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적 이유에 의한 ‘병역 거부’에 대해 제주지방법원이 이번엔 유죄를 선고했다.
열흘 전에는 무죄가 선고돼 담당 판사별로 입장을 달리하는 모습이다.
제주지방법원 형사4단독 한정석 부장판사는 병역법 위반으로 기소된 양모(21)시에 대해 징역 1년 6월을 선고했다고 24일 밝혔다.
양씨는 지난해 12월 12일까지 충청남도 논산시에 있는 육군훈련소에 입영하라는 통지를 받고도 입영일로부터 3일이 지나도록 입영하지 않아 병역법 위반으로 기소됐다.
양씨와 변호인 측은 ‘여호와의 증인’ 신도로서 종교적 양심에 따라 현역병 입영을 거부했고, 이러한 양심적 병역거부권은 시민‧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과 헌법에 의해 보장되는 권리이므로 피고인의 현역병 입영거부행위는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한정석 부장판사는 이에 대해 “병역 의무는 궁극적으로 국민 전체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 병역거부자의 종교적 양심의 자유가 그와 같은 헌법적 법익보다 우월한 가치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체복무제의 도입 여부는 시민적 ․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가입국의 입법자에게 광범위한 재량이 부여돼 있는데 현재로서는 대체복무제를 도입하기 어렵다고 본 입법자의 판단이 명백히 잘못됐다고 볼 수 없다”며 “종교적 양심에 따라 입영을 거부한 행위는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에 반해 제주지방법원 형사3단독 신재환 부장판사는 같은 혐의로 기소된 ‘여호와의 증인’ 신자 김모(21)씨와 소모(21)씨에 대해 지난 14일 무죄를 선고했다.
신재환 부장판사는 당시 “국제적으로 양심적 병역거부권이 기본적인 인권으로 인정되며 대체복무제가 많은 국가가 채택하고 있고 국내 법원에서는 대법원의 확고한 유죄 판례에도 불구하고 하급심에서 유무죄가 엇갈린 판결들이 계속 나와서 혼란스러운 상황”이라며 “이러한 경우, 형사재판을 하는 법관은 자신의 판단 과정에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는 지와 함께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법언을 다시 한 번 가슴에 새길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판시했다.
한편 대법원은 종교적 이유에 의한 병역 거부자의 양심의 자유가 국가 안전보장을 위한 병역의무라는 헌법적 법익보다 우월한 가치라고는 할 수 없다고 2004년 7월 15일 선고한 바 있다.
<이정민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