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의 힘, ‘참혹한 진실’ 그 자체에 있다”
“제주4.3의 힘, ‘참혹한 진실’ 그 자체에 있다”
  • 이정민 기자
  • 승인 2017.11.26 08: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주4.3의 올바른 인식 정착‧역사적 정립을 위한 언론 토론회 개최
양조훈 4.3평화교육위원장 “4.3 전국화, 중앙 언론 적극적 역할 필요”
‘제주 4.3 사건 올바른 인식 정착 및 역사적 정립을 위한 지방‧중앙언론 토론회’가 지난 24일 오후 3시30분 서울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사진=제주도인터넷신문기자협회
‘제주 4.3 사건 올바른 인식 정착 및 역사적 정립을 위한 지방‧중앙언론 토론회’가 지난 24일 오후 3시30분 서울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사진=제주도인터넷신문기자협회

[미디어제주 이정민 기자] 제주4.3 70주년을 앞두고 전국적으로 낮은 4.3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제주지역 언론 뿐만 아니라 중앙 언론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제주4.3 70주년을 앞두고 4.3의 전국화와 세계화를 위한 언론의 역할을 모색하기 위한 ‘제주 4.3 사건 올바른 인식 정착 및 역사적 정립을 위한 지방‧중앙언론 토론회’가 지난 24일 오후 3시30분 서울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됐다.

사단법인 한국평화연구학회(회장 이수석)와 제주연구원(원장 강기춘)이 공동으로 주최하고, 제주연구원과 제주도인터넷신문기자협회(회장 이승록 제주의소리 부장)가 공동으로 주관한 이날 토론회는 70주년을 앞둔 제주 4.3 사건의 역사적 사실을 재조명해 올바른 인식 기반 아래 통합과 화합의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지혜를 모으고, 4.3의 국민적 공감대 형성에 필요한 지방·중앙언론의 역할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70주년을 맞는 제주4·3의 전국화’를 주제로 기조발제에 나선 양조훈 4.3평화교육위원회 위원장은 “제주 4.3의 힘은 그 당시 참혹한 진실에서 나온다. 그 참혹한 진실 앞에서 이념으로 매도할 수 없다”면서 “4.3이 제주에서만 머무르는 것이 아닌 전국화. 세계화를 위해서는 언론의 보다 심층적인 보도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양 위원장은 “2013년 당시 갈등이 심했던 4.3유족회와 경찰출신인 경우회가 조건없이 화해했다”면서 “이제는 유족회, 경우회 뿐만 아니라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과 민주당 도당 위원장들이 합동 참배하고, 4.3공원만이 아니라 충혼묘지에도 가고 있다. 지금은 도지사, 교육감, 여야 모두 합동으로 참배하고 있다”며 제주에서 4.3 치유를 위해 진보와 보수, 여야, 민‧관 구분 없이 뜻을 모으고 있음을 강조했다.

이어 그는 “그런데 최근 여론조사 결과 광주 5.18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국민들이 알고 있지만, 제주 4.3의 경우 노근리학살사건보다 인지도가 떨어지고 있다”면서 “어찌 보면 그동안 4.3은 제주에서만 머물렀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들에게 4.3의 진상을 알리기 위한 적합한 방법에 대한 의견을 물어본 결과 언론매체가 50% 정도로 가장 많이 응답했다”며 “내년 4.3 70주년을 앞둔 이 시점에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조훈 4.3평화교육위원회 위원장이 ‘70주년을 맞는 제주4·3의 전국화’를 주제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제주도인터넷신문기자협회
양조훈 4.3평화교육위원회 위원장이 ‘70주년을 맞는 제주4·3의 전국화’를 주제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제주도인터넷신문기자협회

양 위원장은 “내년 70주년은 4.3생존자들이나 경험세대에게는 거의 마지막 기회다. 내년이 지나 80주년이 오기 전에 많은 분들이 돌아가실 것”이라며 “다행히 문재인 대통령이 4.3을 위해 여러가지 공약을 했기 때문에 기대하고 있고, 70주년을 앞두고 범국민 조직들이 나오고 있다. 중앙언론은 그동안 일부를 제외하고는 침묵을 지켰는데, 오늘을 계기로 4.3의 진실 규명과 정명(正名)을 위해 분발해 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이어진 지정토론에는 홍석준 미디어제주 정치팀장, 고광본 서울경제신문 부장, 박찬식 제주4.3 제70주년 범국민위원회 운영위원장, 고경민 제주연구원 연구위원이 참여해 제주 4.3의 전국화를 위한 언론의 역할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 홍석준 팀장 “4.3평화기념관에 누워있는 백비(白碑)에 4.3의 이름을”

홍석준 미디어제주 정치팀장
홍석준 미디어제주 정치팀장

홍석준 팀장은 “제주 4.3평화기념관 전시실 입구에는 이름없는 비석이 하나 있다”면서 “4.3은 예전 교과서에 공산‧좌익 폭도들의 반란이라고 기술됐으나 정부의 진상조사보고서가 나온 이후에는 4.3사건으로만 명명돼 있다”며 제주 4.3이 아직도 제대로 된 이름 없이 그저 '사건'으로 호칭되고 있음을 지적했다.

그는 “최근 서울시 은평구가 주최한 이호철통일로문학상 시상식이 있었는데, 4.3평화문학상을 수상한 김석범 선생이 1회 수상자로 선정됐다”면서 “시상식 취재를 갔었는데, 이 분이 ‘내년 70주년에는 (제주에) 오지 않겠다’고 하시더라”고 말했다.

이어 “그 이유를 물으니 ‘기념관의 백비(白碑)에 이름을 제대로 새기지 못할 거면 나를 부르지 말라’고 하시더라”면서 “이게 바로 우리가 할 일이다. 지금부터 4.3을 정명하지 못하면 희생자들과 유족들의 한을 풀어드리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 팀장은 “80주년까지 정명 작업을 넘기지 말자. 제대로 이름 붙이는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한다”면서 “70주년 기념사업회에서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제주에만 맡기지 말고 재경 언론도 전국으로 제주 4.3을 여론화하는 데 도움을 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 고광본 부장 “미 군정의 학살 책임 규명, 사과 요구해야”

고광본 서울경제신문 부장
고광본 서울경제신문 부장

고광본 부장은 “제주4.3에 대해서는 미국의 책임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4.3에 대한 책임을 물으며 반미운동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미군정 학살의 책임을 규명하고 사과를 요구해야 한다면서 ”먼저 NGO가 나서고, 제주도의회, 제주자치도, 국회, 중앙정부 순으로 나서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고 부장은 “4.3관련 여론조사 결과도 있지만, 원인과 전개과정에 대해 정확히 아는 분은 제주도민과 출향민을 제외하면 제가 볼 때 전 국민의 극소수라고 본다”면서 “지금부터라도 교과서에 비중있게 기록하고, 교원 연수도 활발히 하고, 제주도의 둘레길과 연계, 4.3 현장을 역사의 교훈으로 삼도록 관광상품화했으면 한다”고 적극적인 홍보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4.3의 정확한 진상규명과 함께 죄없이 죽어간 분들과 유가족들에 대해서는 배상이 필요하다”면서 “예전에 故 노무현 대통령이 사죄를 했지만, 학살의 직접적인 주체인 경찰과 군이 사죄하지 않은 만큼 경찰청장과 국방부 장관의 사과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제주 4.3은 4.3만의 문제로만 보면 안된다. 같은 시기 육지에서도 많은 민간인 학살이 있었다”면서 “제주 4.3의 정명과 진상 규명을 통해 현대사를 재조명하고 역사를 바로세우는 차원에서 제주 4.3사건을 필두로 현대사를 바로잡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 박찬식 위원장 “2003에 진상보고서 나왔는데 15년간 배‧보상 진전 없어”

박찬식 제주4.3 제70주년 범국민위원회 운영위원장
박찬식 제주4.3 제70주년 범국민위원회 운영위원장

박찬식 위원장은 “제주 4.3 50주년 당시 4.3의 진실을 덮고 반세기를 넘길 수 없는 거 아니냐 이런 부분에 대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압도적 지지가 있었다”면서 “그런데 여전히 우리에게는 4.3이라는 것이 아직 정리되지 못한 역사로 남아있다”며 70주년 범국민 운영위원회 탄생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국민들과 함께하고 공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있는, 20년간 4.3의 완전한 해결을 이야기 한 것을 이번 70주년에는 매듭지어야 하는 과제가 있다”면서 가장 중요한 과제로 ‘청산’과 ‘치유’를 꼽았다.

박 위원장은 “국가폭력으로 엄청난 희생이 있었는데, 피해를 회복하는 어떤 조치도 20년간 이뤄지지 못했다”면서 “1999년 특별법 제정의 마지막 과정에서 특별법에 피해 배상까지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진상 규명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어떤 사건인지도 모르는데 배상할 수 없는 거 아니냐’고 해서 이후로 넘겼다. 그런데 2003년 보고서 나왔음에도 15년간 배‧보상에 진전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불법 군법회의에서 제대로 된 재판 절차도 없이 유죄 판결을 받아 수형생활을 하신 분들이 있다”면서 “중산간에서 학살당하신 분들은 억울하게 돌아가셨다고 할 수 있는데, 형무소에 끌려가신 분들은 ‘잘못이 있어서 끌려간 것 아니냐’는 낙인이 찍혔다”며 수형 희생자들에 대한 피해 보상과 함께 당시 군사재판을 무효화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4.3 50주년 당시 MBC에서 ‘이제는 말할 수 있다’라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는데, 첫 번째가 4.3의 진실이었고, 그것이 4.3특별법을 제정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면서 “내년에는 전 국민이 4.3에 대해 언제 일어났는지 적어도 한두번씩은 듣게 만드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라고 본다. 4.3의 한 가지 측면만이 아니라 다양한 측면들을 언론이 고르게 조명해 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 고경민 연구위원 “4.3의 전국화, 전 국민의 힘이 필요한 시점”

고경민 제주연구원 연구위원
고경민 제주연구원 연구위원

고경민 제주연구원 연구위원은 “4.3의 완전한 해결을 위해서는 정치적 결정을 기반으로 한 법과 제도적인 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고, 이것이 우리가 도달할 수 있는 가시적 목표라 생각한다”면서 “이것은 정치적 기회의 창이 언제 열리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50주년 당시 민주화운동이 4.3의 진상규명과 특별법 제정 등의 문을 여는 기회가 됐다”면서 “지금은 과거 10년에 비해 전례없이 호의적인 정치적 기회구조인 만큼 이른바 ‘기회의 창’이 열렸다"면서 현 시점이 4.3의 진상규명과 배‧보상 등 산적한 과제 해결을 위한 기회 임을 강조했다.

그는 “아무리 역사적으로 중대하고 왜곡이 깊다 하더라도 이를 바로잡는 힘과 자원, 동력이 없다면 역사 속에 묻혀버릴 수밖에 없다”면서 “그래서 제주도와 도민들이 가진 자원을 효과적으로 동원하고 더 나아가 전국화에 전 국민들의 힘이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70주년을 맞아 새롭게 대두되는 전국화, 세계화, 보편화를 새로운 정치적 기회구조와 전 국민들의 힘이라는 자원 동원을 통해 이룩해야 한다”면서 “그 과정에서 언론의 역할, 특히 앞으로 메이저 언론사들이 4.3에 대해 얼마나 호의적으로 다뤄주느냐가 중요하다. 그 점에서 4.3의 전국화를 위한 노력을 언론과 함께 배가시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 원희룡 지사 “4.3의 교훈과 메시지, 전 세계에서 주목할 수 있기를”

원희룡 지사가 24일 열린 제주4.3의 올바른 인식 정착‧역사적 정립을 위한 토론회에 참석,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제주도인터넷신문기자협회
원희룡 지사가 24일 열린 제주4.3의 올바른 인식 정착‧역사적 정립을 위한 토론회에 참석,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제주도인터넷신문기자협회

원희룡 지사도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와 정치개혁특위 위원들을 만나기 위해 이날 상경했다가 토론회가 열린 프레스센터를 찾았다.

원 지사는 내년에 70주년을 맞게 되는 제주4.3에 대해 “4.3 때 태어난 아기가 70세가 되는데 10년 단위로 생각하면 80주년 때는 4.3을 겪은 생존자가 거의 없게 된다”고 70주년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그는 “지금도 생존 체험자들이 대부분 인생을 인생을 마감하는 시점에 70주년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인생에서 깊이 들을 모든 것들을 담고자 하는 데 의미도 새기고, 전국적으로 참여해 전 세계에서 4.3의 교훈과 메시지를 주목할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