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19 16:27 (금)
'말 바꾸기'와 '물타기', 그리고 혼란
'말 바꾸기'와 '물타기', 그리고 혼란
  • 윤철수 기자
  • 승인 2007.05.11 18:23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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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해군기지, 道-의회부터 중심 잡아라'

11일 오후 열린 제주특별자치도의회 군사기지특위의 간담회를 지켜보면서, 제주도당국은 제주도당국대로, 의회는 의회대로 정말 한심스럽다는 표현 밖에 나오지 않는다.

"원본은 사라졌다"고 주장하는 유덕상 제주특별자치도 환경부지사의 희한한 변명이나, 뭔가 의구심이 강하게 일고 있는데도 서둘러 이 문제는 없던 일로 하자는 '백지화'를 제안한 도의원들이나, 그들이 진정 민(民)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인지 의심스럽기 짝이 없다.

한미FTA협상 타결로 당장 제주산업이 극한 위기에 처했는데도, '해군기지'에 몸이 안달난 사람마냥 허둥지둥 '로드맵'에 목숨을 걸려는 제주도당국의 몇몇 간부공무원들은 지나치게 조급해 있고, 들떠 있는 듯 하다.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조급하게 하는 것인지 그 명쾌한 답이라도 주면 좋으련만. 김태환 제주지사의 9일 담화문에도 이에대한 설명은 부족한 듯 하다. 다만, 장기적 제주현안을 이제 마무리할 시기가 됐다는 원론적인 얘기밖에 들리지 않는다. 한미FTA로 인한 생존권 위협 보다도 해군기지 문제가 그토록 다급하단 말인가.

그리고 최근 유덕상 환경부지사는 최근 일련의 기자간담회에서 '해군기지'에 관한 질문만 나오면 '신경질'적으로 변한다. 좀 차분하게 상황을 정리하고 도민을 설득해야 할 위치에 있음을 잊은 듯 하다.

이런저런 그간 분위기는 차치하고, 11일 제주도의회 군사기지 특위 간담회에서 나타난 제주도당국과 도의회 의원들의 행태에 대해 꼬집지 않을 수 없다.

이날 간담회의 주된 내용은 국방부와 제주도간 체결하기 위해 마련한 것으로 보이는 '제주해군기지 양해각서(안)'이다. 이 양해각서안은 제주도가 먼저 공개한 것이 아니라 군사기지반대대책위원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된 문건이다.

이 문건이 공개되자 도민사회는 누가 작성한 것이냐, 작성시점이 언제였느냐에 지댄 관심을 갖고 있다. 제주도당국은 국방부가 작성해 팩스로 보내온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군사기지반대대책위원회에서 공개한 '자필 메모'가 담긴 문건을 볼 때에는 혹 제주도가 초안을 잡고 국방부로 보내려 했던 것 아니냐는 의문도 들고 있다.

또 작성시점에 대해, 유덕상 부지사는 5월7일 팩스를 통해 처음 받아봤다고 주장했지만, 이 역시 명쾌하게 설명되지 않고 있다. 그동안 유덕상 부지사는 원본문건을 공개하는 이유와 관련하여 '절취당한 문건을 어떻게 공개하겠느냐'며 원본은 있으나 공개할 마음은 없다는 뜻으로 기자들에게 설명해 왔다.

#"공개못한다"고 했다가, "원본은 없다"...'말 바꾸기' 너무 심하다

하지만, 11일 도의회 간담회에서 유덕상 부지사는 공개하지 못하는 이유를 엉뚱하게 돌려서 설명했다.

유덕상 부지사는 "사전에 협의한 적은 없다. 문서를 받아 내부적으로 검토했지만 송부하지는 않았다. 팩스원본을 받았지만 팩스 인쇄 상태가 희미해서 다시 타이프로 친 것 같다. 원본은 사라졌다. 불행하게 이렇게 돼 저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 부지사가 발언한 내용을 종합하면 이미 시민단체가 기자회견을 통해 문건을 공개할 당시 애초에 원본은 없고, 제주도에서 재작성한 문건만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는 왜 지금까지 마치 원본은 있으나 문건이 절취당했기 때문에 공개하지 못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해 온 것인가. 이는 명백한 '말바꾸기'이다.

유 부지사는 이 문건이 공개되는 날에도 오전에 기자실을 찾아 'MOU 같은 것은 없다. 지금 술마시는 자리냐'며 버럭 화를 내며 답변을 한 바 있다. 그 발언이 있은지 불과 몇시간 후 시민단체에서 양해각서안에 대한 문건을 공개하자, 곧바로 말을 바꿔, "국방부로부터 팩스를 통해 받은 적은 있으나 검토한 적은 없다"고 변명했다.

아무튼 유덕상 부지사의 11일 간담회에서의 해명은 한마디로 도민을 우롱하는 것에 다름없다. 설령 이날 도의회에서 행한 발언이 사실이라 한다면, 왜 그 이전에는 이렇게 또렷하게 말하지 못했을까. 10일 오전 김태환 제주지사의 담화문 발표 때도 이 부분은 언급되지 않았다.

이것이 11일 간담회에서 제주도당국에 실망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그 첫번째 이유다.

#견제는 커녕, '나팔수' 역할을 자처하고 있으니...

두번째, 도의회 의원들도 마찬가지다. 지난 군사기지 특위에서는 해군기지 여론조사를 실시하도록 인정하는 듯한 결론을 내리더니만, 이번에는 아직 명쾌하게 밝혀지지도 않은 '해군기지 양해각서'에 대해 '없던 일'로 하자며 사태수습(?)에 나섰다.

'민의수렴의 전당'이라는 도의회가 숱한 의혹을 안고 있는 양해각서에 대해 '백지화'를 제안한 이유가 무엇인가. 그러고도 제주도정을 견제하고 비판하고 정책적 대안을 제시한다는 역할을 다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 견제는 커녕 '나팔수' 역할을 자처하고 있으니 참으로 딱하고도 한심한 따름이다.

군사기지 특위는 "아직 해군기지 유치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양해각서(안) 논의는 적절치 않다. 해군기지 사안이 결정된 이후에 집행부가 국방부와 논의하겠다는 것이 바람직하다. 양해각서(안) 문제는 전부 없던 것으로 하고, 백지상태서 해군기지 유치여부가 결정된 후, 집행부와 함께 논의하는 것은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양해각서의 '실체'가 무엇인지 행정사무조사권이라도 발동해서 그 실체를 조사하고 이를 도민들에게 알려줘도 시원치 않을 판에, 아직 의혹의 중심에 있는 문제를 서둘러 '백지화'하겠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처사다.

제주특별자치도 당국의 '말 바꾸기'와 제주특별자치도의회의 '물타기'는 앞으로 해군기지 정책결정 여부에 상관없이 두고두고 회자됨은 물론 행정과 의회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것이다.

해군기지 논란을 슬기롭게 풀어야 할 중심적 위치에 있는 도당국과 의회가 '말 바꾸기'와 '물타기'라니, 한미FTA협상으로 시름받고 있는 농어업인들만 더욱 가여워 보인다.

<윤철수 / 미디어제주 대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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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판사 2007-05-12 15:16:05
김지사가 서두르는 이유를 모르는 사람도 있을까?
항소심 재판 앞두고 로드맵이라고 발표하려고 아둥바둥 대던 모습이 선한데
이젠 마지막 재판을 앞두고 눈에 보이는 것이 있을런지

굿 2007-05-12 14:13:12
제발 좀 모두들 정신차리세요....

속터져 2007-05-12 09:36:04
머저리같은 도청 공무원, 깡통 도의원들
왜 저런 사람들이 제주사회를 좌지우지하려 하는지...
불쌍타 제주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