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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기지, '장고 끝에 악수(惡手)' 우려
해군기지, '장고 끝에 악수(惡手)' 우려
  • 문상식 기자
  • 승인 2007.07.24 14: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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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취재파일]강정마을 '엉킨 실타래' 여전

장기나 바둑 둘 때 오랫동안 생각하다가 오히려 나쁜 수를 두게 되었다는 뜻의 '장고 끝 악수 둔다'라는 말이 있다. 국책사업이나 행정당국의 주요 정책결정에 있어서는 치명적일 수 있다.

제주 해군기지 문제를 놓고 제주사회가 찬반 갈등으로 요동치고 있는 가운데, 해군기지 최우선 대상지로 선정된 강정마을 갈등이 확산일로에 있다. 

최근엔 강정마을에서 '1마을 2회장' 체제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법원의 판단으로 당장 발등의 불은 잠정 진화됐지만, 강정마을 내부 갈등은 여전하기만 하다.

제주도당국은 해군기지 문제로 분열된 강정마을 주민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해군기지 찬반측과 지역 원로, 중도세력을 아우르는 가칭 마을발전대책위원회 구성을 제안, 충분한 대화를 통해 문제 해결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지만 강정마을 주민갈등은 좀 처럼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강정해군기지사업추진위원회가 주민갈등 해소 명목으로 '다자간협의체' 구성을 제안하고, 강정마을 주민들이 거듭 마을회장 해임안을 놓고 임시총회 소집을 요구해 강정마을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강정추진위는 최근 기자회견을 갖고 마을 공동체가 흔들리고 있는 현실에 유감을 표명하면서, 중립적 위치에 있는 지역 원로들이 나서서 찬·반 주민들이 화합할 수 있는 위원회를 만들어 달라고 촉구했다.

또 찬·반 주민들이 주축이 되고 해군과 제주도 등이 참여해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다자간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강정해군기지유치 반대위원회는 강정추진위가 제안한 다자간협의체 구성요건은 해군기지 건설을 전제조건으로 요구하고 있다며 거부입장을 밝혔다.

주민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해군 및 공무원을 일체 배제하고, 주민들에게 알 권리를 주기 위한 찬반 전문가 설명회·청문회 등을 갖자고 제안했다.

강정마을 주민 75명은 또 마을회장 해임안과 신임 마을회장·부회장 선출을 위한 임시총회 소집 요구 공문을 강정마을회장과 강정마을 감사단에게 각각 전달한 상태다.

사실 장고 끝에 악수가 나오기는 어려운 법이다. 부분에 집착했을 때 어김없이 이런 일이 생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강정마을 뿐만 아니라 제주사회가 해군기지 문제로 첨예한 갈등을 보이면서 제주 해군기지가 '장고 끝에 악수'가 되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기만 하다.

때로는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논리적으로 분석하기보다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는 것도 엉킨 실타래를 푸는 좋은 방법 일 수 있다.

일단 발을 담가야 실마리가 풀릴 것이다. 강정주민들의 갈등이 무엇 때문인지, 그들의 목소리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아야 한다. 찬반을 떠나 제주도당국의 적극적인 자세가 강정마을의 갈등을 봉합할 수 있다.

<문상식 기자 / 미디어제주 취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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