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21:53 (금)
“뭐허래 바꽝 사람덜 힘들게 햄서”
“뭐허래 바꽝 사람덜 힘들게 햄서”
  • 이정민 기자
  • 승인 2017.08.26 11:13
  • 댓글 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주 ‘더 편리하고…’ 대중교통체계 개편 26일 본격 시행
제주시외버스터미널 외벽에 내걸린 대중교통체계 개편 홍보 현수막. <이정민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시외버스터미널 버스 정류장 노선 문의‧도우미 설명 혼잡

70~80대 노인들 “우리는 복잡해서 모르겠다” 푸념 이어져

 

“이거 뭐허래 바꽝 사람덜 힘들게 햄서.”(이것을 뭐하러 바꿔서 사람들을 힘들게 하느냐.)

 

26일 제주시외버스터미널 앞 버스 정류장에서 70대 할머니가 교통 안내 도우미에게 한 말이다.

 

‘더 편리하고 더 빠르고 더 저렴한 대중교통’을 슬로건으로 내건 제주특별자치도의 대중교통 체계 개편이 본격 시행된 이날 제주시외버스터미널은 혼잡한 상황이 연출됐다.

 

이날 오전 9시 15분께 터미널 앞 버스 정류장에서 “용담 가는 거 어떵 타는 거라?”(용담 가는 버스 어떻게 타는 것이냐)라는 70대 할머니의 물음에 안내 도우미는 예전에 탔던 버스 번호를 묻고 노선 책자를 뒤지기 시작했다.

 

안내 도우미는 “예전에 200번을 타셨다고 했으니까 지금은 270번, 320번, 335번…… 쪼꼼만 이서 보십써(조금만 기다려 보세요)”라며 다시 번호를 뒤적였다.

 

제주 대중교통체계 개편이 본격 시행된 26일 오전 제주시외버스터미널 앞 버스 정류장에서 70~80대 노인들이 안내 도우미에게 자신들의 목적지 버스 노선 번호를 물어보고 있다. <이정민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와중에 다른 70~80대 노인들도 도우미를 찾으며 자신들의 목적지에 맞는 버스 번호를 물어왔다.

 

안내 도우미는 “여기 보시면 270번하고 320번은 터미널(정류장)이 없으니까 465-1번이나 465-2번 타시면 됩니다”라고 한 뒤 “아까 할아버지는 어디 가신다고 했죠?”라며 또 책을 걷었다.

 

안내 도우미에게 용담 행을 물어본 할머니와 같은 방향이어서 듣기만 했던 또 다른 할머니는 “젊은 사람 닮지 않앙, 할망들은 복잡행 모르컨게게, 무사들 영햄서”(젊은 사람과 같지 않아, 할머니들은 복잡해서 모를 것 같다. 왜들 이러는가)라고 푸념하기도 했다.

 

터미널 바로 앞 버스 정류장에 배치된 안내 도우미는 끊임없는 버스 노선 문의에 정신이 없었고 터미널 내부 버스 승차대에는 안내 도우미를 찾을 수가 없어서 도우미들 간 목소리를 높이는 일도 일어났다.

 

도우미 A씨는 버스 정류장에 있는 도우미 B씨에게 “(버스) 기사님들이 저기 (터미널) 안에서 우왕좌왕한다고 하는데, 버스 타는데 도우미를 빨리 불러 주세요”라고 말하자, B씨는 “선생님 여기도 마찬가지예요”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A씨가 자신도 다른 일로 바쁘다며 “빨리 얘기해서 저쪽(터미널 안)으로도 사람을 배치해 달라고 얘기해 달라. 우리는 다른 업무를 하고 있어서 안 된다. 그 쪽이 얘길 해줘야 한다”고 하자 B씨는 그제야 “알겠다”며 휴대전화를 들었다.

 

이처럼 뜨거운 햇볕 아래 야외 버스 정류장은 복잡한 반면, 대중교통체계 개편 본격 시행으로 매표 기능이 사라지면서 일대 혼란이 예상됐던 터미널은 오히려 차분했다.

 

제주특별자치도가 대중교통체계 개편 본격 시행과 함께 운영이 중단될 것이라고 밝혔던 터미널 매표소가 26일 오전 정상 운영하며 이용객들에게 버스 안내와 승차권(표)를 팔고 있다. <이정민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라진다던 ‘매표’ 터미널 기능 여전…제주도 “그럴 리가”

정류장서 그나마 안내하던 도우미도 29일까지만 한시 운영

 

애초 이날부터 버스 승차권 판매가 사라질 것이라는 제주특별자치도의 발표와 달리 매표소에서는 종전처럼 표를 팔며 버스 안내를 하고 있었다.

 

“원래 오늘부터 표를 안 팔기로 한 게 아니냐”는 기자의 물음에 매표소 관계자는 “어제 오전까지만 해도 표를 팔지 말라고 했는데 어쩐 일인지 오늘은 표를 팔아도 된다고 했다”고 답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미디어제주>와의 통화에서 “터미널에서 표를 팔 리가 없는데”라며 되레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버스 이용객이 교통카드로 찍으면 되는 일이라서 표를 살 필요성이 없다. 터미널 측이 우겨서 하는 게 아닌가 싶다”며 “좀 더 확인을 해 봐야겠다”고 답했다.

 

26일 제주시외버스터미널 내 상가들이 곳곳에 터미널 정상화를 요구하는 문구를 붙여 놓았다. <이정민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터미널 기능 정상화를 요구하고 있는 터미널 내 상가 상인들도 예전과 다름없는 모습을 보였다.

 

현장에서 만난 상인은 “매표소에서 표도 팔고, 예전과 크게 달라진 게 없다”면서도 “이게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다”고 이야기했다.

 

터미널 내 승차대에서는 이날 오전 다소 혼잡함을 드러냈다.

 

26일 제주시외버스터미널 승차대에서 승객들이 버스가 떠나버리자 돌아서고 있다. <이정민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26일 제주시외버스터미널 승차대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 <이정민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표소에서 승차권(표)을 구입하고 안내를 받아 승차대로 갔으나 출발 시간을 정확히 알지 못해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에 버스가 출발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이런 상황 때문에 안내 도우미를 찾는 이들도 있었으나 찾기가 쉽지 않았다.

 

매표 안내원에게 대중교통 안내 도우미의 위치를 물어봐도 “잘 모르겠다”는 답변뿐이었다.

 

이처럼 버스를 이용하는 이들의 노선과 시간대를 알아가기까지 대중교통체계 개편의 본격 시행에 따른 혼선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버스 정류소에서 이용객들의 문의에 답변하는 안내 도우미의 배치가 한시적이어서 노선 확인 및 안내 등의 부재로 인한 적지 않은 불만도 예상된다.

 

한편 제주도는 대중교통체계 개편 시행과 관련한 ‘도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노선 안내 도우미를 오는 29일까지 운영하며 개편노선 안내, 홍보물 배부, 이용객 불편 사항 수렴 등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중교통체계 개편 관련 '도민께 드리는 말씀' 중 일부 갈무리.

<이정민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 3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다나은 제도 아니면 왜하나 2017-08-27 18:16:33
모든 제도의 변경은 더 편리하게 만드는 거지
불편하게 만들어도 하다보면 좋아진다는
당국의 말은 불편에 숙달하면 된다는 얘기로 들린다.

뭐 이런게 다있나
편하게 하려면 좀 더 체계화된 교통체계 개편을 만들어야 히죠
도민 훈련시켜 숙달하게 만드는 건 전문인을 양성하는데나 해요 ㅠㅠ

김현범 2017-08-27 07:54:04
우리어머니가 차없애고 이년쯤버스타고다니시다
버스기사들 고성에 지랄에 갑질에 빡치셔서
다시 차사고 운전하고다니심...
육지사람 제주여행블로거들보면 버스 험하게몰아서
넘어지고 무섭다는 후기많던데
이딴어이없는상황 방지를위한 버스운전사들교육은
할까.. 참고라도했음 좋것네

강승희 2017-08-26 21:20:27
조금만 참아보시죠. 모든 제도나 체계는 바뀌면 힘들고 불편합니다.
원희룡 도지사님 제주를 더 좋게 변화시키려고 진심을 담아 일하려고 하는거 같습니다.
시간이 지나 잘했다고 할 날이 올겁니다. 조금만 더 힘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