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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의 건축기술 현장을 가다
세계 최고의 건축기술 현장을 가다
  • 고경실
  • 승인 2007.07.27 12: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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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고경실 제주시 부시장
일본 요코하마 공공디자인 현장을 보고나서
한국이 공공디자인학회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계신 윤종영 교수와의 인연으로 이번 2007. 7. 20일부터 7. 22일까지 2박 3일, 이 중 길에서 버린 시간 1일을 공제하면 2일간 일본 동경과 요코하마 두 도시의 도시 공공디자인 현장을 직접 보려고 도시건설국 공무원들과 함께 전문교수(정강환)의 안내를 받으면서 시찰을 하고 왔다.

예전 같으면 해외벤치마킹하면 관광지, 문화유적지 유람을 겸하면서 도시문화 체험을 했겠지만 이번 시찰은 철저하게 도시 스카이라인을 보고 도심재생 현장을 찾아서 확인하고 길가에 배치된 가로등, 휴지통, 간판, 조명건축물 등을 하나 하나 자세히 관찰하고 장·단점을 비교하며 토론하는 시간으로 꽉 짜여져 발목의 통증이 느껴지고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기도 하는 고된 여정이었다.

나와 같이 했던 홍성도 국장님을 비롯한 공무원들도 참 재미없는 시간으로 일관했음을 안타까워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토론시간은 자신 있는 표정으로 확신에 찬 자기신념을 말하고 우리 자신을 돌아보는 긍정적인 시간들이었음을 나는 실감할 수 있었다.

물론 두 도시를 보는 나의 감회는 우리 현실과는 너무 다른 도시였다. 규모면에서 동경은 1천 2백만 명의 인구, 요쿠하마는 3백 2십만 명의 인구 그리고 경제력에서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런데 이 두 도시에 하나같이 플랜카드 즉 현수막을 하나도 발견할 수 없었다. 아취나 탑은 물론이다. 그 많은 인구가 살고 있다는 것이 실감이 안날만큼 한산하고 조용한 것이다.

일전에 덴마크 스톡홀름에 갔을 때 어느 산골마을에 온 듯한 적막함이 이곳 동경과 요쿠하마에서도 똑같이 느껴지는 것이다. 꼭 그와 같은 현상으로 가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다 보니 건물 또한 유럽풍을 도입하였으나 지진에 견딜 수 있는 창조적 유럽형 건물로 탄생하고 있는 것이다.

궁하면 통한다라는 주역이 이치가 있는데 지진과 태풍에 시달린 일본은 결국 세계 최고의 건축기술과 건조물 구축 능력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물론 하네다공항 입구에서 도심지까지 내가 그토록 강조하고 있는 잔디정리나 쓰레기 처리, 꽃 식재 면에서 보면 우리 제주도가 앞서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확신을 해보기도 했다.

내가 모른 또 다른 골목이 있는지 모르지만 그런 분야에 투자가 덜 되었다는 느낌이다. 그러나 약자에 대해 배려가 도심 구석구석 놓치지 않고 있음은 본받아야 하고 도드라지지 않으면서 주변과 조화를 창조해 내려는 간판이나 싸인보드 그리고 조명 등 이 모든 것들은 회색빛으로 통합되어 있으면서도 아주 고급색깔을 비추어 내는 감을 주었다.

우리는 건물마다 울긋불긋, 내가 더 크게 붙여야 한다는 의지로 덕지덕지 붙어 있는 간판이나 휘황찬란한 조도의 네온싸인은 어우러지지 못하여 제각각으로 튀다보니 함께 촌스러워 짐을 느끼고 있다라는 지적을 ‘아니다’라고 할 자신이 없을 것이다.
이것이 디자인의 힘이로구나 하는 생각을 키워 주었다.

공동체 사회는 혼자 사는 사회가 결코 아니다. 내가 혼자 잘 살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공동체 전체가 병들어 있다면 그것은 자신도 같이 하락을 면치 못하는 길이 된다. 서로서로 양보하면서 통합된 컬러를 창조할 때 신묘한 색상을 연출하게 된다는 것이다.

요코하마의 도시건물은 한마디로 회색 빛깔이다. 그러나 곡선이 빚어내는 라인은 전혀 불편스럽지 않았다. 예전에 있었던 건물들을 잘 살려 내면서 도심에 조화를 이뤄 내려 했던 노력 역시 가상스러웠다.
디자인 운동을 시작한 지 30년, 한 공무원이 평생을 바치면서 하나하나 고쳐 오늘날 아시아 전역에서 공공디자인이 가장 잘 된 지역으로 평가 받고 있으며 연간 3천 2백만 명에 달하는 관광객이 찾아드는 명소가 되어 있는 것이다.

거리를 눈 씻고 둘러보아도 현수막 게시대가 없고 아무렇게나 나무에 매여 있는 현수막도 없다.
현덕준계장은 토론시간에 색깔 조화라도 이뤄낸 게시대가 있으면 하는 아쉬움을 토로해 온다.
홍원찬계장은 가로등 하나만이라도 디자인 개념을 적극 도입해 보겠다고 다짐한다.
 
색감 있고 볼륨감 넘치는 가로조경에 대해 다양한 시설물에 대한 창조적인 노력의 의지를 심어주어서 함께 갔던 동료 공직자 모두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지금부터 우리는 우리 제주도 지역에 맞는 색깔과 세련미 하나하나에도 정성을 다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또 하나의 유럽도시가 아니라 제주에 맞는 기능성 시설들이 제주만이 같고 있는 최고의 빛을 창조해야 한다는 것이다.

동경에서 2~3개소 도심재생운동이 성공한 사례를 보았다. 약 3조엔 정도가 한 곳에 투자 되었다. 그 수명주기는 언제일지 내 짧은 머리로는 끝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끊임없이 재창조 되고 있는 도심의 생명력은 종전에 비해 매우 주기가 짧아지고 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동경은 그러하지만 요코하마의 정체성은 다른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부두에서 도시 전체를 조망해보면 도시 전체가 하나의 예술처럼 통합되어 생명력을 갖고 있는 것이다. 단, 유럽의 도시별 장점을 따오다 보니 동양적인 아기자기한 자연스러움이 부각되어야 할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내용들이 전문가적 식견에 바탕을 두어서 우리 제주시 도심에 조금씩 조금씩 내재되어야 한다. 단 여기에 바다와 한라산 그리고 제주만의 특유한 섬문화가 녹아있어야 한다. 이러한 연구와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것이 이번 견학을 통해서 얻어진 결과이다.
예를들면 “제주자연 자원의 소재를 이용한 도심이미지 창조를 위한 연구”이런 것이다.

‘배움에 길은 끝이 없다’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생각으로 고집스럽게 명소를 위한 작은 실천이 강조된다하여도 잘못됨이 없다.
나에게서 너에게로, 너에게서 우리 모두로 나아가 함께 사는 공동체적 공간을 가꾼다는 모두의 책임감, 이것이 있어야 한다.
나만 장사를 잘하겠다고 간판을 크게 해서 휘황찬란하면 그 일대가 촌스러워지고 고객들이 이미지는 시골집 같은 느낌을 준다.

고급브랜드일수록 요란하지 않고 조용한 컬러를 사용하고 주변과의 조화를 중시한다. 이런 끝없는 의식이 확산될 때만이 도심 재창조는 가능해질 것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서 우리가 하는 것들 중 고쳐나가야 할 일들이 너무 많음을 인식하면서 나의위치에서 어떻게 이런 일들을 가지런하게 정리시켜 나갈 것인가를 혼자 그리고 함께 고민하면서 품격 높은 제주시 명소 만들기에 혼신을 기울여 나가고자 한다.

모두가 공감하고 작은 것에 감동하는 제주시 공동체로 가는 길목에서 벽돌 한 장을 나의 힘으로 옮겨야 하겠다는 굳은 신념을 이 기회에 다져 본다.

                                                           <고경실 제주시 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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