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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진목
터진목
  • 미디어제주
  • 승인 2017.06.09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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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시] 수산리마을회 오대혁

터진목

 

수산리마을회 오대혁

 

십 리를 걸어 일출봉 가던
국민학교 삼 학년 소풍 길
우리는 터진목에서 모살조개 주웠지
식산봉과 성산리 사이로
설문대 할망 눈 오줌이 흥건한 갯가에서
일정 때만 해도 물때 따라 바닷물 드나들었다는
터진목에서 우린 보말로 주머니 가득 채웠지
갈대꽃 꺾어들고 총싸움도 하면서
거친 파도에 몸을 던지며
일정 때 파 놓은 일출봉 허리 동굴도 보았지

 

언제였더라 
터진목이 학살터였다는 얘기
사삼의 영혼이 떠돈다는 얘기
고모부가 제삿날 침침한 백열등 아래서
숨 죽이며 내 귀에 속삭였지
할아버지도 터진목에서 총 맞아 죽을 뻔했져
전분 공장에 끌려갔던
고성 사람 수산 사람 시흥 사람 종달리 사람 세화리 사람
터진목을 메우고 메웠져

 

그것도 모르는 우리는 너무 좋았다
모시조개 가무락 조개 줍느라
수산봉 너머 붉은 하늘 피어난 것도 몰랐어
학살터 터진목이 너무 좋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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