“너무 섣불렀다는 평가는 있지만 일에 욕심이 많은 김준기 관장의 추진력이 아니었다면 제주비엔날레는 결코 가능하지 않았을 겁니다. 의견을 수렴하고, 장단점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자리를 많이 만들었다면 비엔날레는 결코 출범하지 못했을 겁니다.”

발표자로 나선 황석권 월간미술 수석기자. 미디어제주
발표자로 나선 황석권 월간미술 수석기자. ⓒ미디어제주

김준기 관장의 야욕(?)이 씨앗을 뿌렸다는 평가다. 그런 야욕이 욕을 먹는 이유에 대해서는 공감대 형성의 미비를 꼽았다. 황석권 월간미술 수석기자의 설명이다.

“김준기 관장이 비판을 받는데, 그렇게 비춰지는 이유는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제주 도내 내부에서도 그런 공감대를 풀어낼 방법을 몰랐던 건 아니었을까요.”

# 실패작이었나

첫 인상이 중요하다고 한다. 제주비엔날레는 첫 인상부터 문제가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개막식에 참석했던 안혜경 대표는 그 점을 지적했다.

“준비가 안된 오프닝이고, 어느 작가의 작품인지도 알 수 없었어요. 언어 문제도 해결이 되질 않았어요. 현대미술에 익숙지 않은 도민들 입장에서는 매우 불편한 전시였어요. 앞으로 2년마다 도립미술관이 주도를 한다면 그런 토대를 갖출 미술관이 될지도 의문이 들어요.”

작가와 작품, 전시, 관객이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지적은 재차 이어졌다. 1년 전 이맘 때 제주비엔날레 구상을 뜬금없이 들어야 했던 이나연 편집장이 문제를 제기했다.

“비엔날레가 끝나는 무렵에야 도록이 나왔어요. 그런데 도록엔 일관된 기획은 찾아볼 수 없었어요. 큐레이팅의 기원은 ‘보살피다’는 ‘care’에서 찾는데 행사기간과 오픈 후에 터져나온 잡음의 근원은 케어받지 못한 문제로 귀결됩니다. 환자를 돌보지 못한 간호사가 비난받아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죠.”

그럼에도 제주비엔날레 개최는 의미를 둬야 한다는 결론이 쏟아졌다. 실패이면서 성공이라는 두 단어가 겹친다. 이는 김성호 미술평론가의 입에서 나왔다.

발표자로 나선 김성호 미술평론가. 미디어제주
발표자로 나선 김성호 미술평론가. 미디어제주

“제주비엔날레를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확실히 성급하고도 욕심 많은 실패자의 모습이지만 제주도 입장에서는 의미 있는 성공자의 첫 걸음입니다. 형식과 내용은 부족한 이벤트였으나 하도 망쳐놔서 후속 행사에 대한 성공의 가능성을 높였어요. 밖으로부터의 비평이라는 홍수 속에서 엄청난 긍정의 씨앗을 발아시킨 행사였죠.”

기자 입장이면서 개인적이라는 견해를 단 황석호 월간미술 수석기자도 긍정 평가를 내렸다.

“개인적으로 제주비엔날레 내용이 헛된 것은 아닙니다. 미술의 시야를 넓히는데 일조를 했다고 봐요. 제주비엔날레를 행사의 성격으로 제한하지 말고 미술 인프라를 구축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제주비엔날레에 참여한 작가의 입장도 들을 수 있었다. 홍진숙 작가의 경우이다.

“짧은 기간이지만 배웠어요. 작품은 제대로 나오지 않았지만 과정이 중요한 게 아닌가 생각듭니다. 그러나 알뜨르비행장에 굳이 작품을 전시해야 할 이유는 있는지 모르겠어요. 격납고 자체가 작품이잖아요.”

# 문화권력은 있나

2017 제주비엔날레가 내건 주제는 ‘투어리즘’이다. 관광지라는 제주의 특성과 맞물린 주제로 보이지만 이를 두고 평가가 엇갈렸다. 미술평론가들 사이에서도 생각은 달랐다. 김성호 평론가는 제주에 맞는 주제라고 결론을 내렸으나, 김장언 평론가는 주제가 아닌 하나의 키워드에 불과하다며 깎아내렸다.

주제의 적절성 문제는 제주비엔날레의 영속성 문제와도 결부된다. 공감하지 못하는 주제는 비판을 넘어서 비난만 받을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이유야 어떻든 제1회 제주비엔날레는 마무리되고 있다.

그런데 제주도내 문화와 관련, 권력자가 있는 게 아닌가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강민석 제주도미술협회장은 미술인이면서 제주대 교수 입장에서 문제를 던졌다.

“전에는 미술협회가 대단한 권력이었어요. 대학도 권력이었죠. 지금은 아닙니다. 제주비엔날레를 기획하는 주체를 보면 기획자들인데, 현대미술의 권력자임을 경험하고 있어요.”

토론을 지켜본 청중의 입장에서도 문화권력 이야기가 나왔다. 제주시 원도심에서 매년 제주프랑스영화제를 주최하는 고영림 제주국제문화교류협회장이 다음처럼 발언했다.

“제주문화예술재단으로 문화 관련 사업이 절반 이상 이전됐다고 합니다. 문화예술에도 권력이 있구나 생각이 듭니다. 저는 문화를 향유하는 사람인데 원희룡 도정 이후의 문화정책은 탑다운 방식입니다. 더욱이 빈공간은 미술관이 다 차지를 해요. 지금 이아도 그렇고, 탐라문화광장 산지천변에 있는 건물도 미술관입니다. 정말이지 소외감을 느끼게 돼요.”

발표자로 나선 김장언 미술평론가. 미디어제주
발표자로 나선 김장언 미술평론가. 미디어제주

#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문화는 권력일 수 없다. 문화권력자라면 문화를 만드는 이가 아니라, 문화를 향유하는 이들이 누려야 하는 게 맞다. 그런 점에서 제주비엔날레를 바라본 시각은 엇갈릴 수밖에 없다. 비평의 관점도 있고, 비난의 관점도 있다.

제주지역만 놓고 본다면 도내 작가들은 제주비엔날레의 영속성을 바라고 있다. 때문에 몸을 사리는 일이 적지 않다. <미디어제주>와 제주미술포럼이 함께한 이같은 자리를 여는 것도 쉽지 않은 게 그 때문이기도 했다. 문제가 있으면 비판을 해야 하는데 너무 숨죽이긴 했다. 이날 라운드테이블은 제주비엔날레를 제대로 평가를 해본 첫 자리이기도 했다. 좌장을 맡은 양은희 디렉터의 평가를 들어보자.

“제주비엔날레를 진단하는 첫 자리입니다. 이 자리로서는 모자랍니다. 내년에도 이어져야 하고 또다른 공론화 자리도 만들어져야 합니다. 더 많은 토론과 이야기가 진행돼야 해요.”

그는 다음 비엔날레 준비를 위해서는 백서를 준비해야 한다는 점도 부각시켰다.

“실수의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도 백서는 준비해야 합니다. 백서가 나온 후 도내 미술인과 도민이 함께 모여 정리된 사실을 토대로 앞으로 제주비엔날레를 어떻게 할지 진지한 고민의 자리도 만들어야 합니다.”

첫 제주비엔날레는 다소 부족하게 시작했다면, 다음에 열릴 비엔날레는 그런 전철을 밟아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마침 제주비엔날레가 마무리되는 오는 3일에도 토론회가 열린다. 그날 토론회는 제주도립미술관 주최로 열린다. 어떤 내용이 주를 이룰까. 비평적 시각일까, 찬양적 시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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