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인 ‘허위진술 가능성’ 법원 판단 달랐다
고용인 ‘허위진술 가능성’ 법원 판단 달랐다
  • 이정민 기자
  • 승인 2017.08.28 15: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심 패소 ‘요양불승인처분취소 소송’ 2심서 뒤집혀
제주지방법원. ⓒ 미디어제주

제주지법 “‘동업 관계’ 주장 허위진술 동기 찾기 어려워”

광주고법 “인정 시 산재보험료 납입 불이익 가능성 있어”

 

싱크대 설치 공사 중 손가락이 잘리는 부상을 당하고도 요양급여를 받지 못한 근로자가 자신을 고용한 사람의 ‘동업 관계’라는 주장으로 인해 1심에서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았다가 2심에서 구제됐다.

 

광주고등법원 제주 제1행정부(재판장 이재권)는 이모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당대로 제기한 요양불승인처분취소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을 취소, 요양불승인처분을 취소했다고 29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이씨는 이씨는 2014년 9월 16일부터 정모씨가 도급받은 모 신축건물 공사현장에서 싱크대 설치 작업을 하다 같은 해 12월 21일 오전 11시께 톱날에 다쳐 왼손 검지가 잘리고 중지와 약지의 신경 및 혈관 손상 진단을 받았다.

 

이씨는 이듬해 4월 7일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 신청을 했으나 두 달 뒤인 6월 28일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불승인됐고 지난해 3월 3일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요양불승인처분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이씨의 청구를 기각한 1심(제주지법) 재판부는 “정씨가 이씨 및 고모씨와 사건 현장에서 작업을 하고 이익금을 균등 분배했으며 퇴근 시간이 고정되지 않아 3인이 협의해 결정했다고 일관되게 진술했다”며 “정씨에게 허위진술을 할 만한 동기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이씨가 사건 현장에서 작업한 기간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았고 정씨로부터 임금으로 지급받았다고 하는 금액도 매월 액수가 변동되는데다 이씨와 정씨 사이에 성과급이나 수당 지급을 약정했거나 이의 산정내역을 확인할만한 자료가 없다”며 “이씨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님을 전제로 한 (근로복지공단의)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2심 재판부는 정씨의 진술(균등 배분)과 달리 금융자료나 거래 명세표 등을 통해 추산 시 정씨의 수익 규모가 이씨나 고씨의 수익에 비해 월등히 클 것으로 여겨지는 점, 정씨가 2015년 1월 19일 ‘원고(이씨)에게 일일 근로를 시키고 일수와 일당을 계산하여 지급한 사실이 있다. 본인은 원고를 일용직으로 채용하면서 하청 받은 금액에서 필요 경비를 차감하고, 나머지 금액으로 일당 5만원에서 7만원을 주기로 하며, 일한 일수로 정산하여 일시급으로 지불하기로 구두약속을 하고 고용하였다’는 취지로 확인서를 작성한 점 등을 지적했다.

 

특히 정씨의 허위진술 동기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1심 재판부의 판단과 달리 이씨가 정씨의 근로자로 인정될 경우 산재보험료를 납입해야 하는 등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어 이씨를 자신의 근로자가 아니라고 진술할만한 유인이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이에 대한 근거로 정씨가 사고 발생 사흘 뒤인 2014년 12월 24일 후배인 이씨와 전화통화에서 관할관청에 자신과 동업을 했다고 말할 것을 유도한 점을 들었다.

 

2심 재판부는 “이씨가 2015년 1월 5일 근로복지공단 직원과의 통화 및 같은 달 14일 작성한 확인서에서 정씨와 동업했다는 취지로 진술하거나 기재했는데 나이나 사업 경험, 경제적 지위 등에서 정씨보다 약자로 보이는 이씨는 정씨의 유도에 따라 사실과 다르게 진술하거나 확인서를 작성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이 사건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이씨가 고용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았으나 정씨와의 관계, 정씨의 영업 규모, 해당 사건 작업의 내용과 특성, 예상 소요기간 등을 고려할 때 이씨의 고용보험 가입 여부는 정씨에 대해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것인지를 판단하는데 결정적인 고려 요소가 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2심 재판부는 이에 따라 이씨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님을 전제로 한 이 사건 처분(1심 판결)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이정민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