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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기지, 대통령이 결단 내릴 때"
"해군기지, 대통령이 결단 내릴 때"
  • 한애리 기자
  • 승인 2007.06.20 17: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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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애자 의원, 20일 노무현 대통령에게 드리는 글
20일로 단식 14일째를 맞고 있는 민주노동당 현애자 국회의원이 제4회 제주평화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제주를 방문하는 노무현 대통령에게 공개 편지를 보냈다.

현애자 의원은 대통령에 보내는 편지를 통해 지역갈등 등 정점으로 치닫고 있는 제주해군기지 문제 해결을 위해서 2년전 '세계 평화의 섬'을 조인한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명쾌한 해답을 내릴 때라고 강조했다.

현 의원은 "제주를 군사시설이 없는 진정한 '세계평화의 섬'으로 가꾸어야 한다는 외침이 지금 전국에 울려 퍼지고 있음을 대통령께서도 아시기 때문에 제4회 제주평화포럼을 앞두고 내도하시는 걸음이 가볍지만은 않으리라 생각한다"고 장문의 편지를 시작했다.

현  의원은 "오순도순 다정했던 마을공동체마다 군사기지를 두고 연일 다툼과 반목이 벌어지고, 정다웠던 이웃 사이, 친구 사이, 삼춘조카사이가 원수지간이 되어 온 마을 분위기가 흉흉하다"면서 "동네행사는 중지되고 '4.3사건을 겪은 마을 같다'는 어르신들의 말씀처럼 가족 같던 마을이 만신창이가 되고 있다"며 해군기지로 인한 지역주민의 갈등상황을 소개했다.

그는 "군사기지를 찬성하는 분들은 '더 이상 먹고 살 길이 안 보인다. 지역개발도 없다. 군사시설이라도 들어오면 인구도 늘고 관광객도 늘 텐데 좋을 것 아니냐'고 말을 하는데 이 말을 들으면서 오죽하면 그러겠나 싶어서 가슴이 미어진다"면서 "여기에 한미FTA협정이 타결됐고 제주도정마저 1산업의 비중을 10%대로 줄인다고 하니, 농어민은 물론 관광업에 종사하는 도민들마저도 캄캄한 미래 앞에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절망스런 심정"이라고 말했다.
 
현 의원은 "도대체 왜 굳이 제주에 대규모의 군사기지가 필요한지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제주에 군사기지가 들어선다면)제주는 미래 비전으로 삼고 있는 '평화의 섬'으로 발전하는 것이 어렵게 될 뿐만 아니라 특별자치도로 순항하는 길마저 막혀버릴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 는 "대통령께서 확립한 '참여와 절차적 민주주의 실현'을 제주도에서 내팽개쳐 버리는 우를 범하지 않을 것이라 믿고 싶다"며 "무엇이 참다운 도민 여론인지 드러나고 있는 이 시점에, 정부와 대통령께서 답을 내셔야 할 차례"라고 강조했다.

한편 노무현 대통령은 21일 오전 서귀포시 표선면 해비치호텔에서 열리는 제4회 제주평화포럼 개막식과 제주평화연구원이 마련하는 오찬에 참석할 예정이다.


노무현 대통령에게 드리는 글

안녕하십니까?
제주도!
이 아름답고 평화로운 곳에서 지난 20년에 걸쳐 벌어지고 있는 ‘비극’ 때문에 제주도청 앞에서 노상단식 중인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현애자입니다.
제4회 제주평화포럼을 앞두고 내도하시는 걸음이 가볍지만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제주를 군사시설이 없는 진정한 ‘세계평화의 섬’으로 가꾸어야 한다는 외침이 지금 전국에 울려 퍼지고 있음을 대통령께서는 아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1988년 모슬포 공군기지 반대운동에서 시작한 이 외침은 2002년 화순, 2005년 위미리에 이어 서귀포 강정마을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해녀삼춘들이 외칩니다. “우리를 그냥놔두십서, 제발 살려주십서!” 울부짖음이 가득합니다.
오순도순 다정했던 마을공동체마다 군사기지를 두고 연일 다툼과 반목이 벌어집니다. 정다웠던 이웃 사이, 친구 사이, 삼춘조카사이가 원수지간이 되어 온 마을 분위기가 흉흉합니다. 동네행사는 중지되고 “4.3사건을 겪은 마을 같다”는 어르신들의 말씀처럼 가족 같던 마을이 만신창이가 되고 있습니다.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강정마을은 훨씬 더합니다.
강정마을 80여명 주민들이 해군기지 유치를 급작스레 만장일치로 결정해버리면서 그 곳은 마을 주민이 찬반으로 나뉘어 벌이는 논란 속에 전쟁터나 다름없게 되어 버렸습니다.

군사기지를 찬성하는 분들이 말합니다.
“더 이상 먹고 살 길이 안 보인다. 지역개발도 없다. 군사시설이라도 들어오면 인구도 늘고 관광객도 늘 텐데 좋을 것 아니냐?”
이 말을 들으면서 가슴이 미어집니다. 오죽하면 그러겠는가. 싶어서입니다.
제주도 경제는 수년전부터 내리막입니다. 여기에 한미FTA협정이 타결됐고 제주도정마저 1산업의 비중을 10%대로 줄인다고 하니, 농어민은 물론 관광업에 종사하는 도민들마저도 아주 큰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실정입니다. 캄캄한 미래 앞에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절망스런 심정입니다.
 
이 같은 실정에서 제주도정과 해군은 오히려 경제위기에 몰린 지역 주민들의 처지를 악용하여 비겁한 행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100년 후를 내다보기보다는 당장의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하는 게 급하지 않느냐고 달콤한 미끼를 던지고 있습니다.
주민들 한사람 한사람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고 만나 근거도 없이 보상을 운운하고, 입증된 바 없는 경제효과를 턱없이 부풀려 주민들을 찬성으로 포섭하는데 행정력까지 동원하며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도의회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제주도가 해군기지 유치결정을 하는데 결정적인 근거와 명분이 되었던 강정마을총회와 도민여론조사 과정에 관권이 개입된 것은 물론 결과를 조작한 혐의까지 폭로되었습니다.

왜 이렇게까지 해서 군사기지 건설을 강행사고 주민들을 내 몰아야 합니까? 일평생 가꾼 일터와 고향을 등지게 되는 분들은 어느 곳에 가서 무엇을 하란 말입니까? 왜 떠나게 강요합니까? 이것은 죄악이고 범죄입니다.
 
저는 도대체 왜 굳이 제주에 대규모의 군사기지가 필요한지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해군기지에 이어 일명 ‘남부탐색구조부대’라고 하는 공군기지까지 들어서면 제주 전체가 군사요새가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듭니다.
최남단의 접경지인 제주는 지리적으로 군사적인 요충지이며, 동북아를 겨냥한 전략요충지로서 최고의 조건을 갖췄다는 것이 군사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입니다.
군사기지는 잠재적국을 상정합니다. 동북아의 전략요충지인 제주의 군사기지는 중국을 향한 것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과연 우리나라 독자적으로 중국과 군사력에서 경쟁을 벌인다는 것이 가능한 일입니까? 이미 중국에서 제주 군사기지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나오고 있는 마당입니다. 제주군사기지는 제주도는 물론 한반도와 동북아 일대를 군사적 긴장 상태로 몰고 갈 것은 뻔한 이치입니다.
이런 점들을 헤아린다면 제주는 미래 비전으로 삼고 있는 ‘평화의 섬’으로 발전하는 것이 어렵게 될 뿐만 아니라 특별자치도로 순항하는 길마저 막혀버릴 것입니다. 군사적 위험이 상존하는 지역에 누가 투자를 하겠습니까? ‘제주도특별자치도특별법’까지 제정하면서 중국시장을 겨냥한 전략산업의 개방전초기지로, 국제적 휴양관광허브로 발전시키겠다던 장밋빛 약속은 이제 헌신짝이 돼 버리는 것입니까?

이러한 일들이 노무현대통령의 참여정부하에서 벌어진다는 사실은 참으로 납득하기 힘든 아이러니입니다.
6월 민주항쟁 20주년을 맞이한 지금, 대통령께서도 그 감회가 남다르실 줄 압니다. 대통령께서 재임 기간 내내 항상 치적으로 밝히고 있는 것이 ‘절차적’ 민주주의의 확립이라 알고 있습니다.
지금 제주도는 종교계를 비롯한 각계 단체와 개인들이 쏟아내는 군사기지를 반대하는 목소리로 넘치고 있습니다. 종교계와 시민사회 단체들은 전국차원의 연대 움직임을 시작했습니다. 군사기지는 절대 평화의 섬과 양립할 수 없다는, 그리고 속속들이 밝혀지고 있는 5월14일 제주도정 해군기지 유치결정의 부당성을 지적하며 민주적 의사결정을 보장하라는 외침인 것입니다.
도민의 과반수가 여론조사 방식을 통한 기지 유치 결정은 잘못되었다고 말합니다. 제주도의회는 행정사무조사를 실시하여 여론조사 과정과 도지사의 행보가 온갖 의혹투성이라는 보고서를 제출했습니다. 어제 19일 저녁에 열린 해군기지 유치 예정지 강정마을 총회에서 주민들은 기지 반대 결의를 모았습니다. 애초부터 잘못된 여론조사 결과를 무기로 강정마을에 해군기지 건설추진을 강행할 명분이 이제 사라졌습니다.
부디 대통령께서 확립한 ‘참여와 절차적 민주주의 실현’을 제주도에서 내팽개쳐 버리는 우를 범하지 않을 것이라 믿고 싶습니다. 무엇이 참다운 도민 여론인지 드러나고 있는 이 시점에, 정부와 대통령께서 답을 내셔야 할 차례입니다.

기억하십니까? 2년 전 2005년 1월 27일, “세계평화의 섬” 조인식을!
평화를 갈망하는 100만 도 내외 제주도민들의 오랜 염원이 실현되는 날이었습니다.
다시는 4.3같은 뼈아픈 역사의 비극을 겪지 않을 ‘평화의 섬’을 제주에 선물해주신 것으로 알았기 때문에 그 감격과 기쁨은 말로 다할 수 없는 것이었지요.
김태환 제주도지사를 비롯하여 제주에서 올라온 해녀회장님, 가파초등학교 학생, 4.3유족회장님, 그리고 제가 함께 나란히 곁에 서서 온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대통령께서는 선언문에 서명을 하셨습니다.
평화의 섬으로 지정한 당사자인 대통령께서 설마 벌써 잊으신 건 아니겠지요. 그 자리에 함께 있었던 해녀, 어린이, 4.3유족의 벅찬 가슴과 물젖은 눈빛이. 지하에서 지켜볼 4.3 영령들의 한이 대통령의 기억에서 사라져 버린 것은 아니겠지요.
제주도를 “꿈의 섬, 희망의 섬”으로 우리국민들에게, “세계평화의 섬으로” 전 세계인에게 안겨줄 수 있도록 제주도민들을 품어 주실 수는 없는 것인지요?

내일 제4회 제주평화포럼에 오시면 대통령께서는 반드시 답하셔야 합니다. ‘동북아의 평화’가 이번 포럼의 주제입니다. 해군기지에 공군기지까지 들어서서 군사 요새화된 제주, 중국을 겨냥하는 첨단 전략무기로 중무장할 이 섬에서 ‘동북아의 평화’를 논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 것인지, 평화를 지키려 건설한다는 해군기지 추진과정에 폭력과 강압이 난무하고 주민의 여론을 왜곡하는 ‘평화롭지 않은’ 방식을 동원하는 것이 대통령께서 추구하는 ‘절차적 민주주의의 확립’에 해당하는 것인지.
55만 제주도민의 눈과 4.3영령들의 한 맺힌 원혼 앞에 답하셔야 합니다. 그러지 않고서 제주와 동북아의 평화는 결코 조우할 수 없이 엇갈릴 뿐입니다.

제주도민들이 더 이상의 분란 속에 상처 입는 사태를 막고 제주가 “세계평화의 섬”지정의 본 뜻을 살려 21세기 동북아 평화의 거점으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대통령의 용단을 기대합니다.

                                                2007년  6월 20일
                                     
                            평화의 섬 실현, 군사기지 철회를 위한 노상단식 14일째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현 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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