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19 17:38 (금)
“파렴치한으로 3년…억울했지만 지금은 모두 용서했습니다”
“파렴치한으로 3년…억울했지만 지금은 모두 용서했습니다”
  • 이정민 기자
  • 승인 2017.08.19 1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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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향원 운영 홍영환 목사 1심 재판 ‘유죄’ 대법원서 ‘무죄’ 확정
“바쁘게 살다보니 다 잊어…아이들만 보며 살아가고 싶은 생각”
18일 저녁 기자와 만난 뒤 돌아서서 걸어가는 홍영환 목사. ⓒ 미디어제주

“파렴치한 목사로 3년을 지냈습니다. 그 시간을 돌아보면 답답하고 억울하지만 이제는 모든 것을 내려놨습니다. 신고한 사람도 알고, 왜 신고했는지도 알지만 지금은 모든 것을 용서했습니다.”

 

제주시 한림읍에서 보육시설 예향원을 운영하고 있는 홍영환(71) 목사는 18일 오후 기자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홍 목사는 2013년 10월 도내 언론들로부터 ‘파렴치한 목사’로 낙인이 찍혔다.

 

경찰이 홍 목사를 업무상 횡령 혐의로 조사한다는 것이 알려지면서부터다.

 

당시 경찰은 기초수급 대상자로 선정된 아동들을 보호하며 이들에게 지급되는 기초수급 급여를 개인의 대출 빚을 갚는 등 홍 목사가 7년 동안 모두 3400여만원을 개인 용도로 사용했다고 했다.

 

기초수급 급여가 지급되는 통장을 기존 예향원 운영에 사용해 온 개인 명의의 ‘마이너스 통장’으로 일원화한 게 화근이었다.

 

검찰은 홍 목사를 약식 기소했으나 홍 목사가 정식 재판을 청구, 1심 재판에서 선고유예(벌금 300만원)를 받았다.

 

주변에서는 “선고유예에 만족하자”고 권했다.

 

그러나 선고유예도 엄연한 ‘유죄’다. 홍 목사에게 죄가 있다는 것이다.

 

홍 목사는 주변의 만류에도 항소했다. 항소심에서 원심이 뒤집히며 ‘무죄’를 선고받았다.

 

홍 목사의 항소심에서 ‘무죄’가 선고되니 이번엔 검찰이 대법원에 상고를 했다. 대법원은 검찰의 상고를 기각하며 홍 목사의 무죄를 확정했다.

 

대법원의 확정 판결이 내려진 시기가 지난해 6월. ‘파렴치한’이라는 멍에를 벗는데 대략 3년이 걸렸다.

 

홍 목사는 그동안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곁에서 그 과정을 지켜본 아내 소진숙(61) 목사는 “(남편이) 잠도 자지 않고 혼자서 법적 대응을 준비하며 힘들게 지냈다”며 “차라리 싸우지 말고 조용히 지내자고 했다. 아예 (이 곳을) 떠나려고까지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떠나면 ‘파렴치한 목사’로 남을 뿐이어서 무죄가 확정될 때까지의 시간을 견뎠다.

 

“기자들 전부 불러 해명 요구하고 싶었던 적도…”

 

홍 목사 부부는 언론에 대한 섭섭함도 내비쳤다.

 

“몇몇 방송사가 2013년 취재를 왔다. 잠깐만 얘기 하자더니 녹음을 해가고 촬영을 해 갔더라. 무죄 판결이 난 이후 그 때 취재를 하러 왔던 A기자에게 ‘다시 만나자’고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보냈는데 답이 없더라. 피하는 것 같더라”고 토로했다.

 

부부는 “(파렴치범으로 몰았던) 당시 기자들을 전부 불러서 해명을 요구하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우리가 (예향원의) 아이들을 품기 위해서는 가슴의 짐을 붙잡고 있어서는 안됐다. 모든 것을 다 내려놔야 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지금까지 정신없이 살아왔다. 바쁘게 살다보니 서운한 것도, 섭섭한 것도 잊게 되더라”며 “이제는 다 잊었다. 아이들만을 바라보며 살아가고 싶다”고 심경을 피력했다.

 

홍 목사는 “2000년도 말쯤 고향인 제주에 왔고 충북에서 목회할 때 알았던 지인이 자신의 아들이 문제를 일으키고 있어 맡아달라는 부탁을 받으면서 지금의 일을 시작했다”며 “사재를 털어가며 하는 일인데 고발을 당했고 유죄를 선고받았다. 무죄를 받는데 3년이 걸렸다. 억울함을 푼 것으로 됐다”고 했다.

 

홍 목사의 사연은 항소심을 맡았던 변호사가 속한 법무법인이 인터넷에 글을 올리며 알려졌다.

 

법무법인은 인터넷 글을 통해 “처음에는 마치 유죄라도 선고된 것처럼 사건 내용이 대대적으로 신문에 보도됐는데 3년이 지난 지금은 무죄판결이 확정됐는데도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아 안타깝다”며 “그래서 홍 목사의 명예를 회복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해 글을 올리게 됐다”고 밝혔다.

 

한편 홍 목사 부부는 기자와 대화를 나누는 중에도 사진 촬영에 대해서는 극구 사양했다. 자신들에게 좋은 일이긴 하나 굳이 얼굴을 드러내면서까지 그 일로 회자되는 게 부담된다는 이유에서다. 홍 목사는 다만, 기자와 늦은 시간에 헤어지면서 어둠속 뒷모습 정도의 촬영은 허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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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살이 2017-08-19 14:13:21
다시는 이런 억울한 일이 없기를 빕니다~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