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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강경토벌작전 책임자를 ‘경남도 대표’로 추앙한다고?”
“4.3 강경토벌작전 책임자를 ‘경남도 대표’로 추앙한다고?”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7.06.07 09:41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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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시 소재 충혼탑, 박진경 대령 위패 ‘경남 도 대표’로 세워져 ‘논란’
경남 창원시 소재 충혼탑 앞에 놓여진 박진경 대령의 위패. '경남도 대표 육군 대령 박진경 신위'라고 적혀 있다. ⓒ 한은정 창원시의회 의원

 

제주 4.3 당시 민간인 학살을 주도했던 박진경 대령이 경남 창원시에 있는 경남 도 차원의 충혼탑 중앙에 ‘경남도 대표’로 위패가 세워져 있는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4.3 발발 초기 무장대와 평화협상에 나섰던 김익렬 연대장의 후임으로 부임한 박진경 대령은 일본군 출신으로, 당시 무고한 민간인 학살을 주도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다. 폭도와 민간인의 구분이 애매하다는 이유를 들어 중산간 지역 주민들을 10대 어린이와 부녀자, 노인들까지 모두 체포한 것이었다.

 

특히 그는 “우리나라 독립을 방해하는 제주도 폭동사건을 진압하기 위해서는 제주도민 30만을 희생시켜도 무방하다”면서 강경 토벌작전을 감행, 미 군정으로부터 대령으로 특별승진하는 혜택을 누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결국 휘하 장교 중 한 명인 문상길 중위 손에 죽게 되고, 이후 대규모 토벌 작전으로 이어지는 단초를 제공하게 된다.

 

1948년 6월 16일 작성된 미군의 비밀 보고서에 따르면 박진경 대령의 당시 진압작전 결과에 대해 ‘약 3000명의 제주도민이 체포되고 심사를 받았다’고 기록돼 있고, 6월 12일자 조선일보에는 ‘이 기간동안 경비대와 경찰에 체포된 자가 약 6000여명에 이른다’고 보도된 바 있다.

 

창원시의회 한은정 의원이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을 보고 ‘제주 4.3 학살 주범 박진경 대령이 현충일 경남대표라고?’라는 제목의 블로그 글을 통해 처음 이 문제를 제기한 경남도민일보 김주완 출판미디어국장은 “왜 하필 박진경이 경남 대표인가?”라고 근본적인 물음을 던졌다.

 

또 그는 창원시가 ‘경남 출신 중 가장 계급이 높은 사람이어서 박진경을 내세웠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얘기를 다른 기자로부터 전해듣고 지역 역사학자가 추천한 김성은 해병 중장의 사례를 들어 “김성은은 ‘귀신 잡는 해병’이라는 말을 만들어낸 신화적인 인물로 창원시 상남면 출신”이라면서 “창원시 공무원의 변명이 무색해진다”고 신랄하게 꼬집기도 했다.

 

창원시 담당 공무원은 <미디어제주>와 전화 통화에서 이 충혼탑에 대해 “지난 1985년 6월 6일 창원시 대원동에 세워졌다”면서 “경남 도 차원의 충혼 시설이며 도 대표를 포함한 21명의 시군 대표를 비롯해 모두 1202명의 위패가 모셔져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박진경 대령이 경남도 대표로 위패가 세워진 경위에 대해서는 모르겠다”면서도 “2015년에도 지금처럼 위패가 세워져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답변했다.

 

처음부터 도 대표로 위패가 세워진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적어도 2015년 이전부터 경남 도 차원의 충혼 시설에 박진경 대령의 위패가 경남 도 대표로 세워져 있다는 것이 확인된 셈이다.

 

허영선 제주4.3연구소장은 “박진경은 짧은 재임 기간 동안 제주에서 강경토벌 작전을 지휘했던 사람”이라면서 “거기에서는 추앙받는 인물인지 모르겠지만 지금 이 시대가 그런 역사의식을 요구하는 건 아니지 않느냐. 학살의 주범은 아니라고 해도 4.3 당시 민간인 희생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인물”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한편 지난 2005년 4.3 관련 단체와 남해 지역 시민단체들은 박진경 대령의 출신 지역인 남해군에 세워진 그의 동상을 철거할 것을 요구한 바 있으나, 아직 철거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홍석준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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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피해자 2017-06-08 07:32:59
4.3공원에 피해자 비석만 세울게 아니라 가해자 비석도 세워야 후손들이 알 수 있겠다.

4.3피해자 2017-06-08 07:31:54
4.3공원에 피해자 비석만 세울게 아니라 가해자 비석도 세워야 후손들이 알 수 있겠다.

이런판이있나 2017-06-07 10:01:59
이런 짓들을 하니 제주사람들이
육지 사람들을 배척할 수밖에ㅠㅠ
그 이유가 아닌가