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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새내기 사서가 바라보는 친절
기고 새내기 사서가 바라보는 친절
  • 미디어제주
  • 승인 2017.11.10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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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박지영 제주시기적의도서관 사서
박지영 제주시기적의도서관 사서
박지영 제주시기적의도서관 사서

어느덧 사서로서 도서관에서 일을 한지 1년이 지났다. 신규교육을 받으며 여러 가지 업무처리 방법, 공직자의 자세 등 다양한 내용의 강의를 들었고, 그 중 항상 되짚고 가야겠다고 느낀 부분이 있었다.

바로 친절교육에서 배운 ‘기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였다. 지금까지 친절한 응대라고 생각했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는 과거에는 올바른 응대 방법이었을지 모르나 현재형을 살아가는 시점에서 보았을 때 다소 아쉬움이 남는 표현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늘 죄송함을 표현하고 미안함을 인정하는 것이 이용자들에게, 좀 더 넓게는 고객들에게 최선의 응대 방법이라고 생각해 왔던 것 같다. 나 또한 일을 하면서 ‘시간이 늦어졌네요. 죄송합니다.’혹은 ‘안내가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를 자연스럽게 사용해 왔다.

사실 친절 교육을 받으면서 긍정적 응대에 대해 감명 받긴 했지만, 말로 표현하기는 어색했고 괜히 손가락이 간질거렸다. 하지만 그때까지는 단순한 그 한 문장의 친절한 언어습관이 나를, 그리고 도서관 이용자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알지 못했다.

교육이 끝나고 신규 사서로서 나는 도서관 업무를 진행해 나갔다. 때로는 독서문화프로그램을, 때로는 자료실 정보봉사 및 대민서비스 업무를 진행했다. 서툴고 어색했지만 조금씩 긍정적 표현으로 이용자들과 마주했다.

회원증 발급 시간이 길어지면, 회원증과 신분증을 전해드리며 ‘시간이 조금 걸렸죠? 기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용자 분은 웃으셨다. 예상건대, 그분 또한 이 표현이 생소하게 들렸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용자에게 감사함을 표현했다.

그리고 상대방은 같은 기다림에도 긍정적인 표현을 전해들은 것이다. 이 단순했던 한 문장이 현재 사서로서의 내 모습을 조금씩 바꿔놓기 시작했다. 이용자들과 마주하는 시간이 감사하고 즐거웠다. 이용자들이 원하는 정보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해 미안한 것이 아니라, 만족스러운 서비스 제공과정에 함께 서있는 그들에게 감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 하루도 긍정적인 마음으로 긍정적인 단어로 도서관 이용자들과 마주하려고 한다.

이렇게. ‘기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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