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갑자 동방삭
삼천갑자 동방삭
  • 홍기확
  • 승인 2017.07.03 09:5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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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아빠의 특별한 감동]<140>

 

중국설화에 동방삭이라는 인물이 나온다.

곤륜산(崑崙山)에 사는 신선계의 어머니인 서왕모(西王母)가 있는데, 이 아줌마는 반도원이라는 과수원에서 복숭아 3천6백 그루를 키운다. 부자다. 이 나무는 등급에 따라 3천년, 6천년, 9천년마다 열매를 맺는다.

동방삭은 이 복숭아를 서리해서 먹었다. 그 결과 삼천갑자로 수명이 늘었다 한 갑자는 60년이니, 무려 18만년으로 수명이 연장된 것이다.

 

지난 주 인문학 교육을 다녀왔다는 아내는 주저리주저리 말이 많다. 배운 걸 나에게 가르쳐 준다. 보통은 주로 아내의 얘기를 듣는 편이라(반박하거나 다른 논리를 펼치면 거의 대부분 내가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아내의 강의 중 엉뚱한 질문에도 성실히 답변한다.

 

아내는 묻는다.

 

“동방삭처럼 18만년 동안 살고 싶어?”

 

성실맨. 나는 답변한다.

 

“18만년 동안 좋은 일, 싫은 일을 수없이 겪을 것이고, 가끔은 몸도 아프겠지. 게다가 시대가 계속 변할 텐데 계속 적응하려면 피곤할 것 같아서 별로야.”

 

대꾸를 한 후 속으로 생각한다. 몸이 늙어 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지칠 나이와 순간이 되면 죽는 게 낫겠다고.

그러다 문득 아내와 신혼 초에 함께 읽고, 감동을 받아 약속한 일 한 가지가 생각이 났다.

 

앙드레 고르라는 프랑스의 철학자가 있다. 실존주의를 대표하는 사르트르와 교유하였으며, 신좌파의 이론가로 명성이 높았다. 앙드레 고르는 1947년 도린이라는 영국 아가씨를 만나 1949년 결혼을 한다.

그러나 행복은 다른 친구도 데리고 왔다. 1983년. 도린이 60세가 되던 해 거미막염이라는 불치병에 걸린다. 그리고는 평생을 누워있게 된다. 앙드레 고르는 모든 사회활동을 접고 도린과 시골로 간다. 그리곤 20년이 넘게 아내를 돌본다. 그의 식지 않는 사랑은 아래 구절에 가슴 아프게 남아있다.

 

“당신은 곧 여든두 살이 됩니다. 키는 예전보다 6센티미터 줄었고, 몸무게는 겨우 45킬로그램입니다. 그래도 당신은 여전히 탐스럽고 우아하고 아름답습니다. 함께 살아온 지 쉰여덟 해가 되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하지만 불치병과 싸우는 아내 도린은 매일이 고통이다. 그것을 20년 넘게 지켜보는 앙드레 고르는 매순간이 고통이다. 어느 날 저녁 앙드레 고르는 도린의 옆으로 가 침대에 함께 눕는다. 그리고 1947년 활발한 영국 아가씨에게 한, 무뚝뚝한 오스트리아 청년의 수줍은 고백 ‘함께 춤추러 가실래요?’ 이후 두 번째 고백을 한다.

 

“당신의 숨소리를 살피고, 손으로 당신을 쓰다듬어봅니다. 우리는 둘 다, 한 사람이 죽고 나서 혼자 남아 살아가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서로에게 이런 말을 했지요. 혹시라도 다음 생이 있다면, 그때도 둘이 함께하자고.”

 

앙드레 고르는 이렇게 도린과 안락사로 동반자살을 하게 된다. 사후에 나온 『D에게 보내는 편지』는 도린과 함께 죽기 전 앙드레 고르가 아내에게 바치는 글을 모은 것이다.

 

최근 아내와 함께 건강검진을 받았다. 숙제검사처럼 검진결과표를 아내에게 제출했다. 역시나 호들갑. 간 수치니 콜레스테롤이니 이것저것 안 좋다고 나오니 아내는 인터넷 검색으로 원인분석을 하느라 야단법석이다. 사족을 붙이자면 아내는 검진결과, 현존하는 지구인 중에서 가장 건강하단다.

나도 충격은 적잖이 받았다. 맹렬히 도서관에서 건강관련 책을 섭렵하고 있는 중이다.

 

앞서 얘기한 삼천갑자 동방삭. 그처럼 오래 살고 싶지 않다.

오래 살기보다는, 같이 살고 싶다.

 

 

 

<프로필>
2004~2005 : (주)빙그레 근무
2006~2007 : 경기도 파주시 근무
2008~2009 : 경기도 고양시 근무
2010 : 국방부 근무
2010년 8월 : 제주도 정착
2010~현재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근무
수필가(현대문예 등단, 2013년)
서귀포시청 공무원 밴드 『메아리』회장 (악기 : 드럼)
저서 : 『평범한 아빠의 특별한 감동』, 201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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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 2017-07-04 12:27:17
훈훈한 글로 감동 받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