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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승 어린이와 '부끄러운 어른들'
양지승 어린이와 '부끄러운 어른들'
  • 문상식 기자
  • 승인 2007.04.27 12:5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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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취재파일] 양지승 어린이 애도일에 부쳐

지난달 16일 집 앞에서 실종된 양지승 어린이가 40일만에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와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제주섬은 지승 양을 애도하는 물결이 출렁거리고 있다.

27일 양지승 어린이를 떠나보냈다. 제주시 양지공원은 온종일 눈물바다였다. 각계인사의 발걸음이 이어졌고, 장례식을 지켜보는 이마다 눈시울을 붉혔다.

뭐라고 위로를 해야할지, 비통한 심경에 참석자들 대부분이 말문이 무거웠다. 양지승 어린이를 떠나 보내면서, '부끄러움'을 한껏 느껴야 했던 우리사회의 어른들.

제주특별자치도 교육청은 27일을 양지승 어린이 애도일로 정하는 한편, 우리 아이들이 안전하게 뛰어놀 수 있는 사회안전망 구축을 약속했다. 김태환 제주지사는 이번 사건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는 비통한 심경을 피력하며 아동복지에 대한 새로운 시스템 구축을 약속했다.

하지만, 그러한 약속으로 우리 사회의 '안전성'이 확보될 것인가를 되짚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이 시간에도 혹 우리 아이들이 범죄에 노출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10살 난 여자 어린이를 상대로 이런 끔찍한 사건이 발생한 것은 제주사회에 충격 그 자체다. 더구나 40대 피의자는 성추행에 이어 범행사실이 드러날 것이 두려워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경찰, 수사력 한계 노출

이러한 가운데 경찰의 수사력이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현장을 3번이나 수색한 경찰이 연인원3만명을 동원하고도 40일만에 시신을 찾아 초동수사에 대한 원성이 자자하다.

특히 지승 양의 집에서 불과 100m 떨어진 길 옆 과수원에서 지승 양의 사체가 발견되면서 경찰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승 양이 사체가 발견된 24일과 현장검증이 이뤄진 25일 만난 지역주민들은 경찰의 수사력을 강도높게 비난했다.

한 주민은 "지승이가 실종된 지난달 16일 저녁부터 경찰은 119구조대와 함께 이 곳(사체 발견현장)을 수색했다"며 "때문에 지역주민들과 자생단체들은 이 곳을 빼고 다른 곳을 수색하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실종사건 발생 이후 경찰은 매일같이 이 곳을 지키다시피 했다"며 "한마디로 용의자를 지켜준 꼴 밖에 더 되느냐"고 주장했다.

그는 또 "수색작업에 참여한 전경들도 나무 막대기 하나들고 형식적으로 수색하는 모습을 보면서 갑갑했다"며 "이번 사건이 이렇게 늦어진 것은 경찰의 잘못이 크다"고 지적했다.

지승 양의 집 주변과 과수원, 하천, 해안가 등지를 샅샅이 수색했다는 경찰의 말이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한 마디로 수색의 허점을 드러낸 셈이다.

또한 경찰 조사결과 이번 사건의 피의자는 지난 1992년 미성년자 약취미수 혐의로 복역했던 것으로 드러나 경찰이 피의자를 목전에 두고 무얼 했는지 따가운 눈총이 일고 있다.

경찰은 인근에 거주하는 전과자를 상대로 탐문수사를 벌였고, 피의자가 거주하는 과수원 역시 수색견까지 동원해 수색을 벌였지만 뚜렷한 정황을 포착하지 못했다.

#문제는 아동 성폭력!...아동 성폭력 가해자 14.6% 바로 '이웃'

이와 함께 이번 사건에서 또 하나 예의주시 해야 할 대목은 아동 성폭력이다. 지승 양 살해 유기 사건은 성추행에서 비롯된 것으로 드러났다.

제주여성인권연대 산하 제주여성상담소에 따르면 제주지역 전체 성폭력 상담 255건 중 아동 성폭력은 8건이다. 그러나 아동 성폭력에 대한 신고를 꺼리는 것을 감안하면 실제로 더 높을 것이라는 전언이다.

전국적으로 보더라도 지난해 어린이 대상 성범죄는 980여건이 발생했으며, 이는 하루에 3명의 아동이 성폭력에 노출된 꼴이다. 하지만, 아동과 청소년에 대한 성범죄는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수많은 아동 청소년대상 성폭행범이 소극적인 수사, 불기소 혹은 기소유예처분, 집행 유예 등 솜방망이 선고로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여기에 아동 성폭력 가해자 중 14.6%는 평소 얼굴을 알고 지내던 이웃 사람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승 양을 살해 유기한 피의자도 바로 이웃에 살고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아동·청소년 성폭력 사례 1643건을 분석한 결과 아동·청소년은 1160명(40.4%)을 차지했으며, 7∼13세 아동 성폭력 가해자 499명의 경우에도 이웃 사람이 14.6%로 나타났다. 아동·청소년들이 가까운 곳에서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가슴 아프고 충격적인 사건이 제주에서 발생했지만 이번 사건으로 적지 않은 교훈을 우리에게 심어주었다. 두 번 다시 이와같은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회안전망 구축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아모쪼록 고 양지승 양이 평온한 안식을 찾길 바라며, 앞으로 우리 어린이들이 꿈과 희망을 마음껏 펼쳐 보일 수 있는 사회가 완성되길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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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 2007-04-27 16:50:01
아동을 대상으로 성추행하고 그것도 모자라 살인까지 저지르는 악마들에게 더이상
무슨 말이 필요한가?
이것을 막기위한 방법은 범죄자들을 영원히 사회에게 추방하는 것이다.
경찰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검거하고 나면 법원에서 겨우 몇년, 고작10년정도 구형하고
다시 출소해서 똑같은 범죄를 다시 저지르고,,,이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이러한 사법부를 어떻게 믿고 살라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