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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어난 손님' 비수빈의 친정나들이돕기
'빼어난 손님' 비수빈의 친정나들이돕기
  • 오연숙
  • 승인 2007.07.27 09: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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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연숙/ 제주이어도지역자활센터
한경면 조수리, 마을 회관에는 방임아동들을 위한 공부방이 있습니다.

이혼과 가출로 할머니할아버지랑 사는 아이들이나, 한부모 밑에 자라는 아이들과 그들의 친구들을 위한 공간입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공부하는 동안은 그 가정을 방문하여, 세탁기도 돌려 주고 청소도 해 줍니다.
공부방에 오는 아이들에게는 공부 뿐만 아니라 빨래하는 법, 비질하는 법도 가르칩니다.
더 이상 부모의 잘못으로 가난을 대물림하지 말라고 아이들의 삶을 가르치는 이들은 ‘빙고’라는 아동돌보미사업단입니다.
계절이 바뀌면 서랍정리를 같이 해주는 ‘빙고’ 아동돌보미는 아이들의 엄마이고, 선생님이 되어 관심과 사랑으로 꼬질꼬질하고 냄새나던 아이들, 이틀에 한 번 결석하던 아이들이 조금씩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웃고 떠들며 공부하는 아이들의 풍경 속에 비수빈씨가 있습니다.
1996년 결혼으로 입국한 비수빈씨는 빙고단원이면서, 공부방 영어선생님입니다.
빼어난 손님이란 뜻으로 남편이 지어준 이름입니다.
 자신도 외롭고 힘든 처지면서, 다른 아이들 돌보는 일에 열심히인 그녀는 저녁이 되면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이 됩니다.
남편이 건강이 좋지 않은 편이어서, 생계마저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서 “남편이 착해서 이 곳에 온 것을 후회하지 않아요. ”하는 사람입니다. 참 이름처럼 빼어난 손님입니다.

이번 비수빈씨가 삼성생명이 후원하는 ‘날자프로젝트’라고 하는 친정나들이에 137명 지원자 중 제주도에서 유일하게 선정되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국제항공료 및 체류비용을 제외하고는 자부담하게 되어 있어, 본인 포함 4명의 가족이 서울까지 오가는 항공료만도 100만원 가까이 소요될 예정이어서, 아까운 기회를 놓칠까 염려가 됩니다.

아버지 상을 당해도, 형제의 결혼식에도 참석하지 못한 채 애월읍 납읍리에서 이 땅의 2세를 키우며 보낸 그녀에게 11년만의 친정 나들이, 엄마의 외가 방문이 성사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이 글을 드립니다.
의식주문제도 아니고 친정나들이를 지원해달라는 것이 불우이웃돕기냐고 의아해하실지 모르겠지만, 다음세대, 아니 우리 세대의 고민은 배고픔이 아니라 외로움이 아닐까합니다.

어떠한 이유에서 한국을 선택했든 이들이 여기서 풍요롭게 살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많은 것 같고, 이들이 뿌리내리는 이곳을 또 하나의 고향으로 여길 수 있도록 돕는 것은 우리의 몫이라 생각합니다.

어렸을 때, 우리는 단일민족국가라 사회시간에 배웠지만, 이미 사회는 다문화사회입니다. 특히 우리 농촌의 젊은 새댁은 열에 한둘은 외국인입니다.

저는 가끔 선녀와 나뭇꾼처럼 이들이 도로 자신의 나라로 돌아가 버리면 어떨까하는 쓸데 없는 고민이 들 때가 있습니다.

돌연 내가 있을 곳이 아니구나하고 날개옷을 찾아 떠나지 않도록, 이들이 지역에 튼튼히 뿌리 내릴 수 있도록 돕는 일은 쌀을 지원하는 것 이상의 힘이 될 것입니다.
비수빈씨의 친정나들이가 가능하도록 도움을 주신다면 비수빈씨와 결혼 이주 여성, 이들을 통해 보호 받는 많은 아이들의 미래에 큰 힘이 되리라 믿습니다.

그녀에게는 두 아들이 있습니다. 당연히 반은 엄마를 반은 아빠를 닮아, 엄마보다는 희고 아빠보다는 검습니다.
아이들이 다른 애와의 차이로 인해 어려워하지 않는 지 물었더니, 웃으며 "다 친구해요"라며 특유의 외국인 억양으로 답합니다.

                                              <오연숙 / 제주이어도지역자활센터>
# 외부원고인 '특별기고'는 미디어제주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비수빈씨 돕기를 희망하는 분은 제주이어도지역자활센터(772-1297~8)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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