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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잔치준비'에 시간이 없었나
'화려한 잔치준비'에 시간이 없었나
  • 문상식 기자
  • 승인 2007.06.29 15:1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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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취재파일]현애자 의원의 단식 '위험수위'...제주도정은 '수수방관'

옛날에는 옷에 주머니가 거의 없어 소매가 의복의 주머니 역할을 했다. 아무런 생각없이 습관적으로 가만히 있을 때나 날씨가 추운 날에는 주머니 대신에 소매에 손을 넣었던 것이다. 가까운 곳에서 큰 일이 일어났으나, 해결하려고 하지 않고 관심없이 팔짱을 끼고 바라보기만 한다는 뜻에서 유래된 말이 바로 '수수방관'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22일 제4회 제주평화포럼에 참석차 제주를 방문해 제주 해군기지 건설과 관련해 아름다운 항만을 조성하고 친근하게 느낄 수 있는 관광객이 좋아할 명물이 되도록 운영해 나가겠다며 제주해군기지를 기정사실화 했다. 제주도정의 해군기지 건설 순풍에 돛단 격이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사회에서는 연일 해군기지 철회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민주노동당 현애자 국회의원은 제주특별자치도청 앞에 세워진 5평 남짓한 천막에서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지난 7일부터 이어진 현애자 의원의 단식농성이 4주째로 접어들었다. 30도를 웃도는 무더위 속에 현애자 의원은 제주 해군기지 철회를 촉구하며 사투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고독하고 외로운 여정의 싸움일지도 모른다. 아니, 현 의원 곁에는 뜻을 함께하는 제주도민들이 있어 그가 이겨낼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단식 23일째를 맞고 있는 현 의원의 건강상태에 적신호가 오기 시작했다. 혈압이 계속 떨어지고 탈수증세 등을 보이면서 단식을 계속 이어간다면 위험할 수 있다는 의사의 소견이 나오고 있다.

제주도정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건너 불구경 하듯 자기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관심없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비록 김태환 제주지사의 천막 방문과 제주도청 국장급 공무원들의 3~4차례 방문도 있었지만,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김태환 지사가 단식 천막을 찾은 것은 단식 이틀째인 지난 8일 단 한차례다. 그것도 의례적 방문의 성격이 짙었다.

제주도정은 국장급 공무원들이 여러차례 방문했다며 마치 '제 할 일'을 다한 것처럼 말하지만, 적극적으로 현 의원의 단식을 중단하게 하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았다.

목숨 건 단식투쟁을 벌이는 현 의원의 요구가 '해군기지의 완전한 철회'여서, 단식을 풀게할 명분이 없어 방문하지 않는다고 변명하는 일부 간부공무원도 있었다. 하지만 도정이 과연 해군기지 '반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기본적 자세가 되어 있는지, 진정성은 여전히 의심받고 있다.

뉴질랜드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세계자연유산 등재라는 쾌거를 거두고 조기 귀국한 김태환 제주지사. 그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1주년에 즈음한 '화려한 잔치준비'가 아니라, 진정으로 도민을 감싸 안으려는 진정한 리더십의 발휘다.

무조건 농성장의 요구를 100% 수용하라는 것은 아니다. 민주사회에서 의견은 다양하게 표출될 수 있는 것이다. 다양하게 표출되는 의견을 합리적 절차와 과정을 통해 잘 감싸안고, 수용하는 것은 지도자의 몫이다. 현 의원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밥을 굶던지, 쓰러져 병원으로 실려가던지,나 몰라라'하는 수수방관적 태도를 끝까지 고집할 셈인가. 최소한 100%는 아니더라도, 작금의 상황에서 '공통분모 찾기'를 통해 해군기지로 갈라진 민심을 수습하려는 고민은 해야 하지 않겠는가.

포용하고 함께하는 제주도정의 모습을 제주도민들은 간절히 바라고 있을 것이다.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1주년에 즈음해, 지금 제주에 필요한 것은 '성대한 잔치'가 아니라 진정한 '도민화합'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문상식 기자 / 미디어제주 취재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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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2007-07-01 08:32:02
수수방관하고 있다고만 할 것이 아니라 공통분모를 찾는 방법과 민심을 수습하려는 어느정도의 방법까지 제시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쓰기 좋다고 무조건 나열만 한다면 누구라도 기자는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