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19 03:47 (금)
강우일 주교, 원희룡 지사에게 “제주도의 가치를 지켜달라”
강우일 주교, 원희룡 지사에게 “제주도의 가치를 지켜달라”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7.11.10 16: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국 출장 마치고 귀국한 원 지사와 제2공항 문제 대화 나눠
강 주교 “대한민국 전체를 위해서라도 접근인원 제한해야” 강조
원 지사 “오름 자르거나 동굴 발견, 군사공항으로 간다면 반대”
10일 오후 주교관을 찾은 원희룡 지사와 강우일 주교가 제주 제2공항 문제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 ⓒ 미디어제주
10일 오후 주교관을 찾은 원희룡 지사와 강우일 주교가 제주 제2공항 문제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 ⓒ 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 중국 출장을 다녀온 원희룡 지사가 10일 귀국, 제주에 도착하자마자 오후 2시40분께 강우일 주교가 있는 아라동 주교관을 찾았다.

전날 제주도청 앞에서 한 달 넘게 단식 농성을 지속하고 있는 김경배 제2공항 성산읍반대대책위 부위원장을 만나고 온 강우일 주교에게 김 부위원장으로부터 들은 얘기를 전해듣기 위해서였다.

20분 가량 진행된 이날 대화에서 강 주교는 “(김 부위원장에게) 너무 극한 상황으로 가지 말고 몸부터 살펴야 되지 않느냐는 얘기를 했다”면서 되도록 대화를 끌고 나가기 위해서라도 기운을 차려야 한다고 얘기했다고 전날 김 부위원장과 나눈 대화 내용을 전했다.

이어 그는 “본인은 한 번 시작했으니 목숨도 아깝지 않다고 강한 톤으로 얘기하고 있지만 지금 제가 걱정하는 것은 단식만이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굉장히 몰린 것 같은 느낌”이라면서 “빨리 주변에서 힘을 모아서 마음을 풀어드리고 정상적인 대화가 가능하도록 자리를 마련해 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국토교통부가 사전타당성 조사 용역 재검증 요구를 수용하면서도 검증하는 데 2~3개월 정도 걸리는 동안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동시에 발주했으면 좋겠다면서 다만 사전타당성 조사 용역에 대한 검증 결과 부정적인 답변이 나오면 용역 발주 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보도를 봤다”면서도 “지금까지 국책사업 관행이 밀어붙이기식으로 진행된 사례를 들어 그 약속을 믿지 못하는 것 같다”고 지금의 극한 대치 상황이 불신에서 비롯된 것임을 지적했다.

또 그는 “(김 부위원장이) 자꾸 양용찬씨 얘기를 언급한다고 하는데 혹시라도 불행한 일을 저지를까 봐 걱정이 된다. 사람이 막다른 골목으로 쫓기면 무슨 행동이 나올지 모른다”면서 “주변에서 함께 하는 분들도 말은 드러내놓고 안하지만 걱정하는 것 같다. 원 지사님이 오늘 그분을 만나주시면 좋겠다”고 원 지사에게 김 부위원장을 만나 단식을 중단할 수 있도록 권유해줄 것을 요청했다.

강우일 주교가 10일 오후 주교관을 찾은 원희룡 지사에게 제주 제2공항 문제에 슬기롭게 대처해달라는 당부를 전하고 있다. ⓒ 미디어제주
강우일 주교가 10일 오후 주교관을 찾은 원희룡 지사에게 제주 제2공항 문제에 슬기롭게 대처해달라는 당부를 전하고 있다. ⓒ 미디어제주

특히 그는 “제2공항 후보지를 박근혜 정권 때 중앙에서 낙점하고 도정에서 받은 것으로 기억한다”면서 “그런 부분에서 좀 제주도민의 입장에서 이 문제를 생각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시각을 달리해서 이 문제를 바라볼 것을 제안했다.

그는 “지금 거문오름 방문객 수를 제한해서 하루 200명씩 예약을 받는 것처럼 제도 섬 자체가 1년에 몇 천만명을 받을 수 있는 그런 땅이 못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번에 개통된 버스 전용차로제도 너무 포화상태가 돼서 이런 정책이 나오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그는 “도민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 전체를 위해서도 정원을 예쁘게 유지하려면 접근하는 인원을 제한할 수밖에 없다”면서 “무한정 그냥 내버려두면 제주도 뿐만 아니라 전체 대한민국 정원으로서의 희소가치가 완전히 바닥으로 내려앉게 될 거다”라고 우려의 뜻을 표명했다.

그는 “서울에서도 가슴 아픈 모습이 산동네에서 소박하게 살던 사람들이 시 외곽으로 쫓겨나고 고층 건물만 들어서면서 다 사라져버렸다”면서 “이런 개발이 과연 인간을 위한 것인지 근본적인 질문을 지사에게 하고 싶다. 제발 제주도의 가치를 대한민국 전체를 위해 지켜달라”고 거듭 호소했다.

강 주교의 얘기를 들은 원 지사는 “저도 걱정하고 있는 부분이 있어서 그동안의 성장 일변도 정책에 제동을 걸고 있다”면서 “인간의 욕구와 절제 사이에서 조화점을 찾아나가는 과정이지만 주교님께서 더 근본적으로 지혜로운 관점이라면 행정 입장에서는 경영적인 관점에서 관리할 수박에 없다. 근본적인 가치는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10일 오후 주교관을 찾은 원희룡 지사가 강우일 주교를 만난 자리에서 제2공항 문제에 대한 도의 입장을 전하고 있다. ⓒ 미디어제주
10일 오후 주교관을 찾은 원희룡 지사가 강우일 주교를 만난 자리에서 제2공항 문제에 대한 도의 입장을 전하고 있다. ⓒ 미디어제주

이어 그는 “공항 입지의 타당성에 대해서도 우리는 주민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토부의 질문데 대한 답변서를 보내고 공청회만 열었을 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면서 “오름을 자른다든지 동굴이 나오거나 군사공항으로 간다면 제주도부터 반대 입장에 서게 될 것”이라고 분명히 말했다.

그는 “국토부가 불투명하게 하거나 석연치 않게 강행한다면 우리부터 반대할 거다. 자세한 내용에 대한 재검증은 얼마든지 열려 있다”면서 “국토부와 반대위 내용을 주고받으면서 접점을 찾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반대위 의견을 국토부에 전달하겠지만 전체 도민들의 생각은 다양하다”면서 “모든 것을 떠나 생명과 건강보다 더 앞서는 이슈나 문제는 없다. 모든 대화는 접점을 찾아가는 과정인 만큼 극단적인 선택이나 불행한 일이 있어선 안된다”고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김 부위원장의 단식 상황에 안타까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강 주교는 원 지사의 얘기를 듣고 난 후 “도민 전체의 중지를 모으려는 입장은 이해한다”면서도 “민주주의라는 게 단순한 다수결보다 약한 사람도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권리를 지킬 수 있도록 해야 하는 시스템이고 그래야 진정한 민주주의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예정 후보지 주민들에게는 생존권의 문제이지 단순히 돈 몇 푼을 더 받고 덜 발고의 문제가 아니다. 자기 생존권이 걸린 문제”라면서 “제3자로서 전체 도민들의 입장과 생존권 차원에서의 입장에 대한 비중의 차이를 감안해달라”고 당부했다.

원 지사도 “입장을 바꿔서 생각하면 너무나 이해가 잘 된다”면서 “제 가족이나 마을이라면 하는 마음으로 이해하면서 주민들의 아픔이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최대한 저희들의 문제로 같이 끌어안겠다. 다만 극단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옆에 있는 인간만의 힘으로 안 된다. 기도와 영성으로 이끌어 달라”고 강 주교에게 도움을 청했다.

강우일 주교가 10일 오후 주교관을 찾은 원희룡 지사와 대화 시간을 가진 뒤 원 지사를 배웅하고 있다. ⓒ 미디어제주
강우일 주교가 10일 오후 주교관을 찾은 원희룡 지사와 대화 시간을 가진 뒤 원 지사를 배웅하고 있다. ⓒ 미디어제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