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19 03:47 (금)
해군기지, 분석기사 하나없고
스트레이트 기사만 '난무'
해군기지, 분석기사 하나없고
스트레이트 기사만 '난무'
  • 윤철수 기자
  • 승인 2007.06.28 15:51
  • 댓글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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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기자가 분석한 제주언론 '미디어비평'
대학생 독자의 입장에서 바라본 제주지역 일간신문의 뉴스프레임은 어떠할까.
제주대학교 방송국(CEBS)의 이지영 영상보도부 차장(언론홍보학과 3학년)이 KBS 제1라디오 '진희종의 제주진단'에서 주기적으로 '미디어비평' 코너에 고정 출연키로 해 화제가 되고 있다.

이지영 차장은 제주진단 프로그램 300회에 즈음해 마련된 29일 방송예정인 첫 미디어비평 코너에서 그동안 자신이 준비해온 제주지역 일간신문의 보도내용과 관련해 나름대로의 분석틀을 갖고 비평한다.

첫 미디어비평 코너에서는 제주지역 일간신문이 해군기지 관련기사를 어떻게 보도했는지 상호비교하며 분석한 내용이 발표된다.

그는 이번 미디어비평 분석을 위해 제민일보와 제주일보, 제주타임스, 한라일보 등 4개 일간지가 6월1일부터 25일까지 보도한 해군기지 관련 기사를 대상으로, 이를 유형별, 내용별로 분류해 비교분석하는 방식으로 잘못된 보도관행을 꼬집었다.

이 기간 보도된 해군기지 관련 뉴스는 제민일보 68건, 제주일보 31건, 제주타임스 31건, 한라일보 52건으로 나타났다.

지면별로 분류해 보면 제민일보의 경우 뉴스 게재된 지면이 ▲1면 20건 ▲종합면 27건 ▲사회면 14건 ▲오피니언 2건 ▲사설 2건 ▲기타 3건으로 상대적으로 1면보도 횟수가 많았다.

제주일보는 ▲1면 1건 ▲종합면 23건 ▲사회면 4건 ▲오피니언 1건 ▲기타 2건 등 종합면 할애비율을 높게 했다. 한라일보는 ▲1면 4건, 종합면 23건, 사회면 16건, 오피니언 7건, 사설 2건으로 역시 종합면에 집중 게재하는 양상을 보였다.

제주타임스는 ▲1면 7건 ▲종합 5건 ▲사회 2건 ▲기획 13건 ▲오피니언 2건 ▲사설 2건의 배열형태를 보였다.

4개 일간지 모두 스트레이트 기사가 대부분이었는데, 스트레이트 기사비율은 제민일보가 전체 68건 중 51건, 제주일보가 31건 중 30건, 제주타임스가 31건 중 25건, 한라일보가 52건 중 37건으로 나타났다.

이번 미디어비평의 내용적 분석은 ▲제주도와 정부입장 표명 ▲개괄적 진행과정 ▲영향보도 ▲시위, 반대, 서명운동 ▲강정마을 주민갈등 ▲여론조사 관련 ▲다른 곳 사례 ▲설명회 등 관련행사 ▲해군기지 행정사무조사 ▲노무현 대통령 발언 ▲해군기지 도지사 개입 등의 항목으로 분류돼 이뤄졌다.

코딩을 통해 종합분석한 결과 스트레이트 기사의 집중화로 분석기사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점이 확인됐다. 이지영 차장은 "전반적으로 언론이 주도해 문제점을 파헤치는 기사가 드물었다"며 "이것은 일부 신문사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모든 신문사가 갖고 있는 문제점으로, 언론이 스스로 문제를 제기하기 보다는 단순히 일어나는 일만 다루는 스트레이트성 보도가 압도적으로 많았다"고 꼬집었다.

해군기지 기사가 일반적 스트레이트 기사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발표 저널리즘'의 형태를 띄고 있는 문제, 특히 이 마저도 독자들에게 실질적인 해석이나 분석을 제공하기 보다는 해군기지 문제의 진행경과를 나열하거나 스트레이트 기사안에서 취재원들이 했던 말과 자료를 언급하는데 그쳤다고 분석했다.

그는 "스트레이트 기사비중이 높다는 그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만, 해군기지에 대한 접근방식과 태도에 있어 기사의 안이함을 나타내는 것 같아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 차장은 "언론은 공공의 문제를 논의하고 비판하는 역할 뿐만 아니라 대안까지 제시해야 한다"며 "제주지역 신문이 좀 더 주체성을 갖고 발로 뛰어 다니며 해군기지가 어떠한 영향을 일으킬지, 좀 더 다양한 시각을 제시해 줬을 좋았을텐데 이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신문사별 입장과 관련해서도, 그는 "찬성이나 반대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하지는 않고 있지만, 기사 제목 등을 통해 이미 간접적으로 입장을 드러낸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다음으로 각 신문이 정작 정책결정이 이뤄진 후부터는 '사설'에 인색한 점과, 사실기사와 의견기사를 혼재해 사용하는 문제도 지적됐다.

이 차장은 "6월 한달 4개의 신문 사설을 보았을 때 한라일보 2건, 제민일보 5건, 제주타임스 2건이고, 제주일보는 다른 이슈와 연계지어서 잠깐 언급한 정도였다"며 "해군기지 문제가 정점에 떠오른 지금 이러한 추세는 의외였"고 말했다.

그는 "지난 달 일본 아사히 신문이 일본헌법 60주년을 맞이하여‘언론의 역할을 깊이 자각하고 싶다. 그런 결의의 표시로 받아들여 주었으면 싶다’라며 8페이지에 걸친 21건의 대형 사설을 게재한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또 "신문은 입증이 가능한 사실보도와 의견보도를 명확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하지만 4개의 신문은 사실기사에서도 의견이 들어가는 등 두 개가 혼재되어 있어 도민들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지영 차장은 앞으로 한달 주기로 미디어비평을 통해 대학생 입장에서 보는 뉴스프레임에 대한 시각을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싶다는 뜻을 밝힌 후, "지금까지 제주도는 미디어비평의 무풍지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지역 언론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과 지역민의 기대가 높아지는 만큼 제주도 내에서의 언론도 서로 모른척하며 잘못을 묵인하기보다 비평하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지영 차장의 첫 미디어비평은 29일 오전 8시35분 KBS 제1라디오 '진희종의 제주진단'에서 방송된다.


다음은 이지영의 '미디어비평 - 해군기지 관련 보도'의 분석 요약문.


1. 분석설계 및 틀

제주지역 일간지 신문인 한라일보, 제민일보, 제주일보, 제주타임스 4곳을 살펴보았다. 미디어 비평은 특히 주요한 사안에 대해 여론이 확연하게 다른 입장을 갖기에 제대로 전달되고 있는지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 이러한 전제로 제주도의 중점 사안이라 할 수 있고 미디어가 집중적으로 보도 하는 해군기지 문제에 초점을 맞췄다. 여기서 다른 사안과 연관되어 언급만 된 기사는 분석 대상에서 제외하고 기사의 중점 내용이 해군기지인 경우만을 다뤘다. 6월 1일부터 한 달 동안의 지면상을 통해 분석해 보았는데, 더 거슬러 올라갈 수도 있지만 물리적 한계로 인해 일단은 한달동안의 기사를 자체적인 코딩작업을 통해 다루었다.

2. 분석결과
1> 언론의 시각이나 접근방식의 차이
신문사별로 찬성과 반대의 입장을 명확히 드러내고 있다. 신문사의 입장은 무엇보다 사설을 통해서 알 수 있는데, 제민일보는 21일자‘강정마을 공동체의 피울음’이란 사설에서 ‘해군기지 유치 동의 결정을 내린 도정이 얼마나 섣부른 행동을 했는지’라고 언급을 하고, 18일 기획기사에서 ‘밀어붙이기 정책 타당성 상실’이라는 표현 등에서 해군기지 반대 입장임을 알 수 있다.
반면, 한라일보와 제주타임스는 각각 22일과 25일 사설에서‘해군기지에 대한 노대통령의 입장 천명’,‘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해군기지’라는 타이틀로 ‘노대통령의 입장 천명을 겸허히 수용하고 도민통합의 새 장을 펼쳐 나갈 것을 제안하고자 한다’등의 발언에서 찬성의 입장을 엿볼 수 있다. 제주일보의 경우 다른 신문사에 비해 뚜렷한 목소리를 내고 있지는 않지만‘해군기지 주민투표 강행’, ‘해군기지 수용 생존적 조치’등 기사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찬성의 입장을 내포하는 것으로 보인다.

2> 사설의 비중 약화, 사실기사와 의견기사 혼재
6월 한달 동안 4개 신문사 사설을 보았을 때 한라일보는 2건, 제민일보 5건, 제주타임스 2건인데, 제주일보는 다른 이슈와 연계지어서 잠깐 언급하기만 했다.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당연히 신문사의 의견이 반영되는데 해군기지가 정점에 떠오르는 지금 이러한 사실은 의외였다.
지난 달 일본 아사히 신문이 일본헌법 60주년을 맞이하여‘언론의 역할을 깊이 자각하고 싶다. 그런 결의의 표시로 받아들여 주었으면 싶다’라며 8페이지에 걸친 21건의 대형 사설을 게재한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신문은 입증이 가능한 사실보도와 의견보도를 명확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4개의 신문사는 사실기사에서도 의견이 들어가는 등 두 개가 혼재되어 있어 도민들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중략)

3> 스트레이트 보도의 난무
전반적으로 언론이 주도해 문제점을 파헤치는 기사가 드물었다. 이것은 일부 신문사에 국한 된 문제가 아니라 모든 신문사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이었다. 언론이 스스로 문제를 제기하기보다 단순히 일어나는 일만 다루는 스트레이트성 보도가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스트레이트 기사로 발표 저널리즘의 형태를 띄고 있다. 독자들에게 실질적인 해석이나 분석을 제공하기보다는 해군기지문제의 진행 경과를 나열하거나 스트레이트 기사 안에서 취재원들이 했던 말과 자료를 언급하는데 그쳤다. 이는 지역 언론 모두 해군기지에 대해 관련된 상황을 전달하는 데에만 치중한 것으로 해석된다.
         
4> 스트레이트 보도의 한계
단순 스트레이트 보도의 경우 서명운동, 기자회견 등과 같은 행사를 설명한 후, 관계자의 입장 및 논평을 듣는 형식이 대부분이었는데, 이런 사실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만 이렇게 유형화된 기사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사실은 해군기지에 대한 접근방식과 태도에 있어 기사의 안이함을 나타내는 것 같다.
언론은 공공의 문제를 논의하고 비판하는 역할 뿐만 아니라 대안까지 제시합니다. 실재로 그것은 국가정책에 반영되어 국민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데, 어느 누구도 언론으로 하여금 이러한 정책결정을 하게 만드는 권한을 넘겨주지 않았지만 언론이 사람들의 인식을 변화시키는데 기여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이러한 입장에서 보았을 때 우리 지역신문이 좀 더 주체성을 가지고 발로 뛰어 다니며 해군기지가 어떠한 영향을 일으킬지 다른 지역, 다른 나라 사례도 살펴보고 좀 더 다양한 시각을 제시해 줬으면 좋았을 것이란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이하 중략)

5> 취재원의 선택과 동일 취재원 반복
취재원의 말의 취사선택뿐만 아니라 취재원에 대상에 따라서도 보도 방향이 달라짐을 알 수 있다. 강정마을 해군기지 주민투표에 대한 의견을 다룰 때에도 16일 제주일보와 한라일보는“주민투표 실시 이유는”과 “반대측 의견 조목조목 반박”기사에서 해군기지 유치 청년단의 성명서를 내세우고 있었다. 하지만 제주타임스와 제민일보에서 이러한 내용은 전혀 다루지 않았다.
특히 제민일보는 오히려 19일“해군기지 주민 투표 정당”이라는 기사로 강정해군기지유치 반대위의 내용을 다뤘다. 이러한 취재원의 선택은 편향된 입장을 제공하고 왜곡된 인식을 가지게 만든다. 사실보도에서는 찬반이 극명하게 나뉘는 갈등상황에서 공정한 보도를 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특정 취재원의 선택뿐만 아니라 일부 취재원만이 계속해서 나오는 것도 문제시 되고 있다. 4개의 신문을 동시에 보면 이 내용에서는 어떠한 사람이 무슨 말을 했는지 추측할 수 있을 만큼 겹치는 자료도 많았는데, 이는 다차원으로 분석하기보다 각 기관 단체의 보도 자료를 있는 그대로 옮겨 쓰는 사실보도에 그쳤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언론이 해야 할 국민의 알권리를 제대로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하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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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빛 2007-07-04 21:32:03
참으로 좋은 프로가 생겨서 박수를 보냅니다
서로 격려하며 사랑하며 비평하면서 제주 언론이 발전하기를 바라면서
미디어 비평을 통하여 제주도내 언론들이 새로워지길 기대해봅니다
깨끗하고 맑은 눈과 맘으로 열심히 하세요 이지영 기자님

신문지 2007-07-02 10:37:21
제주도민들이 제주지역 언론을 신뢰하지 않는 이유는
지역언론의 보도행태가 거의 단순 소식지 정도에 지나지않는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사회의 비젼을 제시하고 도정을 철저히 감시하는 심층보도
제주발전을 위한 다른 지역 다른 나라의 예를 탐방보도하는 것이라든지
제주지역 문화발전을 위한 깊이 있는 보도
이런 것들이 거의 전무하다는 것이죠.
거의 보도자료를 받아쓰는 수준이 대부분이고
나열식 경마식 보도.

언론 2007-07-02 09:05:59
신문 등 언론이 없으면 어떻게 될까요, 행정의 견제 세력이 없어지고 주민들의 정보전달이 안되겠죠. 열악한 언론 환경, 고생하는 기자들에게 고생한다고 한말씀....

한마디 2007-06-30 23:22:19
기자 답지 못한 기자, 짝퉁기자가 판치는 세상,
제대로된 기자는 과연 몇이나 될까.
이지영학생같이 냉철한 시각을 가진 사람들ㄹ이 빨리 신문기자로 입성해야 언론이 달라집니다.

지혜로운 이의 삶 2007-06-30 15:44:02
비평의 근본 바탕에는 애정이 펼쳐져 있습니다. 미디어가 우리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견제받고 비판받아야 그 본 역활을 할 것입니다. 적어도 기사를 읽는 독자는 자신의 시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격려의 댓글이 작은 증명이 아닌가 합니다. 계속 댓글로 소통되는 기사의 질적 향상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