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10:45 (금)
“기존 자료 짜깁기 하면 될 걸 10억 용역이라니요”
“기존 자료 짜깁기 하면 될 걸 10억 용역이라니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7.10.26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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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窓] 제주도의 ‘문화재 보전 민간위탁’ 행태를 들여다보며

 

기자는 평소 문화재 보존에 관심이 많다. 문화재 보존에 대한 글도 많이 써왔다. 대게는 ‘잘 한다’는 말보다는 비판을 하는 글이 많았다. 오늘(26일)도 ‘잘 한다’고 박수를 치기보다는 한소리를 하는 글을 쓸 수밖에 없다. 잘해야 칭찬을 하려는데 그러지 않기 때문이다.

문화재 보존은 겉으로는 좋아 보인다. 기억의 보존이라는 측면도 있고, 자신이 살고 있는 땅에 대한 자긍심을 높이기에 문화재만큼 좋은 게 어디 있던가. 우리나라가 문화재 보존에 대한 이미지를 달리한 건 1990년대 종묘 등 건축물이 세계유산에 줄줄이 등재되면서부터이다. 솔직히 오래되지 않았다.

문제는 문화재 보존의 속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는 말이다. 문화재 보존은 다 돈이다. 수십억원, 수백억원의 돈이 들어가는 사업이 문화재 보존이다. 특히 복원이라는 미명아래 도민들의 혈세는 지금 어디서 낭비되는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문화재 보존을 하지 말라는 건 아니다. 제대로 해야 박수를 받을 게 아니던가. 어제(25일)다. 제주도가 10억원에 달하는 학술용역을 민간에 맡기려다 들통이 났다. 김명만 의원이 문제를 지적했다. 10억원의 사업명칭은 ‘문화재 보전 및 활용 종합계획’이었다.

지적한 문제를 들여다보니 이미 시행되고 있는 사업이 있는데, 중복 용역을 진행하겠다는 게 요지였다. 말이 되지 않는다. 세계유산본부가 올해 예산으로 용역비 2억원을 들여 문화재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있는데, 문화재 용역을 또 한다고? 그것도 10억원이라는 혈세를 투입한다니 그게 말이 되질 않는다.

누구에게 10억원을 주려고 했을까. 큰 돈이니 관심이 간다. 그런데 그보다 더 관심이 쏠리는 건 이미 진행되는 용역이 있는데, 왜 같은 용역을 하려 하는지에 있다. 그것도 엄청난 예산을 들이면서.

궁금해서 민간위탁 내용에 어떤 게 포함되는지 들여다봤다. 제주도내 문화재 보전을 위한 기초자료 수집과 현황조사가 눈에 들어온다. 그밖에 문화재별 보전계획방향 제시, 주변과의 연계방안, 디자인방향 제시, 사업을 시행할 때 효과추정 등이다. 솔직하게 말하면 특별하게 어려운 내용은 없다. 문화재 기초자료 수집은 이미 돼 있다. 5년마다 문화재기본관리 계획을 수립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여기에 수많은 돈을 들일 필요는 없다. 수정정도만 하면 끝이다. 효과추정 정도나 머리를 싸매면 싸맸지 민간용역이라는 내용은 솔직히 별 개 없어 보인다. 10억원을 줘봤자 짜깁기 할 게 뻔하다. 이런 민간위탁에 10억원? 정말 너무 했다.

문화재는 돈이 아니다. 문화재는 정신을 담아야 한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문화재는 돈이 됐다. 돈되는 사업이 됐다는 의미이다. 그걸 도민들은 제대로 모른다. 문화재가 복원되고, 보존되는 걸로 알고 있다. 이면은 모르고 있다.

제주도정이 왜 갑자기 10억원을 새로 투입해 같은 용역을 하려는지 고백을 했으면 한다. 내년은 지방선거의 해이다. 아무리 급하더라도 이래서는 안된다. 그나마 어제 도의회에서 동의안을 부결해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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